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9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방의 입장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새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구상이다. 광역경제권은 향후 지역발전정책의 근간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는 수도권 규제 정책도 발표됐다.
새 정부의 국가발전 전략에 대한 광주·전남의 반발 기류는 심상치 않다.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도가 공동전선을 펴고 있고 경제계와 사회단체, 정치인들이 잇달아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반발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광역경제권 구상은 과거 모든 정권이 지역개발정책의 기본 철학으로 삼아온 균형논리에서 벗어나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고, 중복투자나 지역 논리에 따른 투자 배분을 지양함으로써 투자의 효율을 높여나가자는 취지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급격한 지역정책 기조의 변화가 현실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면, 한번쯤 정책 추진상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열린 마음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광역경제권 구상이 시행 초기부터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광역경제권 간, 광역경제권 내부 시·도간 갈등과 기존 계획이나 정책과의 상충이다. 광역권 선도산업을 둘러싸고 광역경제권 간 분란이 예사롭지 않고 광역경제권별로 선도 프로젝트를 선정하였으나, 광역경제권 내 시·도간 형평성을 둘러싸고 지역에서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도간에 협력의 여지가 별로 없는 개별 시·도 프로젝트를 4-5개씩 일률적으로 광역경제권 사업으로 선정해서 공식화함으로써 갈등의 소지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각종 장단기 지역개발계획과의 상충문제는 당장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런 여러 문제점을 대승적으로 해결하고, 광역경제권 정책 추진이 갈등의 장이 아닌 협력의 장이 되어 지역발전에 기여토록 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정책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정부의 교체와 상관없이 일단 결정된 지역발전정책은 그 정책을 바꿀 절실한 필요가 없다면 말이 아닌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건설 등 지역발전 핵심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재정투입과 관련 지원 시책이 현실감 있게 가시화되면 지역 주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광역경제권 구상에서 중요한 발전권역 개념의 하나인 남해안선벨트, 서해안 신산업벨트 조성 등 ‘초광역권 프로젝트’나 기초생활권 협력사업은 이미 법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거나, 별도의 법적 조치 없이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시책을 중점 지원함으로써 공동사업의 이점을 실증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5+2 광역경제권 사업으로는 공동 협력사업만 우선 추진함으로써 광역경제권 내 시·도간 자율적 협력을 유도해나갈 필요가 있다. 광역권개발 5개년 계획도 공동협력사업을 중심내용으로 함으로써 법정계획인 국토종합계획, 시·도 종합발전계획과 중복·상충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3가지 정책 기조가 광역경제권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반영된다면 광역경제권 간, 광역경제권 내부 시·도간 갈등의 소지를 상당부문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가령 호남경제권의 공동사업으로는 호남고속철도의 조기 완공, 새만금, 영암·해남/무안 기업도시를 포함한 서남권 산업 및 관광레저벨트 조성 등이 논의될 수 있고, 광소재, 친환경 첨단부품소재산업, 문화·관광산업, 생명·식품산업, 신·재생에너지산업 등이 호남경제권의 선도산업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계층간·산업간·지역간 너무 많은 갈등의 씨앗을 안고 있다. 우리도 이제 선진사회 진입단계에 이른 만큼 갈등의 소지를 줄여나가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광역경제권 정책도 부문간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었으면 한다.
/하동만 전남발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