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호 구례군수 집무실은 군청 1층에 있다. 2층에 있는 여느 자치단체와는 다른 위치다. 1층에 배치한 이유는 군민 누구나 편하게 들르도록 열린 군수실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차 들른 지난 25일에도 군수실은 주민들로 붐볐다.

김 군수는 현장 행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3곳의 면장을 역임해 저변층의 여론을 잘 안다고 했다.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군수실을 개방하고 취임 직후부터 읍면을 돌며 주민들과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차원이다.

김 군수는 구례의 경쟁력을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꼽았다. 민선 7기 슬로건을 ‘자연이 살아 쉼쉬는 생명의 도시 구례’로 정한 이유다. 최대 현안인 인구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살리기를 위해 지리산과 섬진강의 빼어난 자연환경을 활용해 ‘관광 구례’의 명성을 되살리겠지만 가급적 개발은 친환경적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역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이 있다면.

▲요즘 관광 트렌드는 힐링과 체험이다. 구례는 힐링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지리산 산림면적이 군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가장 많은 곳이다. 산림청의 지방정원 조성사업에 맞춰 100만평 규모로 지난해 9월 개장한 ‘지리산정원’을 전국 최초의 숲 정원으로 조성할 생각이다. 지리산정원에 체류형 숙박시설인 수목가옥과 흙집을 추가로 지어 관광·치유·휴양·숲 체험이 동시에 가능한 산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관광 구례’의 명성이 쇠퇴했다. 재건할 복안은.

▲한때 전남 관광을 대표했는데 아쉽다. 3박자인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를 마련해 머무는 관광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다행히 지리산호수공원, 오토캠핑장, 치즈랜드, 지리산정원 등 관광자원이 많다. 이것들을 하나로 연계하고 체험형 관광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전국 최대 규모의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전통 5일시장을 주말시장으로 특화할 방침이다. 숙원인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공연 및 체험 프로그램인 ‘들썩들썩 지리산 난장’을 만들어 구례가 들썩이도록 하겠다.

-2만7000여명인 인구를 3만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인구 증가는 다양한 사업이 복합적으로 성공했을때 가능한 일이다. 우선 외지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구례는 전원주택지로 최적지인데 최근 2년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읍면별로 1곳당 15~20가구 이내의 표본 공영택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땅을 군에서 매입해 도로와 전기 등 기반시설을 제공하면 외지인들이 부담없이 구례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쿱 유치로 500여명의 고용이 창출됐는데 대기업, 대도시와 연계해 제2의 아이쿱 단지 유치에도 힘쓰겠다. 기존 주민들을 위해서는 도시재생사업과 양육하기 좋은 교육환경을 마련해 떠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

-공영택지 조성과 서민아파트 건립의 필요성과 실현 방안은.

▲공영택지 조성은 귀농 귀촌자들에게 부족한 정주기반 여건을 제공하기 위해 계획하고 있다. 올해 가능한 곳을 조사해 세부 추진계획을 만들고 2022년까지 개발을 마칠 생각이다. 서민아파트 공약은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과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구상하고 있다. 6·8·10평 짜리 2개 동 120세대의 임대아파트를 지을 계획인데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례를 만들어 입주자 선정과 임대보증금 산정이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스포츠마게팅을 강조했는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구가 많아야 하는데 거주인구 말고 유동인구도 중요하다. 유동인구 늘리기 방안의 하나가 전지훈련팀이나 전국단위 대회를 유치하는 스포츠마케팅이다. 스포츠산업과장때 스포츠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1억5000만원을 들여 1주일 전지훈련팀을 유치했더니 지역에 5억원의 경제효과가 나타났다. 훈련팀 1인당 하루평균 지출 경비가 7만9000원 정도다. 구례는 숙박 및 체육시설과 음식이 좋고 환경이 뛰어나다. 올해는 축구·태권도·씨름 등 6개 종목의 전지훈련팀과 전국대회를 유치해 각각 26억원과 58억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1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있다면.

▲지난해 전국 최초로 군 전 지역을 친환경농업도시로 선포하고 친환경농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업에 IT(정보통신). BT(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해 생산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처리되도록 하고 있다. 시설하우스와 과수, 축산, 임산물 재배 농가에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 무엇보다도 국가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구례산수유를 특화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

-공직자가 지녀야 할 습관 세가지를 당부한 배경은.

▲취임사를 통해 세가지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민과 소통하고 성과에 대한 욕구를 가질 것, 또 자기학습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지역발전에 있어 공직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이 세가지 습관을 익히고 실천한다면 군민과의 약속은 저절로 지켜지고 성공한 자치단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지역 정가에는 군수실이 1층에 있으면 3선 단체장이 된다는 속설이 있다. 구례와 담양의 군수실이 1층인데 공교롭게도 두 곳에서 3선 단체장이 탄생했다. 열린 군수실을 표방한 만큼 주민들과 소통을 중시한 것이 3선이란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하지만 3선 단체장을 배출한 지역이 타 지역과 비교해 더 발전했다고 할 수는 없다. 어떤 면에서는 정체되고 퇴보했다는 지적도 많다. 열린 군수실을 이어받은 김 군수가 한번쯤은 새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자타 공인 김 군수의 장점은 성실이다. 공직자로선 드문 정치력도 갖추고 있다. 성실과 정치력을 적절하게 조합한다면 구례는 4년후 생명의 도시로 거듭 날 것이다.

/구례=이진택 기자 lit@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 김순호 구례군수는

김순호(56) 구례군수는 용방면 출신이다. 구례농고를 졸업한 후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군대를 선택했다. 제대후 잠깐 서울에서 공장에 다니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9급부터 시작했다.

간전·산동·마산 등 3개 면장과 스포츠산업과장,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후 29년만에 4급 서기관으로 퇴임했다. 민선 4기 서기동 구례군수 초선때 비서실장을 지냈다.

서 군수와 관련해 선거법위반 혐의로 40일 복역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2심에서 9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공직과 피선거권을 지킬 수 있었다. 김 군수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이자 군수의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민선 7기 구례군수라는 꿈을 이뤘다.

그는 스스로를 ‘풀꾼’으로 자처한다. 어린시절 쇠꼴을 베면서 꿈을 키웠듯 이제는 구례의 미래를 위해 희망의 풀꾼이 되겠다 말했다. 늘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문구를 가슴에 새기면서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민선 7기 주요 공약은



-1곳당 15~20가구의 표본 공영택지 조성

-문척·간전 토지지역 전원주택 조성

-각종 스포츠 전지훈련 및 대회 유치

-국도 19호선 주변 지리산 전통시장 조성

-화엄사 시설지구 재정비(화엄성지 조성)

-섬진강 생태탐방로 조성(자전거길, 트레킹 코스 등)

-100원 택시 확대 및 1000원 버스제 실시

-고품격 우리밀 가공제품 개발(우리밀 재배농가 확대)

-대도시 농산물류판매센터 건립 및 인터넷 유통망 통합 구축

-구례 역사·문화를 발굴해 관광자원화(운조루, 판소리 동편제)

-지리산정원지구 짚라인·숲 정원 조성

-구례구역~군청 국도 17호선 4차선 확장

-구례읍 중심도시 재생사업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