風前燈火의 연못속 개구리들
2009년 05월 10일(일) 19:00 가가
연못가에서 놀던 아이들이 무심코 장난삼아 던진 돌멩이가 연못 속의 개구리에게는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가 된다.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부와 그 지휘를 받고 있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서석벌의 대학이라는 연못에 돌멩이를 마구 던지고 있는 것 같다. 비단 돌멩이만이 아닐지 모르겠다. 개구리의 천적인 황새를 집어넣어 그 연못 속의 불쌍한 개구리들을 싹쓸이 하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개구리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이 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이치를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 돌멩이를 무심히 던지고, 이어서 포식자 황새를 집어넣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불쌍한 개구리들도 분명코 이 나라 백성들이요 나라의 장래를 걸머진 젊은이들일 텐데 그들의 운명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
서석벌 연못 속의 개구들에게는 몸서리치게 슬픈 기억이 있다. 외적이 쳐들어 와 큰 연못(대학)을 일체 못 만들게 했던 슬픈 시절이 끝났을 때, 이 지역의 어른 개구리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십시일반 추렴하여 덩실한 연못을 만들어 새끼 개구리들이 마음껏 뛰어 놀게 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솝우화의 황새 같은 무법자가 독재자의 비호를 받으면서 그 연못을 독차지하고 철저하게 유린해 버렸다.
그 넓은 벌판에는 잔디밭이 한 평도 없었다. 개구리들은 나라에서 세운 이웃 대학의 드넓은 잔디밭을 한없이 부러워했다. 어떤 철없는(?) 개구리가 “총장님(그는 총장이 아닐 때도 이 칭호를 좋아했다.) 우리 대학에도 잔디밭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건의한 일이 있었다. 그 말에 무법자는 “야 이놈아! 너의 안마당에 풀 심어놓고 소 뜨껴라” 하고 혼내주면서 팼다고 자랑삼아 말하곤 했다.
대학의 필수적인 시설이 도서관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었지만, 이 대학에는 도서관이 없었다. 아니 있기는 있었다. 4층짜리 낡은 고등학교 교사를 개조하여 도서관으로 썼는데, 그것도 도서관이랍시고 서고도 있고 열람실도 있었다. 그러나 그 서고는 볼만한 책이 없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나마 바닥 두께가 얇아서 더 이상 책을 넣을 수도 없었다. 열람실은 복도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다 방음이 안 되어 복도에서 두 사람만 대화를 나누어도 열람실 안에서는 책을 볼 수도 없었다. 불쌍한 개구리들은 도리 없이 나라에서 세운 이웃 대학의 도서관에서 눈치 보며 주눅이 든 채 책을 보아야 했다.
어미 개구리들은 목구멍이 원수라 무법자에게 맹종할 수밖에 없었지만, 새끼 개구리들에게 그런 어미는 이미 교수가 아니었다. 그저 봉급 타먹고 연명하는 등록금 도둑놈일 뿐이었다. 어느 땐가는 혼자 교정을 터덕터덕 내려오다가 뒤에서 새끼 개구리들이 “저런 것들도 교수라고--.”하면서 야유를 보내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서석벌 대학으로 가자고 하면 “어떤 바보 같은 놈인가!” 하면서 뒤돌아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무법자가 쫓겨난 뒤 개구리들은 각고의 노력으로 번듯한 도서관을 짓고 잔디밭을 가꾸었다.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소문이 난 장미원도 꾸몄다. 강의실과 연구실도 수리하여 대학은 그런대로 본연의 모습을 갖추어 갔다. 어미 개구리들이 분발하고 젊고 패기 넘치는 교수들도 많이 보충되어 연구비 수혜가 한강 이남에서 제일이라는 명예도 얻었다. 이제 그야말로 지역의 인재들을 양성 배출하는 데 손색이 없는 학문의 전당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개구리들은 하느님에게 진실로 그들을 보호해 줄 착한 왕을 보내달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참으로 느닷없이, 기억조차 하기 싫은 무법자에 대한 악몽이 개구리들을 괴롭히고 있다. 하느님이 대학이라는 연못의 존재 이유를 오해하여, 무법자가 없었다면 연못은 없었을 것이니 그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하면서 무법자의 여얼인 황새를 보내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개구리들은 그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 황새들은 불쌍한 개구리들의 등록금을 유용하여 쌓아 놓았던 그 많던 재산도 다 날려버리고 무일푼이 된 배고픈 포식자일 뿐이고, 그들에게 이 연못의 개구리들은 배고픔을 채워줄 먹이 감일 뿐인데도 말이다.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된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이 나라와 지역의 장래를 위해서, 그리고 누구보다도 저 불쌍한 3만의 개구리들을 위해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도한다.
