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2021년 03월 12일(금) 07:00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한다. 사람살이에서 가장 먼저는 뱃속을 든든하게 하는 일이다. 그러나 요즘 형편을 보면 먹는 것에 대한 절심함을 잊고 사는 것 같다. 음식 귀한 줄 모른다는 말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개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많다고 하는데 그중 음식물 쓰레기는 더 많다고 한다. 왜 이런 풍조가 생겼는지 알 수가 없다.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박중빈 1891~1943)께서는 “흘러가는 물도 함부로 하면 물 귀한 고통을 당하게 된다”고 하셨는데 하물며 농부들 수고와 천지(天地)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은혜의 산물을 함부로 한다면 더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갚음 받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의식주 생활 가운데 가장 근본이 되는 식생활의 문제를 보다 바람직스럽게 이끌어 줄 수 있는 대안과 아울러 실천의 본을 보여 주는 것이 이 시대의 절실한 과제라 생각한다. 이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음식물을 함부로 하지 말자. 우리에게 먹는 것이 남아도는 것 같지만, 인류 전체로 보면 하루에도 수천 명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우리 주위에서도 끼니를 거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기 먹는 것을 줄이면 생명을 이어주는 은혜가 되지만 버리는 음식물은 환경을 해치는 오염 물질이 된다.

둘째, 식단을 간소화하자. 건강을 위해서는 풍부한 식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멋과 맛을 취하다 보면 너무 지나쳐 낭비가 될 수가 많다. 특히 손님을 초대하거나 기념된 날이면 음식에 쏟는 시간적 물적 투자가 과중하여 무리가 되는 수가 허다하다. 멋과 맛을 취하는 것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나 도가 지나치면 그 폐단이 많아진다. 나뭇잎을 따다가 말려서 더운물에 우려낸 차 한 잔을 놓고도 우주와 인생을 논하고 빛과 향, 맛을 음미하는 차 문화를 이룬 선인들의 멋과 여유를 생각해 보면 식사의 즐거움이 꼭 희귀하고 값비싼 음식을 마련하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셋째, 제철 음식과 제 땅 음식을 먹자. 운송 수단의 발달, 생산 기술의 발전, 저장 및 가공 기술의 향상으로 인해 겨울철에 딸기를 먹고 여름에는 홍시를 먹으며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온 포도와 자몽을 먹는 등 세계 도처에서 생산되는 온갖 음식물들을 철을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에게 이로운 것은 자기가 사는 토양에서 생산된 음식물을 제철에 넉넉히 섭취하는 것이다. 가령 겨울철에 수박을 먹으면 속이 냉해져 배탈이 나거나 감기를 부르기도 한다. 음식물이 갖는 특성 문제도 문제지만 겨울에 여름 과일을 먹으려면 제철에 먹는 것보다 많은 생산비가 든다. 여름 과일을 겨울에 생산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시설과 기온을 위한 석유나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생산비는 소비자가 부담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자원의 낭비, 환경의 오염이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손실이다. 제철 음식물을 제철에 먹는 운동만 해도 에너지 절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에서 가져다 먹는 과일이나 밀가루나 쌀 등의 농산물에도 큰 문제가 있다. 수입 바나나가 제주도 열대농장 농가들을 망친 것도 문제겠지만 수입 농산물이 유통되는 기간 중에 첨가되는 각종 화학물질 등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제철 음식 제 땅 음식을 먹자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 일일뿐 아니라 환경의 오염에서 지구를 지키는 일이 되며 또한 이 땅의 농민들에게 삶의 의욕을 돋아 주고 내 나라 농토를 살리는 공생의 길이기도 하다.

넷째, 무공해 음식물을 먹자. 무공해 음식을 먹는 일은 내 몸을 온전케 하는 일이며 농민을 살리고, 농토를 살리고, 농업을 살리는 일이다. 또한 살기 좋은 자연 환경과 살맛나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데 한 요건이 된다. 지금의 농업은 죽임의 농업이다. 배불리 먹겠다고 땅을 혹사시키고, 벌레에 빼앗기자 않겠다고 맹독성 약을 하고, 편하게 농사를 짓겠다고 제초제를 뿌리는 등 다수확이나 고소득을 위한 투자로 농토는 피폐해지고 병드는 것은 환경이다. 언제부턴가 화학비료 없이, 살충제와 살균제 없이, 제초제 없이 농사를 짓는 것은 농사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뭘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핀잔을 듣기 알맞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지금의 농업이 옳지 않다면 되돌아보고 제3의 길을 찾아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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