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운 작가 ‘소설가 구보 씨의 초대’ 발간
2020년 03월 09일(월) 00:00
광주일보 신춘문예 출신
최인훈의 ‘소설가 구보 씨의 1일’은 박태원의 장편 ‘소설가 구보 씨의 1일’을 토대로 창작된 소설이다. 최인훈은 이를 70년대 초에 패러디해 연작으로 발표했다.

두 작품을 토대로 학위논문을 쓰고, 최근에는 장편소설로 소설을 펴낸 작가가 있다. 197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출신 김신운 작가. 지난해 등단 45년 창작활동 결과물을 묶어 소설집 ‘귀향’을 펴냈던 작가는 이번에 ‘소설가 구보씨’를 모티브로 ‘소설가 구보 씨의 초대’(청어)를 발간했다.

이번 작품은 다섯 번째 장편소설로, 지나온 창작의 열정이 오롯이 투영된 결실이다.

“그동안에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렇지만 나는 이것을 물리적인 시간의 단위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약간의 유머나 풍자를 곁들인다면, 나는 이제 조금 농담을 해도 좋을 때가 된 것이다.”

평론가 김형중의 표현대로 “풍자가가 취하게 마련인 도덕적 우이의 입장에 서지 않는 풍자가”라는 표현대로, 김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구보를 자신의 분신으로 등장시켜 서사를 전개한다.

이번 소설은 박태원의 구보와는 다른 점이 있다. 박태원의 구보는 스스로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라면, 김 작가의 소설은 구보가 장례식장에서 문상객들을 마나 그들의 말을 기술한다는 점이다.

소설의 공간은 작가가 창작활동과 교육계 활동을 했던 광주다. 그러나 소설 속 구보는 말을 하거나 어떤 판단도 하지 않은 채, 타자들의 말을 묵묵히 기록할 뿐이다.

소설은 극적인 사건의 전개 없이 그저 관찰자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마치 작가의 “밋밋하면서도 무미건조하고 단조로웠던 지난 생애에 비추어, 그러므로 나에게는 이 작품이 농부의 작은 이삭과도 같은 것”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김 작가는 7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도 등단했으며 광주 서석고와 동강대에서 30년 넘게 교직생활을 했다. 지금까지 ‘청동조서’, ‘율치연대기’ 등 네 권의 장편, ‘낯선 귀향’, ‘부처님 얼굴’ 등 외에도 세 권의 창작집을 펴냈다. 광주문학상과 화순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을 수상했으며 1970년대 문순태·이명한·한승원 작가 등과 ‘소설문학’ 동인으로 활동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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