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중한 이웃, 이주민-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2023년 06월 15일(목) 23:00
임동 주교좌성당 근처 서림 초등학교 교문 앞 분식집을 지나갈 때면, 김밥과 떡볶이 그리고 어묵이 먹고 싶어진다. 그러나 혼자라 그냥 지나치기가 일쑤지만 맛있는 상상을 한다. 특히 김밥 속에 들어있는 단무지와 햄의 조화가 입안에서 느껴질 때의 만족감과 얇은 김의 독특한 향, 참기름의 하모니를 상상해 본다. 갑자기 이런 기사가 떠오른다. “양식장에 이주 노동자 없으면 ‘김 없는 김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였다.

필자는 광주 지역에서 이주민 사목을 담당하고 있어 실감할 수밖에 없는 기사다. 그러면서 ‘비단 김밥만이 아닐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농어촌의 시설 재배와 양식장에 필요한 노동력은 이주민들의 기여도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불법 체류자 집중 단속 기간이었다. 파종과 재배 그리고 수확까지 종사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많은 수가 불법 체류자라 현장에서 많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불법 체류 외국인에 대한 정부 합동 단속이 농어촌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농어촌에서는 대안 없는 집중 단속에 일손이 부족하여 속이 타고 발만 동동 구르며 속앓이한다.

자영업과 음식점들도 마찬가지다. ‘KBS 시사 저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미등록 외국인 단속의 역설’이 방영되었다. 출연했던 어느 농협 조합장의 말에 울림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 그 불법 노동자들이 한 농산물을 그동안 먹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불법 노동자가 지은 농산물은 불법 농산물이냐 이거죠.” 이 프로그램을 보셨던 선배 신부님도 답답하고 대안 없고 안타까운 현실을 잘 취재했다고 필자에게 전해 왔다.

그렇다면 이주민, 우리가 해야 하는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일을 하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과연 우리에게 누구인가? 말이 다르고, 얼굴색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이방인인가? 우리의 힘든 일을 대신할 가난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일 뿐인가? 아니면 비록 우리와 다르더라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인가? 이제 이주민에 대해서 우리는 차별과 편견 그리고 혐오의 시선으로 속내를 감추지 말고 정확하게 말하고 대했으면 한다. 혹자는 이주민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위협하고 있다 말하고, 열등한 존재가 불법과 범죄를 저지르며 우리를 좀 먹는다 하면서 혐오를 부추기까지 한다. 과연 이것이 올바른 대처고 우리가 말하고 싶은 진실인지 묻고 싶다.

광주 송정동에 있는 광주이주민지원센터는 일요일마다 북새통이다. 공단과 바닷가에서 일하는 동티모르 친구들이 제일 먼저 센터 4층에서 자기네 말로 미사를 드리고 자국 친구들을 만난다. 동티모르 미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막 태어난 아기들을 품에 안은 그 베트남 부모들과 20대의 유학생들로 센터 밖과 안은 시장통으로 변해 버린다. 부쩍 늘어난 베트남 친구들로 인해 근처 원동성당을 빌려 미사를 봉헌할 정도다. 그러는 중에 센터의 2층과 3층에서는 한국어 수업이 이뤄지고, 분유를 살 여유가 없는 베트남 젊은 부부들에게 후원받은 분유를 나눠주고, 사무실에서는 상담까지 이뤄지고 있다.

이주민들의 문화를 편견의 시선이 아닌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 주고 싶다. 왜냐하면 이주민들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이 서로를 내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교류는 우리를 더욱 발전시키고 풍요롭게 했다. 지금까지 우리를 버티게 해 준 상생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 중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 이주민들은 단순 필요의 존재가 아니라, 이제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아닐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주민을 만나고 대하는데 환대·보호·증진·통합이라는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하셨다. 모두가 동등하다고 생각할 때 가능한 원칙이다. 피부색과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에 우리는 함께할 수 없다는 편협한 시선은 이제 멈췄으면 한다. 지금 우리는 활짝 열어 함께 손잡고 시대의 흐름을 함께 걸어가야 할 시기다. ‘이주민’이라는 말보다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라는 말이 더 아름답고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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