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김진구 우산중 교감] 축제를 위하여
2018년 01월 30일(화) 00:00 가가
새해를 맞이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주고받은 덕담이 아직도 가슴에 따스하게 남아 있을까. 연초에 다짐한 계획들은 잘 실천되고 있을까. 아니면 또다시 포기하고 작년의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극작가 버나드 쇼가 자신의 묘비명에 남긴 글이다.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논란이 있지만 오히려 우리에게 전해주는 시사점은 더 크다. 94세로 장수했고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기에 여한이 없을 것 같은데 그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천하라는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나는 10번 도전하면 9번 실패를 했다. 그래서 10번씩 도전했다.’는 말도 실행을 미뤄 두고 미적거린 우리를 벌떡 일어나게 한다. 작심삼일로 끝났다고 해서 실망했거나, 아직도 망설이는 일이 있다면 다시 시작할 일이다. 새해는 일 년 단위로 오지만 새날은 날마다 오지 않는가.
지난 연말연시를 보내면서 의미 있는 두 행사에 참여했다. 연말에는 학교 축제가 있었다. 학교 축제를 준비하는 기간은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체육 대회에 큰 의미를 두고 학교를 열심히 다니는 학생이 있고, 축제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기 위해 동아리 활동에 열정을 쏟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이 큰 행사이다. 이번 축제는 독주나 독창 등 개인의 특기를 보여주기 보다는 반 전체가 무대에 올라 공연한 것이 많아서 좋았다.
한 학급 모두가 출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을 함께 연습해야 한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급우 간의 협조와 배려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더불어 교육’이다. 현란한 조명 아래 선생님과 친구들의 환호를 받으며 급우들과 함께 했던 공연은 오랫동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나는 하모니카 연주로 이 축제에 참여했다. 공식 데뷔 무대였다. 떨리고 박자를 놓치기도 했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학생들과 합주를 하고 싶다.
연초에는 손주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재롱 잔치’에 다녀왔다. 300석 규모의 큰 무대에서 36명의 어린이가 두 시간 동안 펼치는 공연은 놀라웠다. 네 살과 다섯 살로 나누어 수차례 보여준 재롱은 순수한 동화 나라였다. 종종종, 아장아장 모형을 바꿔가며 선보이는 율동. 여기에 간혹 미소까지 보여주니 어찌나 오진지 객석의 가족들은 응원 팻말을 흔들며 애기 이름들을 불렀다. ‘잘 한다’고 소리소리 성원이었다.
객석에 앉아 환호하는 가족들이 170여 명이니 한 가정에 평균 다섯 명씩 참여한 자리였다. 가장 많이 참여한 가족이 8명, 최고령 할아버지가 76세, 가장 멀리서 축하하러 온 가족이 싱가포르였다.
두 행사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어린이들이 예체능의 재롱으로 잘 커가다가 상급 학교로 올라갈수록 국·영·수로 힘들어한다. 재능이나 적성에 관계없이 국·영·수 등급에 따라 진로가 결정되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은퇴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어린 아이로 돌아간다. 그러기에 다시 음·미·체로 생활해야 즐거운 노년이 되고, 행복한 마무리가 된다고 한다.
학창 시절, 시내 고교 연합 서클 축제에 갔는데 외국인 신부 선생님이 찬조 출연하여 아코디언을 연주하셨다. 바람통을 좌우로 열면서 어찌나 흥겹게 연주를 하시는지 나도 꼭 배워보고 싶었다. 세월이 흘러 마음먹은 지 반 백년 가까이 되었다. 며칠 전 버나드 쇼의 ‘우물쭈물’이 생각나서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아코디언 강습소를 찾아갔다. 팔순이 넘는 분이 한 분 계시고 대부분 육칠십 대였다. 나는 막내 축에 들었다. 인생 후반의 재롱 잔치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기분이 들었다. ‘좀 더 일찍 올 것을’ 후회하고 있는데 선배님들이 젊은 나이에 시작했다면서 축하해 주었다. 뜻대로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는다며 늦게 배운 것을 자책했다.
악기를 다루는 것은 기능이고, 기능은 반복이 왕도다. 지네에게 어느 발부터 딛고 걷느냐고 물어본 순간 발이 꼬여서 기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생각과 이론이 아니라 되풀이 연습이다. 나이 들어 조금 더디기는 하지만 여유 있는 시간을 의지적으로 활용한다면 화음과 가락이 양 손가락에서 피어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은 인문학적으로 하고, 생활은 예체능으로 해야 심신에 균형 있는 행복이 깃든다고 한다. 한 종목 바로 시작해 보시지요.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극작가 버나드 쇼가 자신의 묘비명에 남긴 글이다.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논란이 있지만 오히려 우리에게 전해주는 시사점은 더 크다. 94세로 장수했고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기에 여한이 없을 것 같은데 그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천하라는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나는 10번 도전하면 9번 실패를 했다. 그래서 10번씩 도전했다.’는 말도 실행을 미뤄 두고 미적거린 우리를 벌떡 일어나게 한다. 작심삼일로 끝났다고 해서 실망했거나, 아직도 망설이는 일이 있다면 다시 시작할 일이다. 새해는 일 년 단위로 오지만 새날은 날마다 오지 않는가.
객석에 앉아 환호하는 가족들이 170여 명이니 한 가정에 평균 다섯 명씩 참여한 자리였다. 가장 많이 참여한 가족이 8명, 최고령 할아버지가 76세, 가장 멀리서 축하하러 온 가족이 싱가포르였다.
두 행사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어린이들이 예체능의 재롱으로 잘 커가다가 상급 학교로 올라갈수록 국·영·수로 힘들어한다. 재능이나 적성에 관계없이 국·영·수 등급에 따라 진로가 결정되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은퇴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어린 아이로 돌아간다. 그러기에 다시 음·미·체로 생활해야 즐거운 노년이 되고, 행복한 마무리가 된다고 한다.
학창 시절, 시내 고교 연합 서클 축제에 갔는데 외국인 신부 선생님이 찬조 출연하여 아코디언을 연주하셨다. 바람통을 좌우로 열면서 어찌나 흥겹게 연주를 하시는지 나도 꼭 배워보고 싶었다. 세월이 흘러 마음먹은 지 반 백년 가까이 되었다. 며칠 전 버나드 쇼의 ‘우물쭈물’이 생각나서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아코디언 강습소를 찾아갔다. 팔순이 넘는 분이 한 분 계시고 대부분 육칠십 대였다. 나는 막내 축에 들었다. 인생 후반의 재롱 잔치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기분이 들었다. ‘좀 더 일찍 올 것을’ 후회하고 있는데 선배님들이 젊은 나이에 시작했다면서 축하해 주었다. 뜻대로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는다며 늦게 배운 것을 자책했다.
악기를 다루는 것은 기능이고, 기능은 반복이 왕도다. 지네에게 어느 발부터 딛고 걷느냐고 물어본 순간 발이 꼬여서 기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생각과 이론이 아니라 되풀이 연습이다. 나이 들어 조금 더디기는 하지만 여유 있는 시간을 의지적으로 활용한다면 화음과 가락이 양 손가락에서 피어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은 인문학적으로 하고, 생활은 예체능으로 해야 심신에 균형 있는 행복이 깃든다고 한다. 한 종목 바로 시작해 보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