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다양한 유형의 소수자 집단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책 내지는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국제결혼을 통해 형성된 다문화 가정의 결혼 이주 여성이나 그 자녀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한국어교육 프로그램의 도입과 문식능력(文識能力), 곧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회계층을 위하여 한글을 가르치는 문해교사(文解敎師) 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이 그 좋은 예라고 할 것이다.
소수자 집단이라 함은 문자 그대로 다수가 아닌 소수로 이루어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말한다. 하지만, 모든 소수가 다 보호를 받아야 할 약자가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정치·경제·문화적 측면에서 어떤 식으로든 소외되어 있는 계층이나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든, 우리 사회가 그와 같은 소수자 혹은 소외계층을 위해 따뜻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상당한 정도의 예산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역량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른바 복지 사회로의 전환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삶과 건강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능의 수행을 요구하는 바, 그러한 제도적 기능의 발휘를 통해 우리 국민 모두가 자신의 능력과 자아를 최대한 계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여러모로 다행스럽다.
문제는 결코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는 복지정책들이 졸속행정으로 인한 업적주의로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예산만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게 될 우려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요즈음 각 지자체들에는 다문화 가정의 지원을 위해 상당히 많은 예산이 확보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예산의 집행이 어떠한 순서로, 무엇을 위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행정가들의 고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사실, 국제결혼 이주 여성들이 가정에서 그리고 그 가정이 속한 사회공동체에서 자신들이 꿈꾸던 행복하고 윤택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주 여성들보다도 그들을 신부로, 며느리도 받아들인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그들이 누구인가를 이해시키는 일부터 선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모국어가 어떠한 특성을 갖는 언어이며, 그들을 키워낸 역사와 문화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우리말과 문화에 대한 적응만을 강요하는 것은 결혼 이주 여성들의 편에서 보면 엄청난 사회적 폭력이 아닐 수 없다.
상호 이해가 아닌 일방적 동화의 강요, 이는 그들로 하여금 개인적 정체성은 물론 민족적 정체성마저 잃게 하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편과 시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교실을 운영하는 일은 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와 문화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그동안 주로 자원봉사에 의존해 온 한국어교실의 운영에 있어서도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질 높은 한국어교육을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전문적인 한국어 교사들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한국어교실이나 지역 내의 대학과 연계한 전문적인 교사 양성과정의 개설 및 운영 등이 시급하다.
급하니까 우선 하고 보자는 식의 행정은 곤란하다.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인력에만 의존하게 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교육 대상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사회적으로 아까운 예산을 낭비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자원봉사자들로 하여금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갖도록 하는 여러 가지 연수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한편, 새로운 교사의 양성과 확보를 위한 대책 또한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은 모두 행정 전문가들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바, 모름지기 고민 많은 행정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강희숙〈조선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