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풍전등화’
2022년 08월 31일(수) 19:20
광주공장 부지 복합쇼핑몰 언급 없어 매각 차질 예상
내주 ‘2000억 규모’ 통상임금 파기환송심 5차 변론
내년 부채 1조 만기…고용만 ‘1만명’ 경제 위기 촉각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전경.<광주일보 자료사진>

광주 산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금호타이어가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통상임금 상여소송 선고가 다가오면서 원자재값 급등과 물류난 등을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통 3사’가 복합쇼핑몰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부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경우 현 광주공장 부지에는 대규모 상업시설을 조성하기 어려워져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든 해당 사업에 개발업계가 뛰어들지 여부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가뜩이나 용도변경 문제로 발목 잡혀 있는 광주공장 이전이 무산되는 것과 동시에 재판 결과에 따라 자칫 회사의 존립마저 장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31일 금호타이어와 지역경제계에 따르면 오는 9월7일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상여소송 파기환송심 5차 변론이 진행된다. 5차 변론 이후 오는 10~11월 중 최종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통상임금 소송은 금호타이어 노사 뿐 아니라 지역 경제계까지 주목하는 재판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금호타이어는 3000여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에게 미지급 통상임금으로 예상되는 약 2000억원을 지급하게 될 수 있어서다.

앞서 2013년 금호타이어 생산직 근로자 A씨 등 5명은 사측을 상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함에도 사측이 이를 빼고 통상임금을 산정해 수당을 지급해 왔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금호타이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명운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 말 1조원 상당의 대규모 부채 만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보유액이 1000억원에도 못 미치지는 금호타이어가 재판에서 패소해 2000억원을 배상하게 되면 유동성 악화로 인한 디폴트(지급불능)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워크아웃 내지 법정관리 위기마저 예견된다는 게 금호타이어 안팎의 분석이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러-우크라 전쟁 등으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 물류비용 급등 등 온갖 악재가 겹친 데다, 매출은 성장하고 있으나 영업이익은 개선되지 않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올해 2분기 금호타이어의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2604억원) 대비 41.1% 증가한 894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0.2% 수준인 18억원에 불과했다.

복합쇼핑몰 부지에 광주공장 부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도 금호타이어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전이 가열되면서 한 때 쇼핑몰 입지 후보 중 한 곳으로 광주공장 부지가 오르내렸으나, 정작 유통 3사는 광주공장 부지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정난을 겪는 금호타이어 입장에서는 1조2000억원 이상이 예상되는 공장 이전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광주공장 부지를 상업용으로 용도 변경한 뒤, 높은 값에 매각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서게 되면 광주공장은 상업용지로 용도변경을 하더라도 대규모 상업시설을 유치하기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발투자자들도 개발사업 착수 시기가 불투명할뿐더러, 상업시설 개발도 난항이 예고된 광주공장 부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기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통상임금 소송에 광주공장 이전마저 차질이 빚어지면 사실상 금호타이어는 더 이상 경영정상화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급업체와 협력업체 등을 포함해 1만여명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금호타이어가 회생 불가능한 위기에 빠진다면 지역경제 역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경제계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으로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고 통상임금 등 각종 소송리스크까지 겹쳐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다”며 “지속적인 고수익제품 판매 비중 확대와 지역별 판매 가격 운용, 내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공장의 경쟁력 확보와 고용안정 등 금호타이어의 미래가 걸린 광주공장 이전은 광주시와 컨소시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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