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집-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2023년 07월 14일(금) 00:30
“지구의 심각한 위기에 맞서 공동의 집을 위해 일합시다.” 2015년 6월 18일 교황 프란치스코는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하였고, 한국 천주교회는 같은 해 9월 1일자로 한국어판을 펴냈다. 한국어판 제목은 ‘찬미받으소서’, 부제는 ‘공동의 집을 돌보는 회칙’이다.

교황은 회칙에서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으로 기술 만능 주의와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차원의 대화와 생태 교육을 촉구하고 있다.

교황은 현재 지구에 나타나는 생태 위기에 주목하면서 지구가 겪는 고통이 우리 자신의 고통으로 인식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기 위해서 “공동의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라고 묻기까지 한다. 그래서 가톨릭 신자들은 이 교황의 회칙과 함께 환경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자신의 소비와 욕심을 들여다보면서 발전과 풍요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자연이 파괴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 보호와 파괴 방지에 대한 노력이 몇 사람의 노력이나 한 종교의 힘만으로 가능한지 묻고 싶다. 지구, 공동의 집에 함께 사는 모두가 인지하고,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공동의 집인 지구의 환경에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다르다는 것은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고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보호해야 할 자연의 선물을 독점하는 것도 아니다. 만일에 소유와 경쟁의 시선에서 순위를 정하고 자연의 선물을 몇 사람의 전유물로 생각한다면, 자연은 이제 더 이상 선물이 아니라 착취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누구는 자연의 선물을 누릴 수 있고 누구는 누릴 수 없다는 것은 서로를 분리하고, ‘다르다’는 것이 ‘틀리다’는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이 개념의 변질은 차별과 폭력의 시작이고, 소외 현상이 당연시되는 사회를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취급되어도 할 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나’를 인정해 주는 상호성이 내재해 있는데, 이게 바로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후쿠시마 핵폐기물 오염수 방류가 초미의 관심사다. 신안군의 한 성당에서 사목하는 후배 사제가 “내가 소금장수가 돼 버렸네”라는 말을 했다. 심지어 어머니로부터 “우리 집도 사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전화를 받고 천일염 사재기가 피부에 와닿았다. 모두 불안하고 걱정하면서 분노하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물질과 돈, 천박한 자본주의 시각에서 해결할 수 없다. 무엇으로도 살 수 없으며 파괴되면 회복되기 어려운 자연이기에, 더는 악화되지 않고 보호하는 것이 지금 세대의 의무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환경 보호가 의무와 사명이 아니라면, 우리 삶의 저하는 물론 사회가 붕괴할 것이고 불평등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인류에게 도움을 주었지만, 이제는 인류의 모든 관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결과에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중에 누구는 인류와 모든 생태계, 심지어 지구와 우주까지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공동의 집에 함께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이기심 때문에 우리는 지구의 수호자, 관리인으로서 책임을 지는 데 실패했다”고 개탄하였고, 생태계의 파괴는 인류를 파괴할 것이기에 생태계를 형제·자매로 여기고 돌보며 함께 살아가자고 강조했다. 공동의 집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호소한 것이다. 그러면서 “하느님은 언제나 용서하시고, 우리 인간은 가끔 용서한다. 하지만 지구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스페인어 격언도 말씀하신다.

각자가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보았으면 한다. 편안하고 안전하며 풍요로운 삶을 원한다, 그렇다면 내가 이웃과 함께 어떻게 살아야 공동의 집에서 함께 할 수 있는지 묻고 그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실천해야 공동의 집을 돌볼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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