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한국경제의 과제
2007년 12월 09일(일) 19:15 가가
대선 후보들의 유세전이 한창이다. 내년 2월 말이면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책임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지난 20여년간 우리는 정치·경제·사회 등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10년 전인 지난 1997년에는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를 맞았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하루아침에 생이별을 감내해야 했던 가정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 후유증은 지금도 지하철역 주변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다시 10년을 거스르면 1987년이다. 20년이 지났으니,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수 있지만 ‘박종철’, ‘이한열’하면 ‘6·29선언’이 쉽게 떠오를 것이다. 거리에 물결처럼 넘친 민의는 민주화였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경제적으로는 뒷걸음질을 한 것이다. 당시의 경제적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우리 경제는 예기치 못한 자그마한 변수에도 화들짝 놀라고 있다.
최근의 대외 경제환경은 사면초가(四面楚歌)나 다름없다. 우선 미국 달러화의 약세다. 미국시간으로 오는 11일 미 연방은행의 공개시장위원회가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0.25% 인하 확률이 60%, 0.5% 인하 확률이 40%다. 미국 금리인하는 곧 달러화 약세를 말한다. 아마 내년 1월부터는 달러당 환율이 890대를 기웃거릴 것 같다.
고유가도 걱정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주 모임에서 증산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이란의 핵개발로 미-이란간 긴장이 고조될 경우, 중동 원유의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석유 감산 등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문제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내년 8, 9월 중 확대 재생산될 경우 일시에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다는 것이다.
곡물가격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당장 밀 수입가격 상승은 국내 소비자물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국민들의 지갑은 더 얇아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대외 경제여건이 새 정부가 극복해야 할 과제의 전부는 아니다. 단순히 경제성장률을 4∼5%대에서 6∼7%로 올리는 것은 듣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반갑지 않다. 새 정부는 더 멀리, 더 높이 보고 웅대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첫째, 정책의 일관성과 시스템 구축이다. 정권에따라 바뀌는 정책은 임시방편의 술책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장기발전전략 차원의 정책이다. 지속적으로 개발, 발전되야 할 경제정책은 후임 정부가 반드시 승계해야 정부와 국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부동산 정책이다.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경제의 성장, 고용, 교육 문제 등 시스템의 문제다. 조각조각인 누더기 정책을 지양하고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둘째, 10년 이상 지속될 국가전략과 비전을 내놓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친미, 친중, 좌파, 우파 등 4색당파 식으로 국론이 더 이상 분열돼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놓고 격돌할 때 한반도의 미래는 누가 결정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강대국의 힘의 논리를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유토피안적 이상주의에 국민을 내몰아서도 안 된다. 정치권은 중국과 인도가 거세게 추격해오는 냉엄한 현실에서 최소한 사소한 정쟁만큼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리더십을 보이면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 기업이 열심히 땀을 흘려 글로벌경쟁에서 앞서 나가면 존경과 경의를 보여야 한다. 일방적 짝사랑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정부와 기업도 신뢰를 쌓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 국민들에게 화답해야 할 것이다.
서로가 ‘사느니 못사느니’ 다투어 온 날이 많아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손을 맞잡으면 서로의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꿈은 소박하다. 소박한 꿈을 거창한 현실로 만들어주겠다는 약속 따위는 필요 없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하나씩 찬찬히 실천해가면 국민의 꿈은 창해(滄海)만큼이나 무궁해질 것이다.
곽수종〈삼성경제연 수석연구위원·경제학 박사〉
지난 20여년간 우리는 정치·경제·사회 등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10년 전인 지난 1997년에는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를 맞았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하루아침에 생이별을 감내해야 했던 가정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 후유증은 지금도 지하철역 주변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다시 10년을 거스르면 1987년이다. 20년이 지났으니,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수 있지만 ‘박종철’, ‘이한열’하면 ‘6·29선언’이 쉽게 떠오를 것이다. 거리에 물결처럼 넘친 민의는 민주화였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경제적으로는 뒷걸음질을 한 것이다. 당시의 경제적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우리 경제는 예기치 못한 자그마한 변수에도 화들짝 놀라고 있다.
최근의 대외 경제환경은 사면초가(四面楚歌)나 다름없다. 우선 미국 달러화의 약세다. 미국시간으로 오는 11일 미 연방은행의 공개시장위원회가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0.25% 인하 확률이 60%, 0.5% 인하 확률이 40%다. 미국 금리인하는 곧 달러화 약세를 말한다. 아마 내년 1월부터는 달러당 환율이 890대를 기웃거릴 것 같다.
고유가도 걱정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주 모임에서 증산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이란의 핵개발로 미-이란간 긴장이 고조될 경우, 중동 원유의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석유 감산 등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문제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내년 8, 9월 중 확대 재생산될 경우 일시에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다는 것이다.
곡물가격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당장 밀 수입가격 상승은 국내 소비자물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국민들의 지갑은 더 얇아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대외 경제여건이 새 정부가 극복해야 할 과제의 전부는 아니다. 단순히 경제성장률을 4∼5%대에서 6∼7%로 올리는 것은 듣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반갑지 않다. 새 정부는 더 멀리, 더 높이 보고 웅대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첫째, 정책의 일관성과 시스템 구축이다. 정권에따라 바뀌는 정책은 임시방편의 술책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장기발전전략 차원의 정책이다. 지속적으로 개발, 발전되야 할 경제정책은 후임 정부가 반드시 승계해야 정부와 국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부동산 정책이다.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경제의 성장, 고용, 교육 문제 등 시스템의 문제다. 조각조각인 누더기 정책을 지양하고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둘째, 10년 이상 지속될 국가전략과 비전을 내놓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친미, 친중, 좌파, 우파 등 4색당파 식으로 국론이 더 이상 분열돼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놓고 격돌할 때 한반도의 미래는 누가 결정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강대국의 힘의 논리를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유토피안적 이상주의에 국민을 내몰아서도 안 된다. 정치권은 중국과 인도가 거세게 추격해오는 냉엄한 현실에서 최소한 사소한 정쟁만큼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리더십을 보이면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 기업이 열심히 땀을 흘려 글로벌경쟁에서 앞서 나가면 존경과 경의를 보여야 한다. 일방적 짝사랑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정부와 기업도 신뢰를 쌓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 국민들에게 화답해야 할 것이다.
서로가 ‘사느니 못사느니’ 다투어 온 날이 많아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손을 맞잡으면 서로의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꿈은 소박하다. 소박한 꿈을 거창한 현실로 만들어주겠다는 약속 따위는 필요 없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하나씩 찬찬히 실천해가면 국민의 꿈은 창해(滄海)만큼이나 무궁해질 것이다.
곽수종〈삼성경제연 수석연구위원·경제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