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것, 좋은 것, 바람직한 것
2008년 08월 10일(일) 23:59 가가
일반적으로 특별한 것은 좋고 우수하며 바람직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편적인 것보다는 특별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설렁탕 ‘보통’보다는 설렁탕 ‘특’이, 일반고교보다는 특목고교가, 일반 경제지역보다는 특별 경제지역이 더 선호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사회의 여러 가지 제도나 현상들을 꼼꼼히 분석해 보면 특별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거나 바람직한 것이 아닐 경우가 많다. 또한 부분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좋은 것이라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도 흔히 있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예를 몇 가지 찾아 보기로 하자. 먼저, 광주 시민의 숙원사업으로 추진 중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회계는 반드시 좋고 바람직한 것일까. 국가회계에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가 있으며 이중 특별회계는 ‘특별한 재원’으로 ‘특별한 사업’을 수행할 필요가 있을 때 설치하는 회계다. 세금을 주된 재원으로 국가의 대부분 사업을 운영하는 일반회계와 구분된다.
특별회계는 사업과 재원이 특정된다는 점에서 일반회계로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보다 더 선호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도 일반회계가 아니고 특별회계로 추진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었는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약 5조원 규모의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조달하느냐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다. 재원의 안정적 확보는 그 사업을 지키고 성공시키려는 투철한 의식으로 무장된 주체가 필수적이며 이 사업의 경우 국비 예산 확보의 주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되었어야 했다. 그래야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역사문화중심도시, 전통문화중심도시 등 이 사업과 유사한 다른 사업의 지원 소요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 사업에 확보되는 몫이 최대화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회계가 아닌 특별회계로 입법되면서 실질적인 국비 예산 확보의 주체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광주시로 바뀌게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내용을 입법 당시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에게 간곡히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회계를 더 좋은 것으로 인식하는 지역 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데 대해 지금도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특별한 것보다 일반적인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다.
다음으로 외면적으로는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반대인 예를 들어보자. 감세의 경우가 바로 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고 번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는 사람들의 비율은 약 50%에 불과하고 나머지 50%는 면세점 이하이거나 각종 공제 혜택 등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세금 인하와 관련된 논의가 있을 때 세금을 내지 않는 계층도 세금 인하에 찬성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의 정부 지출 내역을 보면 소득양극화의 심화,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복지 지출이 급격히 증가되고 있다. 감세로 인해 정부의 지출 여력이 줄어들게 되면 저소득층에 대한 각종 복지혜택을 삭감할 수밖에 없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는 계층이 자기에게 돌아올 결과는 생각지 않고 막연하게 세금은 인하할수록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하는 것은 씁쓸한 아이러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 대전 등 4개 광역 시·도에서 실시된 교육감 직선제 투표의 경우는 어떤 사례에 해당될까. 투표율은 모두 20%를 밑돌아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데, 불과 네 곳의 교육감을 뽑는데 들어간 선거 비용은 무려 7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이다.
우리 자녀들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데 사용되었어야 할 국민 세금 중에서 이 금액만큼 덜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깨닫게 된다면 과거의 선출 방식보다 직접 민주주의 방식에 더 부합하다는 이유만으로 교육감 직선제가 바람직한 제도라고 인정해 줄까?
겉으로 보기에 또는 부분적으로 보았을 때 특별하고 좋은 것이라고 해도 반드시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는 이 밖에도 우리 주변에 수없이 널려 있다. 대외 환경의 악화로 국민 삶이 어려워지는 여건에서 각종 제도나 정책들을 꼼꼼히 따져서 진정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정책 당국자들에게 기대해 본다.
/장병완 호남대 총장·전 기획예산처장관
하지만, 경제·사회의 여러 가지 제도나 현상들을 꼼꼼히 분석해 보면 특별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거나 바람직한 것이 아닐 경우가 많다. 또한 부분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좋은 것이라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도 흔히 있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예를 몇 가지 찾아 보기로 하자. 먼저, 광주 시민의 숙원사업으로 추진 중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회계는 반드시 좋고 바람직한 것일까. 국가회계에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가 있으며 이중 특별회계는 ‘특별한 재원’으로 ‘특별한 사업’을 수행할 필요가 있을 때 설치하는 회계다. 세금을 주된 재원으로 국가의 대부분 사업을 운영하는 일반회계와 구분된다.
특별회계는 사업과 재원이 특정된다는 점에서 일반회계로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보다 더 선호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도 일반회계가 아니고 특별회계로 추진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었는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약 5조원 규모의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조달하느냐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다. 재원의 안정적 확보는 그 사업을 지키고 성공시키려는 투철한 의식으로 무장된 주체가 필수적이며 이 사업의 경우 국비 예산 확보의 주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되었어야 했다. 그래야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역사문화중심도시, 전통문화중심도시 등 이 사업과 유사한 다른 사업의 지원 소요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 사업에 확보되는 몫이 최대화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회계가 아닌 특별회계로 입법되면서 실질적인 국비 예산 확보의 주체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광주시로 바뀌게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내용을 입법 당시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에게 간곡히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회계를 더 좋은 것으로 인식하는 지역 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데 대해 지금도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특별한 것보다 일반적인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다.
다음으로 외면적으로는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반대인 예를 들어보자. 감세의 경우가 바로 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고 번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는 사람들의 비율은 약 50%에 불과하고 나머지 50%는 면세점 이하이거나 각종 공제 혜택 등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세금 인하와 관련된 논의가 있을 때 세금을 내지 않는 계층도 세금 인하에 찬성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의 정부 지출 내역을 보면 소득양극화의 심화,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복지 지출이 급격히 증가되고 있다. 감세로 인해 정부의 지출 여력이 줄어들게 되면 저소득층에 대한 각종 복지혜택을 삭감할 수밖에 없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는 계층이 자기에게 돌아올 결과는 생각지 않고 막연하게 세금은 인하할수록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하는 것은 씁쓸한 아이러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 대전 등 4개 광역 시·도에서 실시된 교육감 직선제 투표의 경우는 어떤 사례에 해당될까. 투표율은 모두 20%를 밑돌아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데, 불과 네 곳의 교육감을 뽑는데 들어간 선거 비용은 무려 7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이다.
우리 자녀들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데 사용되었어야 할 국민 세금 중에서 이 금액만큼 덜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깨닫게 된다면 과거의 선출 방식보다 직접 민주주의 방식에 더 부합하다는 이유만으로 교육감 직선제가 바람직한 제도라고 인정해 줄까?
겉으로 보기에 또는 부분적으로 보았을 때 특별하고 좋은 것이라고 해도 반드시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는 이 밖에도 우리 주변에 수없이 널려 있다. 대외 환경의 악화로 국민 삶이 어려워지는 여건에서 각종 제도나 정책들을 꼼꼼히 따져서 진정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정책 당국자들에게 기대해 본다.
/장병완 호남대 총장·전 기획예산처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