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낚싯배 참사의 통곡 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제천 화재 참사의 통곡 소리가 또다시 이 나라를 짓누르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상흔도 채 가시지 않았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인천 낚싯배·제천 화재 참사 사건을 현 정권의 직접 책임으로 규정하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를 박근혜 정부의 직접적인 책임이라고 규정해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참사를 당한 희생자만 재수가 없었던 것일까?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한 동양 유학 사회의 사회 이론이 천인감응론(天人感應論)이다. 한(漢)나라 동중서(董仲舒)가 체계화한 천인감응설은 이런 사건들이 지상의 정치와 관련이 있다는 이론이다. 원래 세상은 하늘이 직접 다스려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천명(天命)을 내려 대신 통치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군주가 정치를 잘 하면 하늘이 순조로운 일기나 풍년 같은 상서로운 것들을 내려보내지만 그렇지 못하면 각종 재이(災異)를 내려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의 역대 임금들은 가뭄·홍수 또는 참변이 발생했을 경우 자신의 정사에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 반성하는 수성(修省)을 하거나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감선(減膳) 등을 했다. 때로는 자신의 정치에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달라고 요구하는 구언(求言)도 했다. 임금의 구언에 의한 응지(應旨) 상소에는 아무리 심한 비판이 적시되어 있어도 처벌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박근혜 정권 몰락은 세월호 참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세월호 사건 당시 일곱 시간 동안 불분명했던 행적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었다. 모든 국사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세월호 참사와 자신을 분리 대응했던 무지와 오만이 단초였다.

나아가 무려 304명의 국민들이 목숨을 잃은 전대미문의 참사에 대한 철저한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의 요구를 반 정권 운동으로 취급했던 비인간적인 행태가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근본 원인이었다. 진상 규명을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유족들의 슬픔을 조롱까지 하다가 급기야 현직 대통령이 구속까지 된 작금의 상황은, 마치 하늘이 인간의 분노에 감응한 천인감응의 현상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권 교체 후에도 인천 낚싯배·제천 화재 참사 등이 거듭 발생하고 죄 없는 생명들이 계속 희생되는 것은 정권 차원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말해 준다. 세월호 참사에서 질타당했던 해경의 대응 미숙이 낚싯배 참사에서 재연된 것이나 제천 화재 참사 때 소방 당국의 대응에 논란이 이는 것은, 이 문제가 해경이나 소방 당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시스템 전반의 문제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제천 참사 나흘 만에 수원 광교 공사장에서 난 불로 또다시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도 마찬가지다. 제천의 건물주와 관리인을 구속하겠다는 데서 보는 것처럼 그때마다 몇 명을 희생양 삼아서 책임을 묻는 것으로 지나가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없고, 그때마다 국제 토픽에 부끄러운 한국의 자화상이 계속 실리는 것도 막을 수 없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결과 지상주의였던 군부 정권들의 개발 독재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는 진단들은 많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파들이 거꾸로 독립운동가들을 청산하고 정권을 장악했던 해방 이후 역사의 역주행에 더 깊은 뿌리가 있다. 역사의 청산 대상들이 역사의 주역을 청산했던 흑역사가 현 사회의 고장 난 시스템의 근본 원인이다.

이제 이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손볼 때가 되었다. 사실 지난해 겨울 시린 손으로 들었던 촛불은 이런 부당한 현실에 맞서 내가 이 사회의 주인이라는 외침이었다. 새해는 이런 외침들이 국민 의식과 제도로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