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 원인과 대책을 놓고 민주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선거에서 심각한 민심 이반이 확인된 호남 정치권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광주·전남 등 지역 정치권은 민심 이반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모색보다는 당권 향배 등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지리멸렬한 모습만 보이고 있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5일 민주당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냉랭한 지역 민심의 심판에 직면했던 광주·전남지역 정치권은 별다른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고민하기보다 각자도생의 길을 찾으면서 광주·전남 정치권의 존재감이 더욱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당장, 국회 후반기 상임위 배정을 놓고 광주·전남 국회의원들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남의 경우, 전반기와 같이 10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과반인 5명이 1순위 희망 상임위로 농수산식품위를 신청했다. 전남의 미래 비전보다는 지역 민원을 챙기면서 차기 총선을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민주당 지도부는 차기 총선에 대비, 수도권과 충청권 등을 중심으로 산자위, 국토위 등 핵심 상임위를 배정하겠다는 기류가 있어 광주·전남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예결소위 자리를 놓고는 광주와 전남이 다시 충돌하는 분위기다. 그동안의 관례도 깨졌다. 지난해는 광주 국회의원(조오섭·북구 갑)이 예결소위에 배정될 차례였지만 전남의 신정훈 의원(나주·화순)이 정치적 완력을 통해 차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광주의 윤영덕 의원(동남 갑)이 예결소위에 배정될 순서지만 전남 일부 의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또 최고위원 도전을 놓고도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의 결집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광주에서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 법안 처리를 위해 탈당한 민형배 의원(광산 을)의 복당이 어려워지면서 광주시당위원장인 송갑석 의원(서구 갑)의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다. 하지만 전남의 김승남 의원(고흥·보성·강진·장흥)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전대에서 전남의 서삼석 의원(무안·신안·영남)이 도전, 고배를 들었듯이 호남 정치권의 현실상 두 명 이상이 최고위원에 출마한다면 당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광주·전남은 물론 전북 정치권까지 결집, 명실상부한 ‘호남 최고위원 주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구심점이 없고 상호 신뢰가 부족한 호남 정치권이 이대로 가다가는 중앙 정치의 변방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소통과 결집으로 정치적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민주당의 위기 국면에서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이 호남 민심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혁신안을 제기하는 방법론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이 진보 진영의 심장 역할을 하는 호남 민심을 외면하기 어려운데다 호남 정치권이 혁신의 화두를 끌고 간다는 점에서 정치적 중량감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상임위 배정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지역 국회의원들이 소통을 통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대 최고위원 출마 문제도 호남 국회의원들의 헌신과 결집이 요구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위기라고 하지만 호남 정치권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며 “지금이라도 호남 정치권이 헌신과 결집의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차기 총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