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와 비밀 사이에서
2009년 04월 19일(일) 23:59 가가
최근 해외언론을 통해 남극의 빙하 밑에 숨겨져 있는 거대한 산맥의 크기와 윤곽의 존재를 접하게 되었다. 필자는 다시 한 번 우주와 지구의 탄생과 생성과정의 신비스러움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면서 한가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바로 서구의 언론과 과학자들이 이 ‘신비 속의 신비’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의 연구원은 이 위대한 발견을 “지구에서 마지막까지 탐사되지 않은 산맥”의 발견이라 흥분하였고, 언론들은 3천500만 년 전에 얼음으로 뒤덮였던 ‘미스터리’가 풀렸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필자는 두 가지의 의문을 품는다. 첫 번째 의문은 과연 이번 발견을 “지구에서 마지막까지 탐사되지 않은 산맥”이라고 명쾌히 선언할 수 있는가이며 두 번째는 그것을 과연 여전히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이라는 ‘이성’과 ‘합리주의’의 프레임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필자에게는 우주와 지구는 여전히 전인미답의 비밀들이 산재해 있는 시·공간의 개념이고, 직업상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지구의 역사와 세계사가 초라한 인간의 시선에 의해 ‘미스터리’로 함몰될 존재가 아니라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미스터리(수수께끼)’란 인간의 인식론적 관점에서 모호함과 불확실함을 함의하며, 따라서 소위 합리적 방법론에 의한 규명의 대상이 되는 반면, ‘비밀(신비)’이란 이미 존재 해온 것 (인간이 미처 알지 못하고 있던 자연, 역사적의 사실)을 의미한다. 유년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볼 때 선생님께서 바위 뒤에 숨겨놓으신 공책(사실)을 찾던 보물찾기과정이 필자가 얘기하는 ‘비밀’의 개념이다.
20세기 이전까지의 서구의 ‘미스터리’풀기와 ‘탐사되지 않은 산맥’의 편협한 시각은 로마를 세계의 중심으로 착각하게 했고, 당시의 최첨단 과학 기술(나침반과 항해술-역사적 사실은 나침반이 중국에서 발명되었고 과학, 기술, 수학의 근원은 이슬람과 인도였음을 증명하였다)의 승리는 콜럼버스의 대륙발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연이은 서구의 기술발명의 우월의식은 무력사용으로 정당화되어 ‘억지로’태양이 지지 않는 제국을 탄생시켰고, ‘미스터리’와 ‘탐사’의 욕망은 소위 ‘팩스’의 개념으로 로마-브리태니커-아메리카나로 이어진 것을 기억해본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남극빙하 밑에 3천500만 년간 숨겨져 있던 비밀이라는 생명체의 숨쉬기에 조용히 귀를 대본다. 과학자들과 기술의 욕망과 이성, 합리주의의 집결체로서의 탐사체가 자신을 향해 뚫고 들어올 때 극단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빙하표면으로부터의 규칙적 소음에 저항하고 있지는 않은지, 끝까지 미스터리로 남겨지기를 원하며 외부의 어떤 수신자와의 교신을 거부하고 웅크린 채 자아를 향한 고독한 부메랑의 중얼거림을 듣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자연의 위대한 순리에 따라 어김없이 걸어오고 있는 광주의 또 하나의 5월을 바라보며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향기에 취해 광주의 역사·문화적 전통과 저항정신, 민주화정신을 오늘의 시점에서 재맥락화, 세계화하는 꿈을 꾸어본다. 그리고 미스터리의 대상이 아닌 5천년의 비밀을 간직한 시공간으로서의 광주의 실체를 세계에 드러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압도적이고 지배적인 외부적 질서와 이성으로 파헤쳐지고 ‘탐사’ 될 대상이 아닌, 저항과 대안, 자존, 자주의 정신적 가치생산을 위한 자기 내부비판과 외부세계분석이라는 양날의 시각이 5월의 꽃봉오리 처럼 만개되어야 할 시점이다. 자주적, 자존적 발상이란 서구의 유클리드적 기하학의 도량과 측량으로 탐사할 수 없는 광주만의 정신적 깊이와 높이, 길이, 넓이를 광주인 스스로 규명해내고 세계에 전달함을 의미한다.
아시아인 대다수가 경험했던 바와 같은 광주만의 역사적 혼란과 혼돈, 모순과 모호함을 서구의 이성과 합리주의와 동등한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5천년을 간직해온 광주의 빙하 속의 정신적 비밀과 잠재력을 광주인의 손으로 직접 캐내는 다이내믹한 에너지의 원천일 것이다.
