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회고록’은 자서전이 아니라 정치 선동을 위한 프로파간다(선전 활동)에 가깝다는 인문학자의 주장이 나왔다.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14일 광주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세미나’에서 ‘5·18정신의 역사성과 철학’을 주제로 발제했다. 박 교수는 발제문에서 “(조비오 신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소송이 진행 중인) 전두환 회고록은 전두환의 자서전이라기보다 그를 통해 미래 정치를 꿈꾸는 자들의 책략”이라고 규정했다.

박 교수는 “살인자의 회고록은 al래의 정치 선동을 위한 프로파간다에 가깝다”며 “‘5·18 당시 광주에서 양민 살상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고 발포명령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전두환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문제에 접근하지 않는다. 회고록은 5·18을 계속해서 정치적 당파와 분쟁의 기준으로 끌고 가려는 술수”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5·18의 가치에 대한 인정 대 무시로, 편 가르기를 하면 할수록 내란죄를 저지른 살인자조차 한몫 챙길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한 “(끊임없는 왜곡 시도 등으로 인해) 5·18은 종결된 역사적 사건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감고 광장을 유린하는 자들에게 5·18은 자신들의 적과 그 적을 비호하는 세력의 상징이고 심장이라는 게 박교수 주장이다. 박 교수는 “저들에게 5·18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내전’이다. 저들이 쉬지 않고 5·18을 비열한 방식으로 유린하는 까닭”이라며 “공무원 취업 독점(5·18유공자 자녀는 금수저 주장)이나 보상금 과다(5·18 폭동자 1인 6억, 8억 주장)와 같은 허위 사실 유포는 저들의 단결을 위한 정치적 행위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란의 수괴이자 살인자인 전두환조차 자신이 (회고록을 통해) ‘5·18의 제물’이라고 항변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방식으로 5·18을 뒤틀면서 교란을 노리고 있다”며 “5·18이 계속해서 정치적 은폐와 왜곡, 그리고 망각의 프레임과 싸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고 짚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