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순 장흥군수 집무실에 들어가면 관청민안( 官淸民安 )이란 서각이 눈길을 끈다. 명심보감 성심편에 나오는 말로 ‘관리가 청렴하면 백성이 편안하다’는 의미다. 관산지역 주민 11명이 뜻을 담아 전달한 것이다. 관산은 두 번의 선거에서 정 군수와 경쟁했던 후보들의 고향이다.

정 군수는 “가장 취약지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주신 뜻깊은 선물이자 내가 목민관의 첫 번째 원칙으로 삼고 있는 청렴과도 일맥상통해 집무실에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두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청렴하자는 것인데 자신부터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두번째는 친철 행정을 주문했다. 민원인들과 접촉하는 모든 직원들이 친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군수가 청렴과 친절 행정을 주문하는 이유는 군민의 행복을 군정의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군민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를 기준으로 삼아 주민복지와 지역경제, 문화·관광, 교육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군정 목표를 담은 슬로건은.

▲슬로건은 지역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면서도 시대흐름에 맞아야 한다. 이런 조건을 아우르는 슬로건을 정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구했고 그 결과 ‘맑은 물 푸른 숲 정남진 장흥’으로 정했다. 맑은 물과 푸른 숲을 아우르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역 최고의 가치로 삼고 누구나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건강한 장흥을 만들겠다.

-임기내 역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주민 소득증대가 최우선 과제다. 현재 농림축산어업에서 올리는 농가소득이 3000억원 정도 된다. 농가소득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어 관광을 통한 농외소득 증대에 올인할 생각이다. 우선 분산돼 있는 스포츠시설을 한데 모아 종합스포츠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다. 스포츠타운에 대규모 대회를 유치하면 선수단과 가족들이 장흥을 찾게 된다. 안양면 장재도에서 회진면 노력항을 잇는 50㎞의 해안 일주도로를 개설해 해맞이 명소로 가꾸겠다. 여기에 오션파크랜드와 승마장, 요트장, 숙박시설을 유치해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면 연간 150만명인 유동인구(관광객)가 300만명으로 늘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임 군수 사업중 승계하고자 하는 사업이나 폐지하려는 사업은 있는가.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 출전하기 전 12척의 배를 건조한 장소인 회령성과 공예태후 탄생지를 복원하는 역사문화유적 발굴 및 관광자원화 사업은 승계할 생각이다. 천관산 자락의 동백 자연림에 조성하는 테마파크와 정남진 오션파크랜드는 업그레이드 시키겠다. 그러나 통합의학박람회는 국내 대회는 예전처럼 개최하겠지만 13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드는 국제대회(2020년 예정)는 신중히 재검토 할 생각이다.

-장흥의 경쟁력있는 브랜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새로운 랜드마크 필요성도 제기된다.

▲주말형 관광 전통시장의 모델을 만든 토요시장, 편백숲 우드랜드, 물축제는 장흥을 대표하는 3대 브랜드다. 여기에 장흥을 상징할 만한 랜드마크를 더한다면 브랜드 가치도 더 상승할 것이다. 그래서 구상중인 것이 토요시장 앞 탐진강에 하늘다리를 놓는 것이다. 투명한 유리로 하늘다리를 놓을 계획인데 주변에 설치하는 자연암벽 폭포와 함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물축제는 물론 토요시장이 살아날 것이다.

-구 장흥교도소 부지 활용 방안은.

▲전국 최초의 체험교도소를 만들겠다. 장흥교도소 부지는 총 2만5000평인데 이중 1만2000평은 전남소방본부가 입주하기로 했다. 나머지 1만2000평을 리모델링 해 청소년들이 교정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교도소를 만들어 준법교육관으로 활용하겠다. 봉사활동까지 인정해주면 전국의 학생들이 현장체험을 위해 이곳을 찾을 것이고 고스란히 군민 소득으로 이어진다. 지역 문화예술을 브랜드화 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재구성 할 생각인데 이청준문학관 조성을 구상중이다. 문학관에는 이청준 선생 뿐만아니라 다수의 장흥 문학인들의 자취를 모아 전국의 문학도가 찾는 곳으로 만들겠다.

