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A(여·50)씨는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9시께 국립공원 무등산 등반길에 나섰다가 팔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A씨는 영하권 날씨를 보인 이날 중머리재 인근 등산로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져 119에 의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자칫 생명마저 위험했다는 게 무등산 국립공원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2014년 12월 25일 오전에는 지리산을 등반하던 B(41)씨가 눈 속에 엎드려 사망한 채 발견됐다. A씨는 전날 저녁 장터목 대피소에 묵기로 예약을 했지만 같은 날 오전 저체온으로 동사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A씨는 영하 7∼11도로 떨어진 강추위 속에서 초겨울 복장으로 산을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최근 무등산·지리산·월출산 등 지역 국립공원 내에서 겨울철 산행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산행을 피하고 방한장비를 충분히 갖춰야한다고 조언했다.

4일 국립공원관리공단과 강병원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년∼2016년) 국립공원 내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총 1149건으로 이중 사망사고는 109건(9.5%)이다.

사망원인 중 60건(55%)은 심장돌연사였으며, 추락사 30건(27.5%), 익사 9건(8.2%) 순이었다. 동사도 3건(2.75%)이나 됐다.

특히 겨울철(12∼2월) 사고(총 189건)만 살펴봤을 때 사망은 20건, 부상은 167건이었다.

무등산에서는 지난 2014년 12월 2일 입석대 인근에서 50대 남성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했다 . 지난 2016년 1월16일에는 지리산 바래봉 정상 인근에서 50대 여성이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쓰러져 숨졌다. 경찰은 이들이 추운 날씨에 산을 오르다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망사고 외에 겨울철 부상 사고 원인은 대부분 낙상이었다. 최근 5년간 국립공원 내 발생한 부상 사고는 1040건으로, 861건(82.8%)이 미끄러짐, 실족 등에 의한 골절 사고였다.

지난해 무등산국립공원 내 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1∼12월 발생한 사고 40건 중 21건이 낙상·실족에 의한 사고였다.

특히 전체 사고 중 13건이 겨울철(1∼2월, 11∼12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대부분 무리하게 산을 오르다 발목을 접질렸거나 미끄러져 부상을 입은 경우였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상습결빙구간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무등산은 원효광장부터 장불재까지 6㎞구간이며, 월출산은 구름다리∼경포대 능선 삼거리 1.2㎞구간이다. 장성방면 내장산은 백양사∼약사암 0.2㎞ 구간, 운문암 삼거리∼운문암 0.2㎞ 구간 등 4곳이다.

지리산은 구례군 피아골대피소∼피아골삼거리 2㎞구간, 노고단∼반야봉 5.5㎞ 구간, 중산리∼장터목 5.4㎞ 구간, 뱀사골 반야봉∼연하천 6㎞ 구간 등 13곳이다.

이와 함께 지리산 상습결빙구간은 폭설시 고립예상지역으로도 지정돼 있다. 지리산에서 눈으로 고립됐을 때는 장터목·피아골·노고단대피소 등으로 피신해야한다. 대피소 위치와 상습 결빙구간은 공단홈페이지(www.knp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결빙으로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특히 암릉·암벽 구간 산행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며 “산행 전에 반드시 기상 정보를 확인하고 방한용품을 반드시 갖춰야 하며 일몰시간을 고려해 평소보다 일찍 서둘러 하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