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무덤 김엄지 지음
2020년 03월 13일(금) 00:00
이미지에 붙들린 한 인물이 있다. 그에게는 얼마 전 헤어진 여자친구가 있다. 또한 남자에게는 귀신이 들렸다 생각하는 어머니가 있고, 어머니를 돌보는 동생이 있다. 그러나 남자는 그 무엇도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 어떤 것에도 갈급해하지 않는 남자의 일상에는 삶의 의지라고는 조금도 찾을 수 없다.

월간 ‘현대문학’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스물세 번재 소설선인 김엄지의 ‘폭죽무덤’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인 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야기하는 프로젝트다.

당대 한국 문학의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답게 소설은 이색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지난 2010년 유례없는 소설가의 탄생이라는 찬사와 함께 등단한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권태로운 삶 속에 스스로를 타자화하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소설은 작가의 전작 ‘주말, 출근, 산책: 어둠과 비’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인물의 화해하고 무감한 인간관계를 건조한 문체로 그린다.

오늘날 파편화된 인간관계의 다양한 면들이 축약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욕망이 폭발한 뒤 찾아오는 허무함, 그리고 생각의 편린들을 작가는 예리한 시선으로 그러나 담담하게 풀어낸다.

김대산은 해설에서 “김엄지의 ‘폭죽무덤’으로부터 떠오르는 물음은 희비극적 인간 존재들이 아직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잠재적인 긍정적 가능성을 향한 ‘생각의 욕망’ 혹은 ‘욕망의 생각’에 대한 물음이다”고 평한다.

<현대문학·1만12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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