김택민〈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서석벌 연못 속의 개구들에게는 몸서리치게 슬픈 기억이 있다. 외적이 쳐들어 와 큰 연못(대학)을 일체 못 만들게 했던 슬픈 시절이 끝났을 때, 이 지역의 어른 개구리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십시일반 추렴하여 덩실한 연못을 만들어 새끼 개구리들이 마음껏 뛰어 놀게 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솝우화의 황새 같은 무법자가 독재자의 비호를 받으면서 그 연못을 독차지하고 철저하게 유린해 버렸다.
그 넓은 벌판에는 잔디밭이 한 평도 없었다. 개구리들은 나라에서 세운 이웃 대학의 드넓은 잔디밭을 한없이 부러워했다. 어떤 철없는(?) 개구리가 “총장님(그는 총장이 아닐 때도 이 칭호를 좋아했다.) 우리 대학에도 잔디밭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건의한 일이 있었다. 그 말에 무법자는 “야 이놈아! 너의 안마당에 풀 심어놓고 소 뜨껴라” 하고 혼내주면서 팼다고 자랑삼아 말하곤 했다.
대학의 필수적인 시설이 도서관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었지만, 이 대학에는 도서관이 없었다. 아니 있기는 있었다. 4층짜리 낡은 고등학교 교사를 개조하여 도서관으로 썼는데, 그것도 도서관이랍시고 서고도 있고 열람실도 있었다. 그러나 그 서고는 볼만한 책이 없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나마 바닥 두께가 얇아서 더 이상 책을 넣을 수도 없었다. 열람실은 복도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다 방음이 안 되어 복도에서 두 사람만 대화를 나누어도 열람실 안에서는 책을 볼 수도 없었다. 불쌍한 개구리들은 도리 없이 나라에서 세운 이웃 대학의 도서관에서 눈치 보며 주눅이 든 채 책을 보아야 했다.
어미 개구리들은 목구멍이 원수라 무법자에게 맹종할 수밖에 없었지만, 새끼 개구리들에게 그런 어미는 이미 교수가 아니었다. 그저 봉급 타먹고 연명하는 등록금 도둑놈일 뿐이었다. 어느 땐가는 혼자 교정을 터덕터덕 내려오다가 뒤에서 새끼 개구리들이 “저런 것들도 교수라고--.”하면서 야유를 보내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서석벌 대학으로 가자고 하면 “어떤 바보 같은 놈인가!” 하면서 뒤돌아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무법자가 쫓겨난 뒤 개구리들은 각고의 노력으로 번듯한 도서관을 짓고 잔디밭을 가꾸었다.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소문이 난 장미원도 꾸몄다. 강의실과 연구실도 수리하여 대학은 그런대로 본연의 모습을 갖추어 갔다. 어미 개구리들이 분발하고 젊고 패기 넘치는 교수들도 많이 보충되어 연구비 수혜가 한강 이남에서 제일이라는 명예도 얻었다. 이제 그야말로 지역의 인재들을 양성 배출하는 데 손색이 없는 학문의 전당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개구리들은 하느님에게 진실로 그들을 보호해 줄 착한 왕을 보내달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참으로 느닷없이, 기억조차 하기 싫은 무법자에 대한 악몽이 개구리들을 괴롭히고 있다. 하느님이 대학이라는 연못의 존재 이유를 오해하여, 무법자가 없었다면 연못은 없었을 것이니 그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하면서 무법자의 여얼인 황새를 보내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개구리들은 그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 황새들은 불쌍한 개구리들의 등록금을 유용하여 쌓아 놓았던 그 많던 재산도 다 날려버리고 무일푼이 된 배고픈 포식자일 뿐이고, 그들에게 이 연못의 개구리들은 배고픔을 채워줄 먹이 감일 뿐인데도 말이다.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된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이 나라와 지역의 장래를 위해서, 그리고 누구보다도 저 불쌍한 3만의 개구리들을 위해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도한다.
김택민〈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