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영양소라고 하면 힘을 내는 데 직접적으로 필요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열량을 내는 영양소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미네랄, 비타민 등 조절 영양소가 없다면 우리가 아무리 많은 열량 영양소를 섭취하더라도 신진대사가 원활히 진행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이들의 균형이 깨질 때 영양실조나 성장 장애 또는 고혈압, 당뇨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앓게 되기 때문이다.
경제의 실물부문과 금융부문도 이와 같은 관계로 비교할 수 있다. 우리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힘은 당연히 기업활동에서 나오는 것이고, 건전한 금융부문은 이러한 기업활동을 뒷받침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금융부문이 기업활동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면 경제의 성장성 저하라는 영양실조에 걸리게 되고, 또 너무 방만하게 지원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나 대내외 불균형문제 등 고혈압 증세에 해당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금융부문이 기업활동을 지원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은 무엇일까?
미연방준비이사회(FRB) 의장을 네 번이나 역임한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비록 10년 내지 30년의 단기간으로 보면 경기변동을 거듭하면서 부침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비해 언제나 월등한 성장세를 시현한다.’고 피력하면서, 이러한 시장경제의 지속 성장을 가능케 하는 핵심(core)은 바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고 적시한 바 있다.
또한 애덤 스미스, 케인즈, 마이클 포터 등 경제학계의 거목들도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음은 물론, 저명한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변화를 탐구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변화를 기회로 이용하는 기업가 정신만이 한 사회가 다음 사회로 진보해 나갈 수 있는 요소이며, 지금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정신’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이처럼 여러 석학들이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낯선 세계에 도전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기업에게 있어서 리스크는 수익의 원천이자 존재의 근거가 되는 것으로서, 불확실한 미래를 기약하며 당장의 위험을 떠안고 나아가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즉, 기업가정신은 기존 생산방식과 경제 질서에 대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끄는 원천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요즘과 같은 경기침체기일수록 경제가 정상 궤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라는 원동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이 기업활동을 지원함에 있어서도 단순히 외형과 과거의 실적만을 따져 우량 기업에게만 지원하는 것을 떠나, 도전정신과 추진력을 갖춘 기업을 발굴하여 성장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 경제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긴요할 것이다. 이는 탈무드에서 ‘자녀에게 물고기를 잡아다 주면 한 끼 식사를 해결해 주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 식사를 해결해 준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수치로 계량화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기업의 기업가정신이 충만하여 발전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금융회사의 몫이다. 금융회사가 선의의 관리자로서의 책무에 충실하여 우리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업들을 발굴하고 적절히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작금의 경기침체의 터널을 빠져나가는 첩경이 될 것이다.
지난해 부임 이후 고향 같은 따스함으로 감싸주던 광주를 떠나 서울에서 봄을 맞이하니 화사한 남도의 봄 햇살이 무척 그립다. 우리 남도의 금융이 기업가정신을 북돋아 지역경제를 회생시키는 역할에 충실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조기인〈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