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농어촌 개벽 모델 전라도서 찾아야”
2022년 04월 20일(수) 13:35 가가
[광주일보 창사 70주년 특별인터뷰]
혁신 과업 수행 못한 문 대통령은 실패
남북평화·양극화·농촌 재건
3대 문제 해결 없이 우리 미래 없어
권력 분산·집중 적절한 조화 이뤄야
전라도 고난의 역사 생각하면
광주일보 70주년은 거의 기적이다
혁신 과업 수행 못한 문 대통령은 실패
남북평화·양극화·농촌 재건
3대 문제 해결 없이 우리 미래 없어
권력 분산·집중 적절한 조화 이뤄야
전라도 고난의 역사 생각하면
광주일보 70주년은 거의 기적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지난 7일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발전과정을 설명하며, 남북평화, 경제민주화, 농촌 재건 등을 우리 민족이 해결해야 할 3대 문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다행히 건강했다. 지난해 10월 26일부터 세 달간 ‘농산어촌개벽대행진’의 대장정을 강행하며 해남 땅끝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직접 걸었던 도올 김용옥 선생. 76세의 나이에 뒤늦게 소멸해가는 우리 농촌을 목도하며 “철학자로서 부끄럽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고령의 그에게 이 고난의 행군은 무릎, 허리 등에 상당한 생채기를 남겼다. 몸 곳곳에 쥐가 나는 고통 속에 그는 자신만의 운동으로 서서히 건강을 되찾았다. 도올 선생이 최근 관심을 가진 것은 ‘주역’이다. 그만의 주석을 달면서 하루 50페이지의 글을 쓰고, 틈틈이 ‘도올 TV’에서는 최제우의 동학 포교 가사집 용담유사와 동학 경전인 동경대전을 강의하고 있다. 여전히 그는 대단히 성실한 삶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과거 만났던 도올보다 지금의 도올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젊어졌을 수도 있다.
임기가 끝나가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사람은 좋지만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답변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한 것이 없잖아”라는 일갈이 돌아왔다. ‘촛불혁명’을 함께 한 국민들로부터 ‘대한민국의 혁신’이라는 과업을 부여받았지만, 결국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도올 선생은 민선 7기 전남도의 새천년 인재육성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지난 2020년 1월 6일부터 10일까지 해남 가학산에서 ‘전남 인재 학당’을 열었다. 그 인연으로 2019년 12월 광주일보와 인터뷰를 한 그는 “‘전남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팔순잔치에서 호남가, 부용산 등 부르고 싶은 노래에 피아노 반주를 직접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건반을 두드리지 못하고 있다. 읽고 싶은 책, 쓰고 싶은 글, 하고 싶은 일들이 여전히 그에게 취미에 쓸 시간을 허락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의 하루가 궁금하다.
▲하루에 최대 50매씩 원고를 쓴다. 주역은 동양만이 아니라 인류 사상의 총집결체다. 저 나름대로 이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주역의 문법구조에는 우리말을 연상시키는 구조들이 상당히 보이고, 동아시아에서 고조선이 위치한 동북대륙의 삶이 주역의 효사(爻辭)에 꽤 반영돼 있다. 제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가 주역인데, 요즘 성숙한 눈으로 보니 우리 민족의 옛 모습이 새롭게 보이고, 동학사상의 근원도 느끼게 됐다. 지금 저는 주역을 주해하는 것과 도올 TV에서 용담유사, 동경대전 등을 강의하면서 보내고 있다. 용담유사와 동경대전의 주석을 달고 새롭게 해석하면서 저는 우리민족 정신사의 근원을 발견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마가복음을 강의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서 있나. 현재까지의 성과와 미진한 부분은.
