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에 사는 직장인 김수진(여·42)씨는 요즘 열대야와 함께 찾아온 엥∼하는 모기 소리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올해 모기는 예전보다 훨씬 많고, 더 억센 듯 하다”면서 “열대야 때문에 안그래도 힘든데 모기까지 잡느라 잠을 설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예년보다 많은 모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유독 모기가 많아진 것은, 올초 강수량 덕분에 모기유충이 번식할 수 있는 물웅덩이가 많이 형성되는 등 최적의 서식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이라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실제 올해는 지난해와는 달리 지난 4월 평년(80.3~117.8㎜)보다 많은 강수량(140.5㎜)이 쏟아지면서 모기떼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9일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광주에 설치된 모기 포집기에서 1954마리의 모기를 채집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채집한 1369마리에 비해 42.7%(585마리)나 증가했다. 특히 숲 모기의 경우 6월 한달간 524마리가 채집되면서 지난해 같은기간 잡힌 138마리에 비해 3.7배(447마리) 급증했다.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은 4월부터 10월 말까지 매주 1차례씩 광주 도심의 공원, 산, 호수 등 장소를 정해 모기 채집을 하고 있다. 모기 채집은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의 기후가 아열대화되면서 해외에서 발생하는 지카 등 주간활동성인 숲모기가 매개하는 감염병 병원체 모니터링을 위한 것이다.

정재근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감염병연구부장은 “비가 적게 올 경우에는 모기가 번식할 수 있는 물웅덩이가 부족해 모기 개체수가 줄어들고 반대로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모기알이 씻겨 내려가 개체 수가 줄어든다”면서 “올해 모기가 유독 기승을 부리는 것은, 모기서식에 적절한 평년보다 다소 많은 양의 비가 내린 영향인 듯 하다”고 말했다.

모기떼가 기승을 부리면서 일선 자치구에서도 방역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일본뇌염 매개모기가 경보발령 기준 이상으로 발견된 탓에 방역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김자영 서구 보건행정과 질병관리담당은 “지난 6일 일본뇌염 경보가 발령돼 하수구, 공터, 밀집가 등 방역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방역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광주·전남에서 일본뇌염 매개모기(작은빨간집모기)가 경보 발령기준 이상으로 발견되는 등 질병관리본부는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했다. 전남에서는 지난 10일까지 22마리의 작은빨간집모기가 채집된 데 이어 광주에서도 지난 12일 2마리가 확인됐다. 광주의 경우 예년보다 2주 이상 빨리 확인됐다.

한편, 작은빨간집모기는 논·밭·늪·저수지·웅덩이·배수로 등 물이 고여 있는 장소에 산란·서식하고,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8∼9월에는 개체수가 많이 증가하며, 주로 밤 10시부터 활발하게 흡혈활동을 한다.

일본뇌염의 잠복기는 7~14일이며, 고열·두통·복통·무기력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수막염·뇌염으로까지 이어진다. 심한 경우 혼수상태로 이어지며 30%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