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희망 전한 ‘광주 정신’ 경이로웠죠”
2024년 12월 16일(월) 19:30
독일·한국서 출판사 운영하는 한미경 ‘하늘 퍼블리싱’ 대표
광주 노벨상 기념식 참석…그림책 ‘무시무시한 용’ 500권 기증
“5·18 용감한 시민·한강 작가 낳은 ‘광주의 예술혼’ 존경스러워”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출판사 ‘하늘 퍼블리싱’을 운영하고 있는 한미경(53) 대표는 12월 초 업무 차 한국을 찾았다 계엄령을 선포한 대통령과 에 맞선 시민들을 보았다. 독일에서 18년을 살면서, 한국보다 훨씬 더 복잡한 민족, 인종, 국가, 종교 간의 갈등을 경험해 왔던 그는 7일과 14일 여의도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하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놀랍게도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어떤 영웅이 출현해 칼과 화살로 무시무시한 용을 없애 줄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은 제 책에 등장하는 벌처럼 촛불로 대한민국 전체를 담요처럼 덮어 밤을 밝혔어요. 그곳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다시 피부 가까이 체험하며 제 마음에 큰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준 대한민국의 시민들에게, 무엇보다 빛고을 광주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기증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한 대표는 자신의 출판사에서 펴낸 그림책 ‘무시무시한 용’(아니나 홀처 글·그림, 한미경 번역) 500권을 광주 지역 어린이들에게 기증했다. 그림책은 인제·금빛나래·늘기쁜 지역아동센터와 대한독서문화예술협회, 색동회, 월광교회 유치부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달될 예정이다.

한 대표가 광주에 책을 전달하기로 마음 먹은 또 하나의 계기는 10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축하행사 ‘광주에서 온 편지’에 참여해 느꼈던 감동 때문이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강연, 엄마의 위로같은 시낭송, 시극, 시민들 참여 행사 등 오후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이어진 행사에 온전히 몰입했던 그는 호텔로 돌아가서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름다움이란 것이 얼마나 놀라운 힘인가 다시 한 번 경험했어요. 이런 광주, 그러니까 아주 오랜 세월부터 광주라는 도시에 흐르는 예술혼이 5·18민주화운동을 한 용감한 시민들을 낳고, 한강이란 작가를 낳고, 또 이제 그 힘을 지구 전체에 상처받고 억압받는 생명들이 있는 곳에 희망을 전파하는 것이란 깨달음이 오자, 제 마음 깊은 곳에서 아주 커다란 존경심이 솟았습니다. 이 세상에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순수하고 맑은 기운이 온 도시를 감싸고 있었죠.”

한 대표는 지난 14일 탄핵이 결정된 서울 여의도 집회에서 만난 아이들에게도 그림책을 나눠 주었다.

“온 세상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모든 생명체에게 고통을 주는 무시무시한 용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요. 하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요. 우리가 든 촛불은 여리고 작은 불빛이어서 더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내 손안에 촛불 하나를 밝히는 것을 넘어 자기 영혼을 진실됨과 사랑함으로 가득 채우고자 하는 조용한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또 거대한 어둠에 속하기보다, 작은 빛이 되고자 하는 단호한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용기와 결단은, 이것을 지켜본 어린이들 마음 속에 온전히 흡수되었을 거예요.”

그는 아이들이 있기에 우리의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있었던 그 어린이들은 분명히 이 그림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것처럼, 숨을 거둔 용이 하늘의 별자리가 되어 자신의 날개로 만들어진 초원에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고 그 위에서 어린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는 세상, 파괴와 갈등이 극복된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 아주 기분 좋은 향기로 가득한 새 지구로 변화시켜 줄 것입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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