극단의 시대들을 건너오며 의문과 불안 사이를 왕래하는 질문들이 생산해낸 시공간의 좌표 위를 오늘도 서성대며 ‘분명해진 미스터리’란 ‘죽어버린 비밀’이라는 독백을 중얼거려보는 5월이다.
〈이원일. 스위스 BSI재단 큐레이터〉
여기서 필자는 두 가지의 의문을 품는다. 첫 번째 의문은 과연 이번 발견을 “지구에서 마지막까지 탐사되지 않은 산맥”이라고 명쾌히 선언할 수 있는가이며 두 번째는 그것을 과연 여전히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이라는 ‘이성’과 ‘합리주의’의 프레임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필자에게는 우주와 지구는 여전히 전인미답의 비밀들이 산재해 있는 시·공간의 개념이고, 직업상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지구의 역사와 세계사가 초라한 인간의 시선에 의해 ‘미스터리’로 함몰될 존재가 아니라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미스터리(수수께끼)’란 인간의 인식론적 관점에서 모호함과 불확실함을 함의하며, 따라서 소위 합리적 방법론에 의한 규명의 대상이 되는 반면, ‘비밀(신비)’이란 이미 존재 해온 것 (인간이 미처 알지 못하고 있던 자연, 역사적의 사실)을 의미한다. 유년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볼 때 선생님께서 바위 뒤에 숨겨놓으신 공책(사실)을 찾던 보물찾기과정이 필자가 얘기하는 ‘비밀’의 개념이다.
20세기 이전까지의 서구의 ‘미스터리’풀기와 ‘탐사되지 않은 산맥’의 편협한 시각은 로마를 세계의 중심으로 착각하게 했고, 당시의 최첨단 과학 기술(나침반과 항해술-역사적 사실은 나침반이 중국에서 발명되었고 과학, 기술, 수학의 근원은 이슬람과 인도였음을 증명하였다)의 승리는 콜럼버스의 대륙발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연이은 서구의 기술발명의 우월의식은 무력사용으로 정당화되어 ‘억지로’태양이 지지 않는 제국을 탄생시켰고, ‘미스터리’와 ‘탐사’의 욕망은 소위 ‘팩스’의 개념으로 로마-브리태니커-아메리카나로 이어진 것을 기억해본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남극빙하 밑에 3천500만 년간 숨겨져 있던 비밀이라는 생명체의 숨쉬기에 조용히 귀를 대본다. 과학자들과 기술의 욕망과 이성, 합리주의의 집결체로서의 탐사체가 자신을 향해 뚫고 들어올 때 극단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빙하표면으로부터의 규칙적 소음에 저항하고 있지는 않은지, 끝까지 미스터리로 남겨지기를 원하며 외부의 어떤 수신자와의 교신을 거부하고 웅크린 채 자아를 향한 고독한 부메랑의 중얼거림을 듣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자연의 위대한 순리에 따라 어김없이 걸어오고 있는 광주의 또 하나의 5월을 바라보며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향기에 취해 광주의 역사·문화적 전통과 저항정신, 민주화정신을 오늘의 시점에서 재맥락화, 세계화하는 꿈을 꾸어본다. 그리고 미스터리의 대상이 아닌 5천년의 비밀을 간직한 시공간으로서의 광주의 실체를 세계에 드러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압도적이고 지배적인 외부적 질서와 이성으로 파헤쳐지고 ‘탐사’ 될 대상이 아닌, 저항과 대안, 자존, 자주의 정신적 가치생산을 위한 자기 내부비판과 외부세계분석이라는 양날의 시각이 5월의 꽃봉오리 처럼 만개되어야 할 시점이다. 자주적, 자존적 발상이란 서구의 유클리드적 기하학의 도량과 측량으로 탐사할 수 없는 광주만의 정신적 깊이와 높이, 길이, 넓이를 광주인 스스로 규명해내고 세계에 전달함을 의미한다.
아시아인 대다수가 경험했던 바와 같은 광주만의 역사적 혼란과 혼돈, 모순과 모호함을 서구의 이성과 합리주의와 동등한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5천년을 간직해온 광주의 빙하 속의 정신적 비밀과 잠재력을 광주인의 손으로 직접 캐내는 다이내믹한 에너지의 원천일 것이다.
극단의 시대들을 건너오며 의문과 불안 사이를 왕래하는 질문들이 생산해낸 시공간의 좌표 위를 오늘도 서성대며 ‘분명해진 미스터리’란 ‘죽어버린 비밀’이라는 독백을 중얼거려보는 5월이다.
〈이원일. 스위스 BSI재단 큐레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