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2008년 03월 16일(일) 19:20 가가
아침에 일어나 밤새 미국발 악재 뉴스가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미국증시가 어떻게 마감되었는지도 알아본다. 벌써 3월 중순이 가고 있는 데도 서브프라임 부실에 따른 파급효과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유가도 그렇다. 여기에다 곡물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속도는 가파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미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이제 실물경제까지 전이되어 미국과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미흡한 점이 있다.
먼저 부동산 경기의 침체가 왜 실물경제에까지 파급되는가. 둘째, 곡물과 원자재 가격은 왜 이렇게 오르는가. 셋째, 유가 상승은 2003년 이후 비교적 완만하게 이루어져 왔고, 세계경제가 1, 2차 오일 쇼크 당시보다 많이 튼튼해졌으므로 큰 걱정은 없을 거라 하더니 이게 웬 일인가.
지금부터 2년3개월 전 한국에서 있었던 일화의 한 토막이다. 필자는 세계 금값이 오르고 있고, 이는 1975년도에 붕괴된 브레튼우즈 체제로의 회귀 가능성처럼 보인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당시 필자의 이러한 궤변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했겠지만, 이 말의 뜻은 달러화의 약세, 유가의 상승, 원자재 가격의 상승, 국제 통화체제의 격변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필자의 의도는 이러했다. 금값의 상승은 달러화의 약세를 의미한다. 달러화 약세 정도가 심해지면 달러화의 결제통화 기능에 지장이 초래된다. 즉 세계 주요 무역 거래에서 달러화가 가지는 결제통화로서의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친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유로화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실물자산에 관심을 갖게 된다.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세계 유가는 종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지해오던 배럴 당 25∼27 달러의 박스권에서 탈출한다. 이것은 무슨 일인가. 중국 등 신흥개도국의 성장에 따른 수급의 문제로 보는 이도 있지만 100% 맞는 말은 아니다. 2% 부족한 핵심 논점은 OPEC의 공식 결제통화가 미 달러화라는 점이다. 달러화 약세면, 달러화로 결제되는 유가도 약세란 말이 된다.
산유국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당연히 유가는 달러화 약세 정도에 반비례해서 상승해야 한다. 그래야 수지타산이 맞다. 세계 주요 자원시장의 결제통화도 달러다. 그러니 원자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러던 차에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다. 달러화 약세 추세에 가속 페달을 밟는 효과다. 미국은 자본차입에 의한 성장경제다.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잘 이용하면, 그 프리미엄을 잘만 이용하면 자국의 경제성장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경제구조다.
2000년 IT 버블이 붕괴되면서 저금리를 바탕으로 투자처를 찾던 유동성은 주택시장으로 몰린다. 2004년 8월까지 미국 금리는 1%대에 머문다. 9월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2006년 5.25% 수준이 되자 마침내 서브프라임에 의한 주택 버블이 꺼지기 시작한다. 주택가격이 연일 오르면서 이를 담보로 빚을 내 소비하던 미국 가계의 부채는 크게 증가한다. 결국 빚을 갚지 못해 차압까지 당하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브프라임 피해 규모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대응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아닌지 걱정된다. 금융시장에 불확실성도 증가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미국의 자본차입 성장체제가 쌍둥이 적자 누적을 악화시켰고, 이런 와중에 유로화가 등장했다. 점차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유가 상승이 시작됐다. 미국경제는 IT 거품이 꺼지고, 2001년 9·11 테러로 비틀거리자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로 주택경기가 과열됐다. 내수가 경제성장의 73%를 담당한다. 금리가 5.25%에 다다르자, 거품이 터진다. 달러화 위상에 이상이 생긴다.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2천억 달러 추가 유동성을 풀고 있다.
하지만 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상승 기조를 유지한다. 소비자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글로벌 인프레이션 압력이 가중된다. 세계경제는 침체한다.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의 시나리오다.
한국경제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뚜렷하게 없다. 자원이 없으니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한다. 과학기술력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절약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경제학 박사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미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이제 실물경제까지 전이되어 미국과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미흡한 점이 있다.
먼저 부동산 경기의 침체가 왜 실물경제에까지 파급되는가. 둘째, 곡물과 원자재 가격은 왜 이렇게 오르는가. 셋째, 유가 상승은 2003년 이후 비교적 완만하게 이루어져 왔고, 세계경제가 1, 2차 오일 쇼크 당시보다 많이 튼튼해졌으므로 큰 걱정은 없을 거라 하더니 이게 웬 일인가.
지금부터 2년3개월 전 한국에서 있었던 일화의 한 토막이다. 필자는 세계 금값이 오르고 있고, 이는 1975년도에 붕괴된 브레튼우즈 체제로의 회귀 가능성처럼 보인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당시 필자의 이러한 궤변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했겠지만, 이 말의 뜻은 달러화의 약세, 유가의 상승, 원자재 가격의 상승, 국제 통화체제의 격변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필자의 의도는 이러했다. 금값의 상승은 달러화의 약세를 의미한다. 달러화 약세 정도가 심해지면 달러화의 결제통화 기능에 지장이 초래된다. 즉 세계 주요 무역 거래에서 달러화가 가지는 결제통화로서의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친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유로화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실물자산에 관심을 갖게 된다.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세계 유가는 종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지해오던 배럴 당 25∼27 달러의 박스권에서 탈출한다. 이것은 무슨 일인가. 중국 등 신흥개도국의 성장에 따른 수급의 문제로 보는 이도 있지만 100% 맞는 말은 아니다. 2% 부족한 핵심 논점은 OPEC의 공식 결제통화가 미 달러화라는 점이다. 달러화 약세면, 달러화로 결제되는 유가도 약세란 말이 된다.
산유국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당연히 유가는 달러화 약세 정도에 반비례해서 상승해야 한다. 그래야 수지타산이 맞다. 세계 주요 자원시장의 결제통화도 달러다. 그러니 원자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러던 차에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다. 달러화 약세 추세에 가속 페달을 밟는 효과다. 미국은 자본차입에 의한 성장경제다.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잘 이용하면, 그 프리미엄을 잘만 이용하면 자국의 경제성장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경제구조다.
2000년 IT 버블이 붕괴되면서 저금리를 바탕으로 투자처를 찾던 유동성은 주택시장으로 몰린다. 2004년 8월까지 미국 금리는 1%대에 머문다. 9월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2006년 5.25% 수준이 되자 마침내 서브프라임에 의한 주택 버블이 꺼지기 시작한다. 주택가격이 연일 오르면서 이를 담보로 빚을 내 소비하던 미국 가계의 부채는 크게 증가한다. 결국 빚을 갚지 못해 차압까지 당하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브프라임 피해 규모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대응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아닌지 걱정된다. 금융시장에 불확실성도 증가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미국의 자본차입 성장체제가 쌍둥이 적자 누적을 악화시켰고, 이런 와중에 유로화가 등장했다. 점차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유가 상승이 시작됐다. 미국경제는 IT 거품이 꺼지고, 2001년 9·11 테러로 비틀거리자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로 주택경기가 과열됐다. 내수가 경제성장의 73%를 담당한다. 금리가 5.25%에 다다르자, 거품이 터진다. 달러화 위상에 이상이 생긴다.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2천억 달러 추가 유동성을 풀고 있다.
하지만 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상승 기조를 유지한다. 소비자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글로벌 인프레이션 압력이 가중된다. 세계경제는 침체한다.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의 시나리오다.
한국경제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뚜렷하게 없다. 자원이 없으니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한다. 과학기술력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절약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경제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