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밤뿐인 존 윌리엄스 지음, 정세운 옮김
2020년 04월 03일(금) 00:00
어느 호텔에 머무는 한 청년은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감정의 기복이 없어 보이는 그는 사실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린다. 그는 남들은 보지 못하는 환상을 보는 것이다. 소원했던 친구와의 만남 이후 한동안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혐오와 그리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에 휩싸인다. 그의 내면은 하루하루 감정의 극단에 도달한다.

한 청년의 짧고도 긴 하루를 쫓는 환상의 심리소설 ‘오직 밤뿐인’은 덴버대학교 교수였던 존 윌리엄스의 작품이다. 로마의 폭력적인 시대를 다룬 ‘아우구스투스’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던 작가의 이번 작품은 심리적 외상이 평생에 미치는 영향을 세세히 묘사한다. 주인공 아서 맥슬리의 하루가 압축된 소설은 마치 그의 인생을 훑는 듯 세밀하다. 그는 왜 우울한 환상에 시달릴까.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혐오를 할까. 아서는 자신과 세상을 미워하면서도 내심 애정을 갈구한다.

환상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힘든 난해한 장면들로 소설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세한 관찰력, 드라마틱한 현장감과 박진감이 전편에 흐르고 있어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의 깊이 있는 필력은 달걀 프라이 묘사에만 한 페이지를 할애한 장면에서도 두드러진다. “노란색 눈알이 그를 맞받아 볼수록 몹시 불편해졌다… 미끈대는 흰색 구체에서 노란색 눈동자가 아직도 그를 무심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소설은 유년시절에 겪은 어떤 경험이 트라우마로 전이되는 과정과 이후의 상황을 담고 있다. 22세 때 작가가 버마에서 복무했던 체험 등이 녹아 있어 다소 자전적인 느낌도 없지 않다. 실제로 작가는 1942년 공군 소속으로 전쟁에 참여해 부상을 당했다.

<구픽·1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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