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화 원류를 찾아서 <85>-10부 네팔 (6) 스와얌부나트 사원에 얽힌 두 전설]
식인귀 → 삼신할매로 변화시킨 ‘역지사지’ 석가의 가르침
3만년 호수 분지 ‘카트만두’
문수보살, 악행 일삼던 뱀 처단하고
호수의 물 빼내니 사원 떠올라
석가모니 ‘바른 삶’ 설파 하던 곳
어린 아이 잡아 먹는 악마 하리티
석가, 막내 딸 데려와 숨겨놓고
2019년 07월 05일(금) 04:50

스와얌부나트 사원은 카트만두 분지에 스스로 떠올랐다고 전해지며 ‘스스로 존재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사원을 한 바퀴 둘러싸고 있는 ‘마니차’(摩尼車). 티베트 불교에서 사용되는 불교 도구인 마니차는 원통형태로 내부에는 경문이 새겨져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사원을 찾아온 신자가 석가모니를 향해 기도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히말라야산맥 아래 지금의 카트만두 분지는 원래 호수였다. 수 만년전 이 호수에 연꽃 하나가 피어났다. 그리고 연꽃 위에 불교에서 섬기는 부처 중 하나인 대일여래(大日如來)가 나타났다. 이 소식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문수보살(文殊菩薩)의 귀에 들어갔다. 문수보살은 대일여래를 경배하기 위해 호수를 찾아왔다.

하지만 호수에 도착한 문수보살은 대일여래를 경배하기도 전 참담한 주민들의 외침을 들어야 했다. 호수에 살고 있는 악한 뱀이 주변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못살게 굴고 있다는 것이다.

문수보살은 신성한 검으로 뱀을 물리치고, 호수 주변을 둘러싼 조바르 산을 갈라 호수의 물을 넘치게 했다. 그렇게 물이 빠진 호수 바닥에서 사원 하나가 스스로 떠올랐다.

원숭이가 많이 살고 있어 일명 ‘원숭이 사원’이라고 잘 알려진 스와얌부나트 사원과 얽힌 전설이다. 카트만두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지에 있는 이 사원 이름의 뜻도 ‘스스로 존재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실제 지질학자들에 의해 카트만두가 3만 년 호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도 전설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스와얌부나트 사원은 네팔 불교 사원의 특징을 담고 있다. 자궁을 의미한다는 하얀 돔(Dome)과 그 위에 세워진 황금 첨탑이 웅장함을 자랑한다. 불교 신자들의 순례지이자 힌두교 신자들의 발길도 이어지는 곳이다.

이곳은 또 석가모니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가르침을 펼쳤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이곳 주민들이 계곡을 기름지고 번영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석가모니는 제자와 신자, 주변의 용왕까지 모두 불러 주민들에게 바르게 사는 길을 가르쳤다고 한다. 다산과 번영, 재난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만트라(mantra·기도할 때 외우는 주문)도 전해줬다.

이 당시 전해져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있다. 우리나라 삼신 할머니와 비슷한 존재와 비슷한 할머니 여신의 이야기다.

부처가 스와얌부나트에 있었던 그때, 여성 아수라(악마) 하리티(Harati)도 근처에 살고 있었다. 하리티는 총 500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그 중 6명은 그녀의 슬하에 있었고 나머지는 신의 땅에 살고 있었다.

하리티는 종종 자신의 아이를 등에 업고 하늘을 날아다녔는데, 땅 위를 걷는 어린 인간 아이를 잡아 자신의 자녀에게 먹였다. 그렇게 동네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어갔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무력함을 탓하면서 왕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왕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하늘을 날고 막강한 힘을 가진 하리티를 처치할 수 없었다. 결국 왕은 스와얌부나트에서 가르침을 펼치고 있던 석가모니를 찾아가 부탁한다.

“백성들이 자식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석가모니는 하리티가 자식을 남겨 놓은 보금자리를 찾아가 그가 가장 아끼는 막내 딸을 데려왔다. 그리고 스와얌부나트 공양함 아래 숨겼다. 저녁이 되고 보금자리로 돌아온 하리티는 막내 딸이 사라진 것을 알고 슬픔에 빠졌다. 큰 고통을 겪으며 미쳐버린 사람처럼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 소리를 듣고 석가모니가 나타나 말했다.

“무엇이 그대를 울게 하는가?”

하리티는 잃어버린 딸에 대해 설명했고, 석가모니는 아이는 안전하다며 조건을 걸었다.

“앞으로 모든 아이들을 자기 아이들처럼 여기고, 해를 입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보호까지 하겠느냐. 그렇다면 딸이 있는 곳을 알려주겠노라.”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비애를 겪게 된 하리티는 석가모니의 조건을 받아 들였다. 대신 석가모니는 하리티가 언제 변심할 지 모르니 자신의 곁에 있으라고 명했다. 그렇게 스와얌부나트 사원 앞에는 하리티를 모시는 사원이 하나 생겼다.

아수라였던 하리티가 변하자 주민들은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을 위한 공물을 들고 방문했다. 머지않아 그녀가 한 때 아이들을 잡아 자식에게 먹이는 아수라였다는 사실마저 잊혀졌다. 그렇게 지금은 네팔 아이들의 수호천사이자 여신 할머니 ‘아지마 디아(Ajima Dyah)’로 불리며 사람들의 존경과 애정을 받고 있다. 아지마 디아에게 기도를 올리면 천연두에 걸린 자녀의 병을 낫게 해준다는 해 ‘천연두의 여신’이라고도 불린다.

지금도 스와얌부나트 사원을 찾는 사람들은 꼭 아지마 디어 사원 앞에서 자식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네팔 카트만두 =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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