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달 본란을 통해 중국의 남방사람과 북방사람이란 제목으로 중국 문화의 한 측면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중국문화 산책의 연장선에서 언어와 언어 사용, 건축양식, 문학과 예술, 음식문화 등을 비교하면서 중국 남방과 북방의 문화적 차이를 살펴본다.
언어를 보면 북방의 언어는 비교적 획일적인데 비해 남방의 언어는 매우 번잡하다. 동북부에 위치한 흑룡강성 사람이 3천 여㎞ 떨어진 서북부의 감숙성에 가도 언어가 거의 비슷해 의사소통에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남방의 언어는 정반대다. 상해 방언과 녕파(寧波) 방언은 서로 다른 외국어와도 같아 표준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 상해와 녕파의 거리가 300㎞도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상해에서 100㎞ 떨어진 소주의 방언도 상해 방언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소주 방언을 모르는 상해 사람들은 소주 아낙네들이 싸우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서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이니 그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남방의 언어는 방언이라기보다는 외국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남방 각 도시의 학교와 호텔, 상점 등 공공장소에는 ‘보통말(표준어와 비슷한 개념)을 씁시다’란 문구들이 눈에 띄는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언어 사용에서도 남방사람들은 완곡한 표현을 쓰지만 북방사람들은 직설적인 표현을 좋아한다. 북경의 택시 기사들은 외지 손님들이 북경의 발전에 대해 칭찬을 하면 득의양양해서 “발전이 참 대단하지요. 다음에 오시면 더 몰라보게 변할 겁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상해의 택시 기사들은 이런 칭찬을 들으면 북경 사람들과는 달리 "뭘요, 이게 모두 전국 국민이 도와준 덕분이지요.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려야지요"라고 말한다.
건축에도 차이가 난다. 남방의 원림건축은 소주의 졸정원에서 보듯 내외의 공간이 서로 통해 있지만 북방의 원림건축은 내외 공간 계선이 분명하다. 북경의 이화원처럼 도시의 일반 건축물도 남방에서는 개성이 분명하지만 북방의 건축물들은 천편일률적이다.
북방에서 가장 큰 도시인 북경의 건축물만 보아도 하나같이 벽돌을 세워놓은 듯 네모 반듯하다. 그러나 상해의 건축물은 원형, 삼각형, 능형 등 각양각색의 건축물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고 있다. 북경 중앙민족대학의 한 교수는 두 지역의 건축물을 비교 평가하면서 “상해에는 수많은 설계사들이 있는데 반해 북경에는 설계사가 한 사람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도심의 도로도 중국 남방에선 자연 지리를 살려 구불구불하게 설계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북방에선 자로 금을 긋듯 곧고 네모 반듯하게 설계하고 있다.
문학예술도 남방문학은 소(騷), 즉 굴원의 이소(離騷)를 대표로 하는 문체의 하나인 소체(騷體))로 특징지을 수 있다. 반면 북방문학은 풍(風)(시경에 ’국풍(國風)’이란 말이 있는데 민가를 뜻함)으로 특징지어진다. 남방의 곡(曲)은 명주실을 잣는 듯하고 북방의 곡(曲)은 총을 연발하는 듯하다. 유명 연예인 중에 여성은 남방 출신이 많고 남성은 북방 출신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는 것 같다.
음식도 확연히 다르다. 남방사람들은 쌀밥을 주식으로 하지만 북방사람들은 가루 음식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 남방 음식은 단 것이 특징이고 북방 음식은 짠 것이 특징이다. 남방과 북방의 음식 문화는 그 질과 양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방요리는 질로 승부를 하는 것 같고 북방요리는 양으로 승부하는 것 같다. 남방 요리는 양이 적은 대신 매우 깔끔한 것이 특징이지만 북방의 요리는 양은 많지만 깔끔하지 못하다.
음식을 고르면서도 남방사람들은 영양가를 많이 따지지만 북방사람들은 양을 중시하는 편이다. 북방사람들은 대파를 와작와작 깨물어 먹지만 남방사람들은 쪽파를 잘게 썰어 음식 맛을 낸다. 북경사람들은 지금도 “상해 사람들은 재래시장에서 쪽파를 사도 한 두 뿌리씩 사고, 양고기 샤브샤브를 먹어도 열 사람이 겨우 1kg밖에 주문하지 않는 구두쇠”라고 비웃기 좋아한다.


/강은국 중국 푸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