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밥상 공유하며 사람과 사람 이어줍니다”
2025년 06월 30일(월) 20:35
도시 농부·비건 요리 작업자 유이랑씨
토종학교서 재료 공부…채소·곤약 초밥 등 요리
광주시 청소년삶디자인센터 ‘모두의 부엌’ 기획

도시농부이자 비건 요리 작업자 유이랑씨.

토종쌀 버섯 리조또, 토종감자 뇨끼, 앉은키밀 키슈, 오디가 올라간 푸딩.

지난달 24일 광주시 청소년삶디자인센터(이하 삶디) ‘모두의 부엌’에서 열린 ‘소농의 밥상’ 참석자들이 함께 나눈 음식이다.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요리를 담당한 이는 도시 농부이자 비건 요리 작업자인 유이랑(25)씨. 그는 곡성 청년농부 자영씨가 생산한 토종쌀과 토종감자로 맛깔스런 비건 음식을 만들었다.

유 씨가 비건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 2022년부터다. 평소 동물권과 환경문제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그는 코로나 이후 건강 문제로 병원에서 채식을 권유받게 됐고, 요리에 흥미를 갖고 있던 터라 직접 다양한 비건 요리를 만들어보자 생각했다.

“비건 지향이 되면서 아무래도 함께 밥을 먹는 기회가 줄더군요. 서로의 관계성이 끊기고 있다고 느끼던 차에 함께 식사하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밥상을 공유하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작은 역할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비건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삶디의 공유부엌 실험 프로젝트였고, 비건 요리를 만들어 사람들과 나눠 먹으며 관계성이 회복되는 기분을 느꼈다. 이후 유 씨는 비건 음식 작업자라는 이름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개최하거나 팝업 매장을 열고 장터에 나가 디저트를 판매하기도 했다.

비건탐식단과 함께 했던 ‘먹는데 이런 얘기 하지말까(이런 얘기 프로젝트)’는 그가 즐겁게 작업했던 기획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지역 활동가들을 초청해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 프로그램으로 파프리카 등을 활용한 채소초밥과 곤약초밥은 큰 인기를 끌었다. 또 동구청이 진행한 ‘광주문화유산 야행’ 프로그램에서 판매한 여행 숙박 패키지의 ‘비건 조식’도 인기가 많았다.

지난해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가 운영하는 토종학교에 1년간 다녔던 일은 비건 요리 작업자인 그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비건 요리를 하다보면 재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고민도 커집니다. 1년간 직접 작물을 키우면서 내가 요리하는 재료가 어떻게 생산돼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으로 올라오게 되는지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토지 개간 방식 등 다양한 사항도 고려하게 되죠. 비건을 지향하고, 비건 요리를 하며 저의 세계는 그만큼 넓어지고 새로운 세계를 만났습니다. 토종씨앗과 작물 등 모르고 살았을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유 씨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비건 요리를 만들고 실험하는 과정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크림 맛을 내기 위해 캐슈넛을 물에 불려 갈아 쓰거나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 때 계란 대신 두부를 볶아서 사용하는 등 재료적 특성과 질감 등을 고려해 음식을 만든다. 그는 여름 비건 요리로 깻잎 페스토 냉 파스타와 마늘쫑 덮밥을 추천했다.

“누군가와 나누고 싶고, 서로의 관계성을 회복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요리를 시작했어요. 비건 요리작업자이자 활동가로 일하며 스스로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제 요리가 단순히 돈을 주고 구입하는 상품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음식과 사람의 삶은 떼어낼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지난달부터 삶디에 소속돼 모두의 부엌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청소년들과 요리로 소통하고 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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