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한국은 또 하나의 고향 ⑫ 영농조합서 일하는 필리핀 산업연수생 엘드렌 씨
2008년 11월 02일(일) 23:59 가가
“농장에서 땀흘린 경험이 삶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 같아요.”
필리핀 산업 연수생 엘드렌(27·Eldren)씨는 자신의 소망인 슈퍼마켓 개업을 위해 담양군 수북면 황금리 두리영농조합법인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필리핀에서 교육대학을 마친 엘드렌은 지난 2006년 초등학교 선생님의 꿈을 접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필리핀에서 교사급여는 매월 30만원 가량. 이 돈으로 자신의 가게를 꾸리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에 한국 생활을 택했다고 한다.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공단과 공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엘드렌씨는 자신의 장래를 위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농사일을 선택했다. 채소·농작물 슈퍼마켓의 운영을 위해서는 농사일을 배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농장생활 2년째에 접어든 엘드렌은 자타가 공인하는 두리농장의 대들보지만, 일을 처음 배울 때는 손대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였다.
제품 출하 과정에서 상추 포장지에 붙여야 하는 바코드를 무에 붙여 놓았던 일은 그나마 웃어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 그러나 “상추밭에 물을 주라”는 말을 잘못 알아들어 갓 자란 상추를 모조리 뽑아놓아 농장 관계자를 경악케 한 일은 돌이키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억이다.
어엿한 농군으로 거듭 태어난 엘드렌은 상추모종을 심는 단계부터 병해충 방제, 비료 살포시기, 수확법 등 농장의 모든 일이 머릿속에 들어있을 정도로 해박하다.
작물 관리용 트랙터 운전은 물론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작물 관리요령을 가르쳐줄 정도로 채소 관리에 관한한 자타가 공인하는 ‘일꾼’이다.
엘드렌이 낯선 한국생활과 농사일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데는 두리 농장 대표 김상식(45), 진민자(44)씨 부부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큰 힘이 됐다.
김씨 부부는 엘드렌을 이방인 노동자가 아닌 가족으로 보듬은 탓에 그가 실수할 때마다 꾸중대신 격려를 잊지 않았다.
농장의 안주인인 진씨는 “엘드렌이 누구보다 성실하고 일에 열정적이었기 때문에 칭찬보다 격려가 앞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같은 김씨 부부의 전폭적인 신뢰 덕분에 엘드렌은 절친한 형인 빈센트(34·Vincent)와 농장에서 함께 일하게 됐다. 두리농장에서 초창기에 함께 일했던 제이슨이 떠나면서 적잖은 외로움에 시달렸던 엘드렌이 빈센트를 직원으로 추천하자 김씨 부부가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진씨는 “우리가 가족 못지 않게 대해주지만 한편으론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때 마침 빈센트를 추천해 두말 않고 고용하게 됐다”며 “이젠 엘드렌 때문에 주위 농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추천할 정도다”고 말했다.
하지만 엘드렌과 김씨 부부가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는 언어장벽이다. 손에 익은 농사일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진솔한 대화로서 마음을 나누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엘드렌이 농사일과 달리 한국어를 배우는 속도가 느린 데다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필리핀 고유어인 ‘따갈로그어’로 의사를 표현하기 때문. 이런 사정 때문에 김씨 부부는 중요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경우 외국인 노동자 고용업무를 지원하는 산업인력공단 등에 통역을 부탁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엔드렌은 “김씨 부부와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 지 교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은 큰 문제가 아니다”며 “서로 흉금없이 대화할 수 있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농삿일처럼 한국말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윤영기기자 penfoot@kwangju.co.kr
필리핀 산업 연수생 엘드렌(27·Eldren)씨는 자신의 소망인 슈퍼마켓 개업을 위해 담양군 수북면 황금리 두리영농조합법인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필리핀에서 교육대학을 마친 엘드렌은 지난 2006년 초등학교 선생님의 꿈을 접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필리핀에서 교사급여는 매월 30만원 가량. 이 돈으로 자신의 가게를 꾸리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에 한국 생활을 택했다고 한다.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공단과 공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엘드렌씨는 자신의 장래를 위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농사일을 선택했다. 채소·농작물 슈퍼마켓의 운영을 위해서는 농사일을 배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농장생활 2년째에 접어든 엘드렌은 자타가 공인하는 두리농장의 대들보지만, 일을 처음 배울 때는 손대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였다.
제품 출하 과정에서 상추 포장지에 붙여야 하는 바코드를 무에 붙여 놓았던 일은 그나마 웃어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 그러나 “상추밭에 물을 주라”는 말을 잘못 알아들어 갓 자란 상추를 모조리 뽑아놓아 농장 관계자를 경악케 한 일은 돌이키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억이다.
어엿한 농군으로 거듭 태어난 엘드렌은 상추모종을 심는 단계부터 병해충 방제, 비료 살포시기, 수확법 등 농장의 모든 일이 머릿속에 들어있을 정도로 해박하다.
작물 관리용 트랙터 운전은 물론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작물 관리요령을 가르쳐줄 정도로 채소 관리에 관한한 자타가 공인하는 ‘일꾼’이다.
엘드렌이 낯선 한국생활과 농사일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데는 두리 농장 대표 김상식(45), 진민자(44)씨 부부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큰 힘이 됐다.
김씨 부부는 엘드렌을 이방인 노동자가 아닌 가족으로 보듬은 탓에 그가 실수할 때마다 꾸중대신 격려를 잊지 않았다.
농장의 안주인인 진씨는 “엘드렌이 누구보다 성실하고 일에 열정적이었기 때문에 칭찬보다 격려가 앞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같은 김씨 부부의 전폭적인 신뢰 덕분에 엘드렌은 절친한 형인 빈센트(34·Vincent)와 농장에서 함께 일하게 됐다. 두리농장에서 초창기에 함께 일했던 제이슨이 떠나면서 적잖은 외로움에 시달렸던 엘드렌이 빈센트를 직원으로 추천하자 김씨 부부가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진씨는 “우리가 가족 못지 않게 대해주지만 한편으론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때 마침 빈센트를 추천해 두말 않고 고용하게 됐다”며 “이젠 엘드렌 때문에 주위 농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추천할 정도다”고 말했다.
하지만 엘드렌과 김씨 부부가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는 언어장벽이다. 손에 익은 농사일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진솔한 대화로서 마음을 나누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엘드렌이 농사일과 달리 한국어를 배우는 속도가 느린 데다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필리핀 고유어인 ‘따갈로그어’로 의사를 표현하기 때문. 이런 사정 때문에 김씨 부부는 중요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경우 외국인 노동자 고용업무를 지원하는 산업인력공단 등에 통역을 부탁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엔드렌은 “김씨 부부와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 지 교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은 큰 문제가 아니다”며 “서로 흉금없이 대화할 수 있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농삿일처럼 한국말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윤영기기자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