▲해방 후 80년 가까이 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의 성과 역시 놀라운 것이다. 6·25 한국전쟁을 치렀던 시점의 빈곤함을 생각한다면, 보도연맹이라는 참혹한 역사를 생각한다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G10이라는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 산업화 이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달성하지 못한 성과다. 디지털 문명 속에서 우리나라 성격이 강점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민주화 측면에 있어서도 세계 어느 나라에 비추어도 제도적인 민주화를 갖췄다. 촛불혁명은 모든 인류의 진보세력에게 희망을 줬다. 우리나라 정보화산업의 질도 상당히 높고, BTS를 선두로 영화, 문학 등 문화 예술적으로도 탁월하다. 군사력도 세계 6위다. 내 인생에서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에 이르는 이런 날이 올까했는데, 우리 민족이 이를 달성한 것이다. 이는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근데 여기에 맹점이 있다. 정점에 가면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쇠락만이 남는 것이다. 정점에 달한 국가가 내려가지 않는 국가가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정점으로 올라가는 시작점에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정상에 오래 남아있을 좋은 나라를 유지하기에는 해결할 문제가 너무도 많다. 언론, 교육, 정치 등에 있어 문제가 산적해 있다. 급격하게 쌓아올린 것들은 급격하게 해체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주역으로 봐도 우리나라는 아주 위기다. 걱정스럽다.
-지금 우리나라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세 가지다. 이것은 지속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첫째, 남북 평화의 문제다. 어떤 경우에도 평화를 정착시키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남북문제는 단번에 깨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남북문제를 협박과 대결로만 해결하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치인으로서 기본이 안 된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적인 상황과 G10의 외교적인 위상을 충분히 살리면서 세계인에게 호소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있어 국민들의 방관은 금물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둘째, 경제민주화의 문제, 즉 양극화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서울시민 대부분이 집세 하나 때문에 삶을 포기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이제는 새로운 윤리로 나라 전체의 복지를 고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셋째인데, 농촌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농촌 문제를 도외시하고 국가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식량 주권이라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치인들이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제대로만 보조금 예산을 쓴다면 비약적인 해결도 가능하다. 하지만 농촌의 실상을 망각하고 방치만 하고 있다. 이들 3대 문제의 해결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광주·전남의 위상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광주는 5·18 광주민중항쟁이라는 역사적 체험을 간직하고 있다. 박정희 독재를 연장시키려던 신군부 세력이 저지른 만행으로 터무니없는 희생을 한 도시다. 광주는 세계 민중의 가슴 속에 어찌됐든 우리나라 위상의 증가와 더불어 민주화의 성지가 됐다. 어느 도시도 따라갈 수 없는 위상을 확보했다. 우리나라를 정말 되살리는 모든 가능성은 전라도에 있다. 전라도의 문제는 단순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은 우리나라 미래를 재건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 전라도가 조금만 시선을 바꿔 생각하면 농어촌 개벽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농촌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지 못하면 도시 문제 역시 해결하지 못한다. 요즘 전라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전라도인의 비전이 뚜렷하고 훌륭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순민중항쟁, 광주민중항쟁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전라도 때문에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지켜졌다. 전라도가 없었다면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는 것 역시 꿈도 못 꿨을 것이다. 다만 전라도 출신 정치인들 가운데 인물이 너무 빈곤하다. 대의를 위해서 헌신하고 역량 있는 모습들을 안 보이고, 목전의 이익만 챙기는 협애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김영록 전남지사의 새천년 인재 육성 노력에 적극 공감했다.
-광주·전남 미래 세대에게 조언한다면.
▲전라도야말로 우리 민족의 모든 문화가 축적된, 토착적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경제 발전, 민주화 등에서의 우리의 성과가 서양에서 배워서 달성한 것처럼 인지하고 있지만, 이는 배워서 하는 것이라기보다,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동학의 정신적 자산처럼, 전라도의 민중이 체험했던 것이 밑받침이 돼 거기에 교육열이 더해지면서 가능했던 것이다. 전라도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전라도에서 교육을 받고 살길을 모색하고 인재다운 인재가 길러질 수 있는 분위기를 창출해내야 한다. 전라도의 토착적인 문화를 보다 깊게 이해해야 한다. 전라도 청년들이 더 분발했으면 한다. 농촌 전라도에서 바르고 새로운 모델을 잡아가면 우리 민족의 미래는 밝다. 이를 위해 전라도의 청년들이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어, 펀드를 조성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해갔으면 좋겠다. 여기에 지방대학들이 새롭게 그 원동력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민주주의 위기라는 우려도 있다.
