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가 본 예술, 타이포그래퍼가 본 과학
2020년 05월 01일(금) 00:00
뉴턴의 아틀리에
김상욱·유지원 지음
이 책은 다른 책을 읽을 때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읽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살펴본 게 ‘글자체, 폰트’였다. 북디자이너도 아닌데 말이다. 전적으로 책의 저자 덕이다. 유지원의 매혹적인 전작 ‘글자 풍경’을 접한 이라면 이 책을 집어들 수밖에 없고, 어떤 글자체로 쓰여졌는지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글자’에 대해, 지금껏 접한 적이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긴 ‘글자 풍경’은 책 읽는 즐거움을 선사했었다.

유지원 타이포그래퍼가 ‘알쓸신잡 3’ 등에 출연하고 과학 대중서를 통해 독자들과도 친근한 물리학자 김상욱과 ‘뉴턴의 아틀리에:과학과 예술, 두 시선의 다양한 관계 맺기’를 펴냈다. 미술관에서 과학을 보는 물리학자와 과학에서 예술을 읽는 타이포그래퍼가 함께 쓴 ‘과학과 예술의 소통’에 대한 글이다.

두 사람은 각각의 주제에 대해 번갈아 이야기를 들려준다. ‘관계 맺고 연결된다는 것’, ‘현실을 관찰하고 사색하는 마음’, ‘인간과 공동체의 탐색’, ‘수학적 사고의 구조’, ‘물질의 세계와 창작’ 등 5개의 카테고리 안에서 다뤄지는 26개의 키워드는 유머, 편지, 시, 인공지능, 복잡함, 검정, 평균, 죽음, 감각 등 다채롭다. 과학과 예술은 그 환경이 되는 사회, 역사와도 무관치 않고 ‘삶’으로 귀결됨을 보여주는 키워드들이다.

‘과학의 경이가 대중에게 닿지 못하는 안타까움, 물리학자로서 물리와 일상 언어를 어떻게든 화해시키고자 노력하는 다정한 물리학자’인 김상욱이 글을 풀어가는 소재는 자신이 좋아하는 현대미술이다.

그림에 대한 과학자의 시선은 새롭고도 흥미로워서 늘 보던 그림, 예를 들면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나 윌리엄 터너의 ‘눈보라’,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추상미술의 대명사 잭슨 폴록의 작업 풍경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그는 음악을 ‘보여’주려한 칸딘스키의 추상작품은 파동과 양자역학으로, 녹아내리는 시계 이미지로 유명한 달리의 ‘기억의 지속’ 역시 양자역학으로 설명하며 초현실주의와 양자역학이 동시대의 산물임을 이야기한다.

유지원은 글자와 다양한 예술장르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물리학과 수학의 시각으로 바라본 글자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유머감각이 깃든 글자체에 대한 이야기나 물리학의 수식으로 보는 타이포그래피 이야기는 신선하다.

책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작과 달리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직접 맡은 유지원은 자신의 글과 김상욱의 글을 각기 다른 폰트로 담았다. 그래서 책 내용을 읽다가 수시로 ‘글자 모양’을 한 번쯤 살펴보게된다. 편집진은 책을 읽으며 궁금해지는 도판과 관련 자료들을 풍성하게 실어 이해를 돕는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처럼 공통된 창의력을 발휘한다는 점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며 ‘경이롭다’는 추천사를 썼는데 ‘뜻밖의 연결’이 만들어낸 독특한 시선과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책을 읽고 나면 ‘글자 풍경’을 다시 한번 꺼내 읽고 싶게 만들고, 과학은 나에게 여전히 어렵고 취향이 아니지만, 한번쯤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해준다. <민음사·1만9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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