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천에서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과 왜가리가 먹이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광주일보는 지난달 19일 광주시 동구 충장동 인근 광주천에서 수달 두마리와 왜가리가 약 1m 거리를 두고 서로 주시하고 있는 광경을 카메라에 포착했다. 그동안 수차례 광주천에서 수달이 목격되긴 했지만 왜가리와 대치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건 처음이었다.

한쌍의 수달은 광주천변에서 물장구를 치는 등 노닐다 갑자기 왜가리가 나타나자 수염을 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수달과 왜가리의 먹이가 붕어와 잉어 등으로 서로 겹치기 때문에 서로 자기 영역을 지키겠다는 표현으로 보였다.

수달과 왜가리 사이에 수초간 흐르던 긴장감은 서로 제 갈 길을 가면서 해소됐다.

수달은 지난 2007년께 광주천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처음 확인됐다. 영상강유역환경청이 당시 수달 서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광주시 남구 방림동 인근 광주천 설월교 아래 바위에서 7개의 수달 배설물이 발견됐다.

2015년 8월에는 영산강유역환경청에 “광주시 서구 광천동 광주천 인근 도로에서 생태계 교란종 뉴트리아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현장 조사 결과 ‘수달’로 확인됐다. 환경청이 목격 장소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수달이 찍힌 것이다.

광주환경단체들은 광주천 전 구간에 수달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달 서식을 광주천이 생태적 건강성을 회복했다는 지표로 보고 있다.

광주전남녹색연합(이하 녹색연합)에 따르면 광주천 28개 지점에서 수달 배설물 89개와 3개 지점에서 발자국 3개가 발견됐다.

조사단은 광주시 동구 용연마을부터 영산강 합류지점까지 광주천 전 구간을 4구간으로 나눠 직접 걸으며 배설물과 발자국 흔적을 찾았다.

조사 결과 광주천 상류구간인 교동교와 녹동교, 용산교, 태암교 주변에서 26개의 배설물이 확인됐다. 남광교와 학강교, 광암교, 중앙대교 등에서도 발자국과 배설물이 발견돼 도심에 수달이 서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 2015년 ㈔한국수달보호협회가 작성한 ‘무등산국립공원 수달 서식실태 조사 및 관리방안 연구’에도 증심사천 등 무등산국립공원 8개 계곡에 수달 6∼8마리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수달이 도심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주로 로드 킬(Road Kill)로 희생되고 있다. 하지만 수달 보호대책은 미흡하다.

지난 2015년 5월 광주시 서구 유촌동 광주천 인근 도로에 수달 1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주민이 신고했다. 2014년 12월에도 광주시 남구 승촌보 인근 도로에서 수달 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수달 2마리 모두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여 죽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광주천 상류 아파트 건설과 하천 산책로·자전거도로 개설로 수달이 몸을 숨기며 이동할 수 있는 생태통로를 파괴하고 있다”며 “광주천과 황룡강, 무등산에 살고 있는 수달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수달 보호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당부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