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자유의 현주소
2009년 04월 26일(일) 23:59 가가
지난 3월 12일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는 경제 관련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한 한국을 인터넷 자유 감시대상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에서는 2002년부터 매년 세계 언론 자유지수를 발표하고 있으며 2008년 10월에 발표한 자료에서 한국은 173개국 중 47위를 기록하였다(2002년 39위, 2003년 49위, 2004년 48위, 2005년 34위, 2006년 31위, 2007년 39위). 순위발표 이후 한국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것은 2003년이었다.
이 해는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때로 당시 조선·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사들이 좌파정권의 언론장악 음모가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었고, 이들 신문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관용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2008년 순위가 하락한 이유는 2007년 10월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에 의거 기자실을 폐쇄한 정부의 조치를 취재방해라고 비난한 일선 언론인들의 저항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현 정부의 성적표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매우 부정적이다. 언론 자유지수는 기자 살해, 체포 및 투옥, 협박 및 고문 등 언론인에 대한 직접적인 가해 행위와 검열·압수·수색·규제 등 미디어에 관한 사항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에 대한 제약 등을 50여개 항목으로 세분해 산출한다. 올해 평가대상인 2008년 9월 1일부터 2009년 상반기까지 언론자유지수와 관련해서 주요한 사건들을 살펴보자.
지난 1월 검찰이 긴급체포·구속해서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미네르바는 4월 20일 1심 재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증언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실 일상적인 인터넷상의 표현행위와 경제전망 평론을 규제하려한 검찰의 기소는 무리한 법집행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대선 후보 가운데 최대 규모인 40여 명의 언론특보단을 휘하에 뒀다. 그 가운데 절반 정도는 국회·청와대·공기업 등에 진출했고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12명이 집권 1년 만에 언론사·언론재단·언론기관 등에 사장이나 이사로 선임됐다. 대선 특보단은 정부가 언론사를 장악하는 첨병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이 선임되면서 YTN노조는 강력히 반발하여 제작거부는 물론, ’공정방송 사수 및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파업을 하루 앞두고 3월 24일 구속되었다.
지난 해 6월 농림수산식품부의 수사의뢰로 시작된 PD수첩 수사는 지난 달 3일 정운찬 전 농림부장관 등이 명예훼손 혐의로 정식 고소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이춘근 PD와 김보슬 PD를 긴급체포하고 PD수첩 광우병 방송 편에 대한 촬영 원본 테이프 제출을 요구하면서 문화방송 여의도 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촛불 정국 때, 한-미 쇠고기 협상결과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했다. 졸속협상 장본인인 전 농림부장관이 PD수첩을 고소한 것 자체가 한 편의 코미디라는 평가도 있다. 촬영 원본 테이프를 제출하라는 검찰의 요구 역시 한마디로 언론자유의 본질에 대한 심각한 위해가 된다. 원본은 제보자의 신원 및 취재에 관한 모든 기록이 담겨 있는 자료다. 그런데 이 자료가 권력에 의해 노출되고 조사된다면 어느 누구도 잘못된 일을 고발하기 위해 언론사를 찾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취재원 보호는 언론인 스스로가 구속되는 일이 있더라도 지켜야할 실천적 윤리이다.
지난 3월 23일 국경 없는 기자회 대변인 겸 아시아·태평양 데스크인 뱅상 브로셀 기자가 내한해서 5박 6일 동안 한국의 언론 상황을 취재하고 돌아갔다. 그는 귀국 후 한국의 언론 현실을 고발하는 스페셜 리포트를 작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15년 동안 한국의 언론 현실과 관련해서 스페셜 리포트는 없었다. 독재 국가를 대상으로 해서는 흔한 일이지만 민주화된 나라 경우에는 매우 드문 일이다”고 밝혔다. 선진국 중에서 국경 없는 기자회가 이와 같은 리포트를 작성한 나라는 언론 재벌 출신인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언론 전횡문제가 심각한 이탈리아뿐이었다.
/최병진〈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 해는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때로 당시 조선·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사들이 좌파정권의 언론장악 음모가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었고, 이들 신문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관용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2008년 순위가 하락한 이유는 2007년 10월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에 의거 기자실을 폐쇄한 정부의 조치를 취재방해라고 비난한 일선 언론인들의 저항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현 정부의 성적표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매우 부정적이다. 언론 자유지수는 기자 살해, 체포 및 투옥, 협박 및 고문 등 언론인에 대한 직접적인 가해 행위와 검열·압수·수색·규제 등 미디어에 관한 사항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에 대한 제약 등을 50여개 항목으로 세분해 산출한다. 올해 평가대상인 2008년 9월 1일부터 2009년 상반기까지 언론자유지수와 관련해서 주요한 사건들을 살펴보자.
지난 1월 검찰이 긴급체포·구속해서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미네르바는 4월 20일 1심 재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증언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실 일상적인 인터넷상의 표현행위와 경제전망 평론을 규제하려한 검찰의 기소는 무리한 법집행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대선 후보 가운데 최대 규모인 40여 명의 언론특보단을 휘하에 뒀다. 그 가운데 절반 정도는 국회·청와대·공기업 등에 진출했고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12명이 집권 1년 만에 언론사·언론재단·언론기관 등에 사장이나 이사로 선임됐다. 대선 특보단은 정부가 언론사를 장악하는 첨병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이 선임되면서 YTN노조는 강력히 반발하여 제작거부는 물론, ’공정방송 사수 및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파업을 하루 앞두고 3월 24일 구속되었다.
지난 해 6월 농림수산식품부의 수사의뢰로 시작된 PD수첩 수사는 지난 달 3일 정운찬 전 농림부장관 등이 명예훼손 혐의로 정식 고소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이춘근 PD와 김보슬 PD를 긴급체포하고 PD수첩 광우병 방송 편에 대한 촬영 원본 테이프 제출을 요구하면서 문화방송 여의도 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촛불 정국 때, 한-미 쇠고기 협상결과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했다. 졸속협상 장본인인 전 농림부장관이 PD수첩을 고소한 것 자체가 한 편의 코미디라는 평가도 있다. 촬영 원본 테이프를 제출하라는 검찰의 요구 역시 한마디로 언론자유의 본질에 대한 심각한 위해가 된다. 원본은 제보자의 신원 및 취재에 관한 모든 기록이 담겨 있는 자료다. 그런데 이 자료가 권력에 의해 노출되고 조사된다면 어느 누구도 잘못된 일을 고발하기 위해 언론사를 찾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취재원 보호는 언론인 스스로가 구속되는 일이 있더라도 지켜야할 실천적 윤리이다.
지난 3월 23일 국경 없는 기자회 대변인 겸 아시아·태평양 데스크인 뱅상 브로셀 기자가 내한해서 5박 6일 동안 한국의 언론 상황을 취재하고 돌아갔다. 그는 귀국 후 한국의 언론 현실을 고발하는 스페셜 리포트를 작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15년 동안 한국의 언론 현실과 관련해서 스페셜 리포트는 없었다. 독재 국가를 대상으로 해서는 흔한 일이지만 민주화된 나라 경우에는 매우 드문 일이다”고 밝혔다. 선진국 중에서 국경 없는 기자회가 이와 같은 리포트를 작성한 나라는 언론 재벌 출신인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언론 전횡문제가 심각한 이탈리아뿐이었다.
/최병진〈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