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환차손
2008년 10월 05일(일) 23:59 가가
미국 워싱턴 소재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Smithsonian’s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에서 십수년 전에 실제 있었던 일이다. 정기 안전점검에서 이 박물관의 외벽이 주변 건물에 비해 빠르게 부식되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박물관 건물은 그 자체가 어느 진귀한 소장품 못지않게 보존가치가 큰 유물이었기에 박물관 관리팀은 부식의 원인을 찾는데 몰두했다.
조사 결과, 눈에 보이는 부식의 직접적인 원인은 비둘기의 배설물로 파악됐다. 유독 박물관 건물에만 많은 비둘기들이 모여 배설을 하는 원인을 찾아보니 나방, 거미 등 비둘기의 먹이가 되는 곤충들이 박물관 외벽에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물관 관리팀은 거액을 들여 건물 전체에 대대적인 방충작업을 마치고 이제 부식 문제를 해결했다고 안심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곤충들이 박물관 외벽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들 곤충을 잡아먹기 위해 비둘기들이 다시 박물관 옥상에 몰려들었다. 이번에는 보다 강력한 살충제를 사용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같은 현상이 되풀이 되었다. 관리팀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박물관 청소부들의 대화가 우연히 관리팀 직원의 귀에 들어왔다. “새벽에 박물관 청소를 하려 출근할 때마다 느끼는 건 데, 워싱턴 시내가 온통 어둠에 싸여 있을 때에도 우리 박물관만은 환하게 빛나더라구.”
그랬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은 주변 건물들이 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아침 7시보다 훨씬 빠른 새벽 5시에 점등했다. 어둠 속에서 유독 박물관 건물만 밝게 빛날 수밖에 없었다. 막 잠에서 깨어난 나방들은 그 빛에 끌려 박물관에 날아들었으며, 이 나방들을 잡아먹기 위해 워싱턴 시내의 온갖 거미와 큰 곤충들이 박물관 외벽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을 먹이로 하는 비둘기들이 박물관 옥상에 몰려와 포식하고 배설했던 것이다. 이후 박물관 점등시간을 오전 7시로 늦추는 간단한 조치를 통해 부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게 되었음은 짐작하는 대로다.
이 사례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와 경제의 많은 문제들에 있어 눈에 보이는 외부 요인만을 치유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원인은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예를 들어 우리 화폐의 대외가치 변화로 인한 손해, 즉 환차손(換差損) 문제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최근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손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년 전 낮은 금리에 이끌려 엔화 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원/엔 환율이 차입 당시보다 30% 이상 높아지면서 환차손이 금리 이득보다 훨씬 커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이 모두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우리 원화의 환율도 변동할 수밖에 없으므로 환차손이 발생할 위험은 상존한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환율 급등으로 인해 수입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만, 지난해 원화 환율이 하락하던 시기에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저하 등 다른 형태의 우려가 제기되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환차손의 원인을 투기세력의 환율 교란이나 금융회사의 고객 기만 등 기업 외부적 요인으로만 돌리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불빛을 보고 몰려드는 나방과 곤충들에게 살충제를 뿌리는 것과 같은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기업 스스로 환위험 관리능력을 배양하는 것만이 환차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수출입업자들은 환율 변동에 의한 손익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외화자금 입·출금 일정을 살피고 이에 대한 환위험 관리 계획을 수립하면서 거래 금융회사의 조언을 구하되, 외화거래에 있어 환차익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이면 우리 기업들도 환율시장이라는 정글에서 자신의 재산과 신용을 지켜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조기인 금융감독원 광주지원장
조사 결과, 눈에 보이는 부식의 직접적인 원인은 비둘기의 배설물로 파악됐다. 유독 박물관 건물에만 많은 비둘기들이 모여 배설을 하는 원인을 찾아보니 나방, 거미 등 비둘기의 먹이가 되는 곤충들이 박물관 외벽에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물관 관리팀은 거액을 들여 건물 전체에 대대적인 방충작업을 마치고 이제 부식 문제를 해결했다고 안심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곤충들이 박물관 외벽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들 곤충을 잡아먹기 위해 비둘기들이 다시 박물관 옥상에 몰려들었다. 이번에는 보다 강력한 살충제를 사용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같은 현상이 되풀이 되었다. 관리팀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박물관 청소부들의 대화가 우연히 관리팀 직원의 귀에 들어왔다. “새벽에 박물관 청소를 하려 출근할 때마다 느끼는 건 데, 워싱턴 시내가 온통 어둠에 싸여 있을 때에도 우리 박물관만은 환하게 빛나더라구.”
그랬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은 주변 건물들이 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아침 7시보다 훨씬 빠른 새벽 5시에 점등했다. 어둠 속에서 유독 박물관 건물만 밝게 빛날 수밖에 없었다. 막 잠에서 깨어난 나방들은 그 빛에 끌려 박물관에 날아들었으며, 이 나방들을 잡아먹기 위해 워싱턴 시내의 온갖 거미와 큰 곤충들이 박물관 외벽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을 먹이로 하는 비둘기들이 박물관 옥상에 몰려와 포식하고 배설했던 것이다. 이후 박물관 점등시간을 오전 7시로 늦추는 간단한 조치를 통해 부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게 되었음은 짐작하는 대로다.
이 사례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와 경제의 많은 문제들에 있어 눈에 보이는 외부 요인만을 치유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원인은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예를 들어 우리 화폐의 대외가치 변화로 인한 손해, 즉 환차손(換差損) 문제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최근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손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년 전 낮은 금리에 이끌려 엔화 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원/엔 환율이 차입 당시보다 30% 이상 높아지면서 환차손이 금리 이득보다 훨씬 커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이 모두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우리 원화의 환율도 변동할 수밖에 없으므로 환차손이 발생할 위험은 상존한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환율 급등으로 인해 수입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만, 지난해 원화 환율이 하락하던 시기에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저하 등 다른 형태의 우려가 제기되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환차손의 원인을 투기세력의 환율 교란이나 금융회사의 고객 기만 등 기업 외부적 요인으로만 돌리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불빛을 보고 몰려드는 나방과 곤충들에게 살충제를 뿌리는 것과 같은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기업 스스로 환위험 관리능력을 배양하는 것만이 환차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수출입업자들은 환율 변동에 의한 손익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외화자금 입·출금 일정을 살피고 이에 대한 환위험 관리 계획을 수립하면서 거래 금융회사의 조언을 구하되, 외화거래에 있어 환차익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이면 우리 기업들도 환율시장이라는 정글에서 자신의 재산과 신용을 지켜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조기인 금융감독원 광주지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