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립고 기말고사 시험지 유출’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광주 교육계 전체가 대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장 해당 사립고에 다니는 3학년 학생들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입수시전형에 응시하기 위해선 여름방학 전 재실시 되는 기말고사에 이어 올 봄 치렀던 중간고사 전과목 시험을 다시 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해당 학교는 이날 시교육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단 오는 19~20일 3학년 기말고사 재시험을 전과목(이과 9과목, 문과 10과목)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수사를 통해 이날 중간고사 부정마저 확인되면서 중간고사 재실시도 불가피해졌다.

광주 교육사상 한 학기 기말·중간 고사 재시험을 치르는 사태는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기말고사 시험 일정을 진행하는 것도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기말고사 전체과목 시험을 치르는 경우에도 학사일정과 대입 수시 일정을 맞추기가 사실상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광주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년 전 광주 모여고에서 명문대 진학생을 늘리려고 생활기록부를 조작했던 사실<광주일보 2016년 9월 8일자 6면>이 경찰 수사로 밝혀진데 이어 이번 시험지 유출건까지 내신 성적관리에 총체적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지 유출 사건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시험지 유출이 가능하다’는 불신으로 이어져 학부모, 학생, 학교간 상호 불신 풍조가 만연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타 학교 학생들도 “우리 학교도 성적관리에 문제 있는 것 아니냐. 당장 대입에서 우리도 불이익 받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광주시 교육청은 이번 시험지 유출건을 일부 사립학교에 국한한 일탈로 보고 있다. ‘특정 사립고에서의 고사 관리 부실’과 ‘아들을 의대에 보내려는 의사 학부모와 이에 호응한 학교 행정실장의 일탈’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험 관리감독에 사실상 실패한 시교육청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한다. 반복적인 시험지 유출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해당 학교 뿐 아니라 광주시교육청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이 2년 전 모 여고의 사태를 겪었음에도 시험관리 지침만 규정해놓고 사실상 감독에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고사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했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목소리도 적잖다.

시교육청 지침대로 시험지 원안 및 인쇄된 시험지가 포장, 봉인돼 관리됐다면, 발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범행 의지 자체가 꺾이거나 시험지 유출 자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시교육청은 이날부터 일반계고 52곳 전체를 대상으로 시험지 관리 실태 점검에 나섰으며, 주 중 학교장, 교감, 평가담당 교사 등을 대상으로 보안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편, 3학년 1학기 기말고사 시험지 외부 유출 사실에 더해 16일 경찰 수사 등을 통해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시험지까지 학교운영위원장 요청을 받은 행정실장에 의해 유출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