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남구의회 한 구의원이 “다른 지자체에는 있지만 남구에는 없는 조례안을 조사해 달라”고 공무원에게 요구해 말썽을 빚고 있다. 이 구의원이 발의한 일부 조례안은 비슷한 시기에 다른 지역 지방의회에서 제정된 조례안과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지난 30일 “남구의회 A의원이 공무원에게 조례안 조사를 요구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사실 관계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당과 남구청에 따르면 A의원은 지난해 11월 16일 ‘타 자치구(특별시·광역시)에 있으나 우리 구에는 없는 조례 및 미제정 사유’라는 제목의 공문을 구청에 발송했고, 이에 남구청은 실·과에 이를 전달했다. 남구청 각 실·과는 56건을 취합해 A의원에게 전달했다.

민주당 광주시당 한 관계자는 “조례 발의 연구와 조사를 본인이 하지 않고 공무원을 동원했다면 품위유지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다른 지자체의 조례를 공무원을 통해 받은 뒤 그대로 복사해 사용했는지 여부도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A의원이 최근 발의한 ‘광주광역시 남구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울산·평택시에서 이미 제정된 조례안이다. 지역서점위원회를 구성해 지역서점을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등의 주요 내용도 일치한다.

기초의원의 일을 떠안은 공무원의 반발도 일고 있다. 남구청 안영석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한 차례 이와 관련 항의를 했었다”면서 “지방의원이 법안을 연구해야 하는데 자신의 일을 공무원에게 떠넘긴 행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의원은 “다른 지역 조례안을 비교해서 조례안을 발의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하고, 다른 지자체 지방의회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공무원을 통해 자신의 자치구에 없는 조례안을 조사한 적이 있어 그렇게 한 것”이라면서 “조례안을 조사는 과정에서도 ‘업무가 많은 실과는 빼라’고 협의했었고, 일부 실과에서는 이번 조사를 통해 남구에 필요한 조례안 제정을 먼저 요구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