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의 유산 존 르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2020년 05월 01일(금) 00:00 가가
나이 지긋한 전직 요원 피터 길럼은 프랑스 외곽의 어느 농장에서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집배원이 편지 하나를 배달한다. 길럼은 영국정보부, 즉 ‘서커스’에서 보낸 편지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런던에 온 길럼은 법무팀장인 버니와 역사 담당 로라를 만나 그동안의 사정 얘기를 듣는다. 냉전 시대 ‘윈드폴 작전’으로 인해 사망한 한 요원의 아들과 한 민간인의 딸이 정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유족들은 사망의 원인이 정보부와 길럼 그리고 그의 상관 스마일리에게 있다고 믿는다.
스파이 문학의 거장으로 일컫는 존 르카레의 신작 ‘스파이의 유산’은 은퇴한 스파이를 소환한 이야기다. 더 타임스, 가디언을 비롯한 찬사와 아울러 영화감독 박찬욱의 추천사가 눈에 띈다. 박 감독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르카레는 내가 가려운 부분이 어딘지 안다는 것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계에 살지만 적어도 한 사람 정도는 믿고 싶은 마음 말이다”고 평한다.
런던에 온 길럼과 달리 상관인 스마일리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그렇게 길럼은 수십 년 전 자신이 수행했던 일들을, ‘튤립’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렸던 여성과의 기억을 강제로 끄집어낸다. 감시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낡은 서류철을 읽어 나가는 길럼의 머릿속으로 지난날의 사건이 되살아난다.
이번 소설에는 르카레의 전작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1663), ‘은밀한 순례자’(1990)의 스마일리라는 인물이 다시 등장한다. 이전 작품들은 대체로 냉전 시대 첩보전을 다뤘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반세기도 넘은 일을 들춰내 이전의 주인공과 그의 부하를 불러낸 것일까. <열린책들·1만5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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