-토요시장이 조성 13년을 맞아 활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다시 활성화 시킬 복안은.

▲토요시장의 연간 매출은 현재 1400억원이다. 안타까운 것은 5년전에 비해 매출이 50% 감소했고 1년 사이에만 9%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심각성을 깨닫고 최근 상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몇가지를 당부했다. 맛을 유지하고 적정한 가격을 받을 것을 주문했다. 청결하고 친절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것만 지켜주면 군이 나서 시설과 환경을 개선해주고 광고와 홍보는 책임지겠다고 했다. 상인과 군이 힘을 합치고 하늘다리 등 새로운 랜드마크가 조성되면 다시 활력을 찾을 것이다.

-장흥바이오산단 활성화 방안도 시급한 과제다.

▲분양률이 31%에 머물고 있지만 한 업체가 10만평을 요구하고 있다. 이 업체가 들어오면 분양률이 60%로 올라간다. 서두르지 않겠다. 고용·소득·환경 등 장흥에 맞는 입주 기업을 선택해 장기적으로 장흥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업을 유치하겠다. 2020년이면 목포~부산을 잇는 경전선이 완공된다. 그동안 수도권 기업에 주목했는데 이제부터는 남해안 기업도 타깃으로 삼겠다.

인터뷰는 물 흐르듯 진행됐다. 정 군수는 직원들이 준비해 둔 인터뷰 자료를 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토요시장의 매출액, 바이오산단의 면적 및 분양율 등 모든 수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만큼 장흥의 현안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현안을 제대로 알면 해법을 찾는 일은 쉬운 법이다. 장흥군의 미래가 밝아 보였다.

무소속인 정 군수는 요즘 민주당과 민평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준비된 만큼 실적을 낸다면 몸값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2020년 총선 전에는 당적을 결정할텐데 어디를 선택할지는 군민의 뜻에 달렸다고 했다.

/장흥=김용기 기자·중부취재본부장 kykim@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정종순 장흥군수는

정종순(63) 장흥군수는 고향에서 중·고교(장흥중·고)를 나와 농협대학을 졸업했다. 농협에 입사해 장흥·화순·영광 지부장을 역임했고 농협중앙회 광주본부장을 거쳐 농협의 자회사인 NH개발 전무를 지냈다. 정통 농협인으로 33년 근무하는 동안 몇가지 의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지부장에서 곧바로 지역본부장으로 승진한 경우는 그가 호남에서 처음이다. 통상 지역본부장은 중앙회 부장급 몫이었다. 중앙회 소속 2개 지역본부(광주·전남)와 본사, 지부장 등 4개 파트를 모두 경험한 기록도 드물다.

그는 농협 근무당시 3가지 경영 원칙을 지켰다고 한다. 인사·공사·예산 분야에서 투명한 ‘정도경영’, 일신우일신하는 ‘혁신경영’, 직원 및 기관과 소통하는 ‘화합경영’이다. 정 군수는 이 원칙을 이제는 행정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6대 손으로, 청렴함을 뜻하는 ‘청심(淸心 )’을 늘 가슴에 새기고 산다고 말했다.

6·13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더불어민주당 돌풍을 잠재우고 당선됐다. 정 군수는 누가 나오더라도 자신있었다고 했다. 지난 5년간 현장을 누비며 민심에 귀 기울인 결과였다.



*민선 7기 주요 공약은

- 체험교도소 및 이청준문학관 건립 (구 장흥교도소 부지)

- 정남진 종합스포츠타운 조성

- 정남진 오션파크랜드 조성

- 농촌테마공원 조성(우드랜드 일원)

- 말산업 집중 육성 (승마재활치료·훈련 시설)

-랜드마크 조성 (하늘다리·예양공원 장미동산)

- 보림사 명상힐링센터 건립

- 회령진성 복원 및 정비사업

- 청태전 국가중요문화유산 등재

- 농민수당 20만원 지원

- 정남진 우산도지구 관광지 개발

- 여성친화도시 육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