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M 퇴근 오후 4시30분… 소비자 대기 시간 1년
2025년 06월 30일(월) 19:45
광주글로벌모터스 노·사 갈등에 교대 근무 못해 공장 문 일찍 닫아
캐스퍼 35만대 생산 목표 차질 … 소비자 오랜 대기에 구매 포기도

광주글로벌모터스 직원들이 지난 30일 퇴근 시간인 오후 4시 30분이 되자 공장 정문을 나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1.“고생하셨습니다. 집에 갑시다!”

30일 오후 4시 30분, 광주시 광산구 빛그린산단의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 정문 앞으로 작업복 차림의 직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오전 7시 30분부터 이어진 근무 시간이 끝나자 직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다른 완성차 공장은 교대 근무에 한창일 시간이었지만, 오후 4시 50분이 넘어가자 공장 안팎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적막 속에 잠겼다.

#2. 같은 날 광주시 광산구에 사는 김혜린(여·31)씨는 캐스퍼를 구매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가솔린은 14개월에서 22개월, 전기차는 13개월에서 2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공지를 보고 구매를 포기했다.



전국 최초의 노·사·민·정 상생형 일자리 모델로 출범한 GGM이 장기화된 노사 갈등 속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노동조합 설립과 교대제 도입 문제를 둘러싼 내부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GGM은 생산 효율 저하, 공급 지연, 수주 불확실성 등 복합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GGM에 따르면 누적 생산 목표 35만대 생산 전까지 임금과 근로 여건 등을 노사상생협의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노조 설립과 활동이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노조 반대로 2교대 근무 체제가 도입되지 못하면서 현재까지도 단일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8시간 근무 체제다.

GGM은 현대자동차로부터 위탁받아 캐스퍼(내연기관·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교대제가 없어 생산량이 제한돼 내수 공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출범 초기 5만대(가솔린)로 설정됐던 내수 목표 물량은 올해 1만 3000여대(가솔린 9100대·전기 4800대)로 예상되고 있다.

내수 물량 축소는 캐스퍼가 유럽 시장에서 호응을 얻으며 수출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교대 근무 부재로 내수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일부 노조원을 제외한 다수의 직원들은 교대 근무 부재와 반복되는 특근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회사 설립 목적에 반하는 노조 활동으로 인해 경영이 흔들리는 데다 교대 근무가 없어 화·목요일 연장 근무와 한 달에 세 번의 토요일 특근까지 이어지는 현실에 피로감이 높아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5년 차 A씨는 “급여나 복지 등 GGM 설립 당시 약속했던 것에 못 미치는 것들이 있어 노조 활동을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교대제 부재에 따른 생산 차질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2년 차 B씨는 “노조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직원도 있었고, ‘노조가 안 생겼으면 이미 2교대로 전환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목표 대수를 달성하면 임금 협상 등 직원 입장에서 메리트가 있을 수 있는데 노조가 브레이크를 걸고 있어서 아쉽다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GGM 안팎에서는 노사 갈등과 이어진 대기 물량 등 당면 과제를 넘지 못하면 노·사·민·정의 약속으로 출발한 ‘광주형 일자리’는 결국 ‘실현되지 못한 실험’으로 남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GGM 관계자는 “캐스퍼의 국내외 수요는 충분한데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해 소비자들이 경쟁 차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2교대 전환을 통해 누적 생산 35만대까지 자체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2교대 운영이 가능할 정도의 생산 물량이 확정되면서 2교대 논의가 이뤄졌지만 노조의 쟁의조정 신청과 파업 결의로 중단됐다”며 “올해 내수 물량 계획이 지난해 4만 2000여대에서 1만 3900대 수준으로 축소되는 등 고객사인 현대차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GGM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GGM 취업 규칙상 2교대로 전환했다가 생산량에 못 미치면 직원들이 무급 휴직 대상자가 될 수 있어 일단 특별팀(TF) 구성을 제안한 것”이라며 “올 들어 주문 대기 물량과 예상 생산 물량이 2교대 전환의 최소 물량(7만대 이상)을 웃돌면서, 최근 현대차 본사를 찾아 2교대 전환을 요구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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