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17살 나이로 민주주의를 위해 진압군에 맞서다 희생당한 박성룡 열사(조대부고 30기)를 기리는 기념탑이 조선대학교 부설고등학교 교정에 세워졌다.

기념탑은 조대부고 30기 동창들이 박 열사를 기리고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세웠다.

1980년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박 열사는 계엄군의 폭력적인 진압에 맞서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계엄군 집단 발포 당시 도청에 들어가 총상을 입은 시민들을 돌봤으며, 27일 새벽 도청에서 벌어진 최후의 항전에서 계엄군의 총탄에 숨을 거뒀다.

기념탑 설립 사업은 지난달 조대부고 30기 동문 18명이 모여 박성룡 열사 기념탑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시작됐다.

김성용(57) 위원장에 따르면 기념탑 설립 계획은 5·18 30주년인 지난 2010년때부터 세워졌으나, 부지 확보가 어려워 무산됐다. 이후 5·18 40주년을 맞은 올해 학교와 뜻을 모아 기념탑을 세울 수 있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학교 동기를 위해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교내에서 열리는 5·18 기념행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박 열사 기념탑 건립에는 2016년 교육청에서 실시한 5·18 청소년 희생자 추모사업이 도화선이 됐다. 교육청은 5·18 민중항쟁 당시 확인된 사망자 165명 중 초·중·고 학교에 재학중이었던 18명(16교) 학생들이 다니던 학교에 추모비를 세웠다. “‘조그만 표지석에 머무르지 않고, 알아보기 쉽고 뜻깊은 장소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기념탑 설립 사업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추진위는 애초 기념탑을 만드는 비용을 2000만원으로 예상하고, 추진위원이 각각 100여만원씩 1800만원을 모은 뒤 후원을 받아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자 소식을 전해 들은 조대부고총동창회, 재경조대부고동문회 등에서 후원이 잇따라 총 2900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조대부고 28기 졸업생인 ‘파이프 조각가’ 이철희 작가도 나서 기념탑 디자인을 맡았다.

“총동창회에서 100여명, 재경동문회에서도 20여명이 뜻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동창들이 단합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쁩니다.”

남는 예산은 교내 ‘5월의 쉼터’를 조성하는 데 쓰였다. 김 위원장은 “일종의 ‘박성룡 광장’이다. 데크 위에 파라솔과 벤치를 설치해 학생들이 쉬면서 1980년 5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조대부고 동문들에게 5·18은 각별하다. 5·18과 깊게 관련된 이들이 많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30기 동문은 박 열사와 함께 5·18과 관련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5월 17일 계림동에서 1호로 진압군의 총탄에 맞은 김영찬씨가 대표적으로, 그는 이번 추진위에서 총무 역할을 맡았다.

“우리(30기 동문)들은 앞으로도 5·18 희생자를 기리는 좋은 활동들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기념탑을 세우자는 추진위의 당초 목적은 이뤘지만, 바로 해체하기보다는 논의를 거쳐 앞으로의 방향을 의논할 계획이에요. 박성룡 열사 기념탑이 조대부고 학생들뿐 아니라 찾아오는 모든 시민들에게 민주화와 인권을 가르쳐 주는 교육장으로 활용됐으면 좋겠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