▲민주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 할 때다. 전라도는 민주의 보루이기 때문에 전라도가 제몫을 해야 한다. 진보라고 불리는 세력이 권력의 분산만을 민주라고 생각하면 나라가 망가질 수 있다. 분산만이 최고는 아니다. 군대를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하자는데, 우리나라의 모든 민주의식은 청년들이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훈련을 받는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군대에서만 하고 있다. 진보라는 말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권력을 분산하는 것만이 정의가 아니다. 진정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름답게 집중하는 방안도 생각도 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 역시 자유식도 있지만 주입식도 필요하다. 학교 내에서 서로 방임하고 서로 고발하면, 윤리가 생겨나지 못한다. 어떤 경우에도 깨달아야 할 것은 국가의 운영은 음양의 원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산이 있으면 집중이, 자유가 있으면 의무(주입)가, 조임이 있는가 하면 이를 풀어주는 풀음도 있어야 한다.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이지, 한 방향으로만 진행하는 민주는 없다.
-광주일보가 창사 70주년을 맞았다.
▲광주일보는 전라도를 대표하는 언론이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리나라의 신문들은 알맹이가 점점 없어지면서 해체되고 있다. 광주일보는 아직도 알맹이가 있고 정의로운 판단력이 살아있는 위대한 매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인터뷰에 응했다. 전라도 고난의 역사를 생각할 때 70주년이라는 것은 거의 기적이라고 본다. 광주일보가 정말 위대한 매체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지방이라는 제한을 뛰어넘어 보편적인 가치를 인류에게 전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서울=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하루에 최대 50매씩 원고를 쓴다. 주역은 동양만이 아니라 인류 사상의 총집결체다. 저 나름대로 이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주역의 문법구조에는 우리말을 연상시키는 구조들이 상당히 보이고, 동아시아에서 고조선이 위치한 동북대륙의 삶이 주역의 효사(爻辭)에 꽤 반영돼 있다. 제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가 주역인데, 요즘 성숙한 눈으로 보니 우리 민족의 옛 모습이 새롭게 보이고, 동학사상의 근원도 느끼게 됐다. 지금 저는 주역을 주해하는 것과 도올 TV에서 용담유사, 동경대전 등을 강의하면서 보내고 있다. 용담유사와 동경대전의 주석을 달고 새롭게 해석하면서 저는 우리민족 정신사의 근원을 발견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마가복음을 강의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서 있나. 현재까지의 성과와 미진한 부분은.
▲해방 후 80년 가까이 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의 성과 역시 놀라운 것이다. 6·25 한국전쟁을 치렀던 시점의 빈곤함을 생각한다면, 보도연맹이라는 참혹한 역사를 생각한다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G10이라는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 산업화 이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달성하지 못한 성과다. 디지털 문명 속에서 우리나라 성격이 강점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민주화 측면에 있어서도 세계 어느 나라에 비추어도 제도적인 민주화를 갖췄다. 촛불혁명은 모든 인류의 진보세력에게 희망을 줬다. 우리나라 정보화산업의 질도 상당히 높고, BTS를 선두로 영화, 문학 등 문화 예술적으로도 탁월하다. 군사력도 세계 6위다. 내 인생에서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에 이르는 이런 날이 올까했는데, 우리 민족이 이를 달성한 것이다. 이는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근데 여기에 맹점이 있다. 정점에 가면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쇠락만이 남는 것이다. 정점에 달한 국가가 내려가지 않는 국가가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정점으로 올라가는 시작점에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정상에 오래 남아있을 좋은 나라를 유지하기에는 해결할 문제가 너무도 많다. 언론, 교육, 정치 등에 있어 문제가 산적해 있다. 급격하게 쌓아올린 것들은 급격하게 해체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주역으로 봐도 우리나라는 아주 위기다.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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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혜화동에 있는 자신의 집필실 앞에서 농촌 재건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 선생. |
