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지성의 쟈크 라캉이나 르네 지라르의 이론들을 보면 욕망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다른 중개자를 내세우고 함께 파멸하는 욕망의 삼각형 구조로 뉴스가 뜨겁다. 욕망의 정치학적 담론이 어느 때보다도 리얼한 요즈음이다.
마이클 폴란의 ‘욕망하는 식물학’에서 보면 식물들은 종족 번식을 위해서 특정한 동물을 유인해 자신의 유전자를 전파한다. 아름다운 색과 달콤한 꿀로 벌과 나비를 유혹해 유전자를 퍼뜨린다. 사과는 달콤한 맛으로 사람을 유혹해 카자흐스탄 산골짜기에서 세계 방방곡곡으로 자신의 종족번식의 욕망을 성취해내기에 이른다. 사람이 식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영리한 식물들의 욕망이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해온 식물사(植物史)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 움직이는 동물을 조정해서 마음대로 공간이동을 해왔다는 것이다. 욕망이 진화의 원동력이 되는 매커니즘이다.
그림이나 문학 등 예술작품들은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도 한다. 욕망의 연금술이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의 잭 캔필드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브 코비는 6만 시간 이상을 리더십, 영혼, 성공 등의 단어에 투자해 욕망을 성취한 사람들이다. 욕망의 연금술은 재주를 부려 되는 것이 아니라 피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이다.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이 없었다면 비행기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바다를 건너고 싶은 욕망이 기원 전 5천년 이집트에서 파피루스 나뭇잎을 엮어 만든 갈대 배를 최초로 만들게 했다. 욕망이 잠수함을 만들어냈으며 컴퓨터를 발명했다. 욕망은 현대산업사회를 만들어낸 원동력이며, 현재진행형이다. 욕망의 연금술이며 긍정적 시점이다.
어디까지 갈지,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모르는 욕망의 미로다. 불확실한 미래는 자신도 모르는 새 진행되는 내면의 욕망이 찾아가는 미지의 종착역이다.
사랑과 닮아서 욕망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지치고 피곤해 하지만 욕망은 오히려 갈수록 커지고 강해진다.
아귀로도 비유된다. 커다란 배에 바늘같이 가느다란 목을 가진 형상으로 항상 배가 고파 고통을 받는 모습이다. 그 모습이 너무나 절망적이고 참혹해 보여 중생들은 아귀가 되지 않으려고 욕망을 버리는 수행을 할 수밖에 없다. 욕망의 부정적 시점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몸을 싣고 욕망의 거리를 달리는 모습이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50여 년 전 뉴욕 베리모어 초연으로 유명해진 테네시 윌리암스는 욕망과 현실의 간극을 내면 심리에 접근해 세계적 명작을 만들어냈다.
“인생이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노벨상 작가이며 퓰리처상을 4번이나 수상한 유진 오닐의 말이다. 그의 ‘느릅나무 밑의 욕망’이라는 작품이 한 때 유행했다. 가족들을 통해 욕망의 구조를 보여준 작품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다른 가족에게 상처를 준다. 욕망이, 가장 믿을 수 있고 가장 사랑해야 할 가족을 해체하는 칼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찢고 찢기는 대선 후보들의 행렬을 보면서 요즈음은 소시민이어서 참 다행이라는 이솝 우화의 포도밭을 지나가던 여우의 우의적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 높이 달려 못 먹는 게 아니라 시어서 안 먹는다는 논리다. 욕망의 정치학이나 경제학에서는 연금술이 불가능한 것인가. 욕망의 순도를 낮추어서 욕망의 다른 이름인 소망이나 희망으로 생명성을 찾을 수는 없을까.
고전이 진리라고 했다. “자신의 욕망을 극복하는 사람이 강한 적을 물리치는 사람보다 위대하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김유선〈여성문제연구회장·장안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