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아이들을 부르는 세월호 엄마 아빠의 노래
2020년 04월 16일(목) 18:40 가가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4·16합창단 지음, 김훈·김애란 글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4·16합창단 지음, 김훈·김애란 글


지난 2014년 12월 작은 노래모임이 계기가 돼 결성된 세월호합창단은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학생의 부모, 일반 시민단원들이 함께 노래하는 합창단이다. 사진은 단원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 <문학동네 제공>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만 6년이 흘렀다.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학생 등 모두 305명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날, 많은 이들은 생떼 같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그날의 참사는 우리에게 생명과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후 우리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신할 수 없다. 엊그제 막을 내린 총선만 봐도 그렇다. 세월호 유족을 향해 막말을 퍼붓는 정치인이 공천을 받고 끝까지 완주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가 선량이 되겠다고 나선 것이 오늘의 정치 현실이다.
참사 이후 모든 시간이 4월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아이를 차가운 바다에 떠나보낸 세월호 유가족들이다. 이들에게 4월 16일은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거슬러 바다에 뛰어들어 천천히 잠겨가는 배를 건져올리고 싶은 그날”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학생의 부모, 일반 시민단원들이 함께 화음을 이뤄 노래하는 합창단이 있다. 일명 ‘416합창단’. 이들이 세월호 참사 6주기에 맞춰 합창단의 노래와 이야기가 담긴 책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을 펴냈다. 한마디로 416합창단이 짓고(노래하고), 작가 김훈과 김애란이 글을 더한 ‘추모집’이다. 2014년 12월 작은 노래모임이 계기가 된 합창단은 지난 5년 동안 270여 회 공연을 진행했다. 세월호 엄마 아빠들의 노래모임에서 시작됐으며 아이들을 기억하는 현장을 방문해 노래를 한다.
책에는 ‘잊지 않을게’, ‘어느 별이 되었을까’, ‘약속해’ 등 10곡의 노래가 담긴 CD도 수록돼 있다. 한곡, 한곡의 노래에는 함창단원들과 유가족들이 보낸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기록돼 있다.
김훈 작가는 참사 4주기를 맞아 안산의 유족들을 방문했을 때, 합창단의 활동에 대해 알게 됐다. 그는 한국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는데 불행을 당한 사람들을 ‘재수없는 소수자’로 몰아붙이는 사회적 태도에 분노했다.
“416합창단은 야만적 현실 속에서도 슬픔과 그리움, 희망과 사랑을 노래했다. 그들은 세월호 관련 행사에서뿐 아니라, 쉴 새 없이 거듭나는 재난 재해 참사의 현장에서 노래했다. 그들의 노래는 일상의 사소한 구체성에 바탕해 있었고, 사람의 목소리로 사람의 슬픔을 감싸서 슬픔을 데리고 슬픔이 없는 나라로 가고 있다.”
수록된 노래 가사는 하나하나가 아픔이며 사랑이며 그리움이다. 합창단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어느 별이 되었을까’이다.
“서쪽 하늘에 있나 어느 별이 되었을까/ 동트기 전 밀려오는 저 별빛 네 숨결인가/ 그날부터 비로소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그 웃음/ 어둔 바다 깊은 하늘에 지울 수 없는 눈망울/ 어느 별이 되었을까 무슨 생각 하고 있을까”
함께 연습을 해온 박미리 합창단 지휘자는 노래는 끝이 없는 편지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한계가 없는 사람들의 소리는 이런 것인가 싶다. 노래는 떠난 아이에게 묻는 여전히 낯선 안부인사이고, 힘이 되어달라는 간곡한 기도이다”라고 덧붙인다.
합창단은 세월호 뿐 아니라 이후 아픔의 현장에도 달려간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해고 노동자들 등 다치고 쫓겨난 이들을 위로하고 노래한다.
작가 김애란은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의 노래를 듣는 건 ‘숨소리를 공들여 듣는 일’이라고.
“여기 자신들의 숨결로 누군가의 슬픔과 고통 사이에 사다리를 놓는 분들이 있다.(중략) 슬픔 속에서 오히려 상대를 배려하는 분들, 그렇지만 하루하루 일상을 꾸리기 위해 오늘도 용기를 내야 하는 분들. 노래에 기대, 노래가 되어 더 먼 곳을 향해 가시는 분들.” <문학동네·1만7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참사 이후 모든 시간이 4월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아이를 차가운 바다에 떠나보낸 세월호 유가족들이다. 이들에게 4월 16일은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거슬러 바다에 뛰어들어 천천히 잠겨가는 배를 건져올리고 싶은 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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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는 참사 4주기를 맞아 안산의 유족들을 방문했을 때, 합창단의 활동에 대해 알게 됐다. 그는 한국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는데 불행을 당한 사람들을 ‘재수없는 소수자’로 몰아붙이는 사회적 태도에 분노했다.
“416합창단은 야만적 현실 속에서도 슬픔과 그리움, 희망과 사랑을 노래했다. 그들은 세월호 관련 행사에서뿐 아니라, 쉴 새 없이 거듭나는 재난 재해 참사의 현장에서 노래했다. 그들의 노래는 일상의 사소한 구체성에 바탕해 있었고, 사람의 목소리로 사람의 슬픔을 감싸서 슬픔을 데리고 슬픔이 없는 나라로 가고 있다.”
수록된 노래 가사는 하나하나가 아픔이며 사랑이며 그리움이다. 합창단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어느 별이 되었을까’이다.
“서쪽 하늘에 있나 어느 별이 되었을까/ 동트기 전 밀려오는 저 별빛 네 숨결인가/ 그날부터 비로소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그 웃음/ 어둔 바다 깊은 하늘에 지울 수 없는 눈망울/ 어느 별이 되었을까 무슨 생각 하고 있을까”
함께 연습을 해온 박미리 합창단 지휘자는 노래는 끝이 없는 편지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한계가 없는 사람들의 소리는 이런 것인가 싶다. 노래는 떠난 아이에게 묻는 여전히 낯선 안부인사이고, 힘이 되어달라는 간곡한 기도이다”라고 덧붙인다.
합창단은 세월호 뿐 아니라 이후 아픔의 현장에도 달려간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해고 노동자들 등 다치고 쫓겨난 이들을 위로하고 노래한다.
작가 김애란은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의 노래를 듣는 건 ‘숨소리를 공들여 듣는 일’이라고.
“여기 자신들의 숨결로 누군가의 슬픔과 고통 사이에 사다리를 놓는 분들이 있다.(중략) 슬픔 속에서 오히려 상대를 배려하는 분들, 그렇지만 하루하루 일상을 꾸리기 위해 오늘도 용기를 내야 하는 분들. 노래에 기대, 노래가 되어 더 먼 곳을 향해 가시는 분들.” <문학동네·1만7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