▲세 가지다. 이것은 지속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첫째, 남북 평화의 문제다. 어떤 경우에도 평화를 정착시키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남북문제는 단번에 깨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남북문제를 협박과 대결로만 해결하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치인으로서 기본이 안 된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적인 상황과 G10의 외교적인 위상을 충분히 살리면서 세계인에게 호소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있어 국민들의 방관은 금물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둘째, 경제민주화의 문제, 즉 양극화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서울시민 대부분이 집세 하나 때문에 삶을 포기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이제는 새로운 윤리로 나라 전체의 복지를 고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셋째인데, 농촌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농촌 문제를 도외시하고 국가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식량 주권이라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치인들이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제대로만 보조금 예산을 쓴다면 비약적인 해결도 가능하다. 하지만 농촌의 실상을 망각하고 방치만 하고 있다. 이들 3대 문제의 해결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광주·전남의 위상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광주는 5·18 광주민중항쟁이라는 역사적 체험을 간직하고 있다. 박정희 독재를 연장시키려던 신군부 세력이 저지른 만행으로 터무니없는 희생을 한 도시다. 광주는 세계 민중의 가슴 속에 어찌됐든 우리나라 위상의 증가와 더불어 민주화의 성지가 됐다. 어느 도시도 따라갈 수 없는 위상을 확보했다. 우리나라를 정말 되살리는 모든 가능성은 전라도에 있다. 전라도의 문제는 단순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은 우리나라 미래를 재건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 전라도가 조금만 시선을 바꿔 생각하면 농어촌 개벽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농촌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지 못하면 도시 문제 역시 해결하지 못한다. 요즘 전라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전라도인의 비전이 뚜렷하고 훌륭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순민중항쟁, 광주민중항쟁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전라도 때문에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지켜졌다. 전라도가 없었다면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는 것 역시 꿈도 못 꿨을 것이다. 다만 전라도 출신 정치인들 가운데 인물이 너무 빈곤하다. 대의를 위해서 헌신하고 역량 있는 모습들을 안 보이고, 목전의 이익만 챙기는 협애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김영록 전남지사의 새천년 인재 육성 노력에 적극 공감했다.
-광주·전남 미래 세대에게 조언한다면.
▲전라도야말로 우리 민족의 모든 문화가 축적된, 토착적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경제 발전, 민주화 등에서의 우리의 성과가 서양에서 배워서 달성한 것처럼 인지하고 있지만, 이는 배워서 하는 것이라기보다,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동학의 정신적 자산처럼, 전라도의 민중이 체험했던 것이 밑받침이 돼 거기에 교육열이 더해지면서 가능했던 것이다. 전라도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전라도에서 교육을 받고 살길을 모색하고 인재다운 인재가 길러질 수 있는 분위기를 창출해내야 한다. 전라도의 토착적인 문화를 보다 깊게 이해해야 한다. 전라도 청년들이 더 분발했으면 한다. 농촌 전라도에서 바르고 새로운 모델을 잡아가면 우리 민족의 미래는 밝다. 이를 위해 전라도의 청년들이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어, 펀드를 조성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해갔으면 좋겠다. 여기에 지방대학들이 새롭게 그 원동력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민주주의 위기라는 우려도 있다.
▲민주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 할 때다. 전라도는 민주의 보루이기 때문에 전라도가 제몫을 해야 한다. 진보라고 불리는 세력이 권력의 분산만을 민주라고 생각하면 나라가 망가질 수 있다. 분산만이 최고는 아니다. 군대를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하자는데, 우리나라의 모든 민주의식은 청년들이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훈련을 받는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군대에서만 하고 있다. 진보라는 말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권력을 분산하는 것만이 정의가 아니다. 진정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름답게 집중하는 방안도 생각도 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 역시 자유식도 있지만 주입식도 필요하다. 학교 내에서 서로 방임하고 서로 고발하면, 윤리가 생겨나지 못한다. 어떤 경우에도 깨달아야 할 것은 국가의 운영은 음양의 원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산이 있으면 집중이, 자유가 있으면 의무(주입)가, 조임이 있는가 하면 이를 풀어주는 풀음도 있어야 한다.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이지, 한 방향으로만 진행하는 민주는 없다.
-광주일보가 창사 70주년을 맞았다.
▲광주일보는 전라도를 대표하는 언론이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리나라의 신문들은 알맹이가 점점 없어지면서 해체되고 있다. 광주일보는 아직도 알맹이가 있고 정의로운 판단력이 살아있는 위대한 매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인터뷰에 응했다. 전라도 고난의 역사를 생각할 때 70주년이라는 것은 거의 기적이라고 본다. 광주일보가 정말 위대한 매체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지방이라는 제한을 뛰어넘어 보편적인 가치를 인류에게 전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서울=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