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국립공원 내 마지막 남은 주거지역이었던 구례군 산동면 심원마을이 야생동물 보금자리로 바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이하 공단)은 “2013년부터 시작한 ‘지리산국립공원 심원마을 철거·정비 및 복원사업’이 지난 10일 완료됐다”고 12일 밝혔다.

심원마을은 지리산 달궁계곡 최상부(해발 750m)에 자리 잡고 있어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렸다. 1967년 지리산국립공원 지정 당시 마을 주민 대부분이 임산물을 채취하거나 토종 양봉을 생업으로 삼았던 산골마을이다.

하지만 1987년 지리산관광도로가 개통하면서 식당·펜션 등 상업시설이 생겨 지리산 심층부가 훼손되고 계곡 내 각종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지역으로 지목됐다.

특히 심원마을 일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반달가슴곰(현재 47마리)의 주요 서식처이자 이동로로 꼽혀 생태적 보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초 지리산에서는 처음으로 야생 상태에서 반달가슴곰 세 쌍둥이가 태어나 환경 보전이 더 시급해졌다.

공단은 심원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설득과 동의를 구했다. 공감한 주민들은 결국 철거를 허락했고 공단은 총 사업비 211억원을 투입해 2013년부터 보상에 착수, 올해까지 5년 간에 걸쳐 철거 및 복원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심원마을 전체 주민 보상(총 166억원)을 마무리했으며, 올해 6월 말 마을 내 20가구 건물 55동, 진입도로 870m(폭 6m), 옹벽 등 모든 인공시설에 대한 철거 를 시작해 지난 10일 완료했다.

공단은 철거 지역이 급경사임을 고려해 사스레나무, 국수나무, 병꽃나무 등 지리산 자생수종 총 9종 4만8065그루를 심었다. 식재한 나무의 자연스런 천이(시간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식물군집의 변화) 과정과 동식물 서식 등을 관찰할 실시간 영상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했다.

공단은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 만복대(1438m)에 둘러싸인 이 지역을 자연스런 ‘생물군집 서식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옛 심원마을 일대는 건물 철거로 황토색 땅이 드러나 있지만 5년 후면 식재한 나무들이 성장해 생태를 어느 정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철거된 심원마을에는 출입이 금지된다. 심원마을 일대에 들어가거나 차량으로 통행하면 자연공원법에 의거 5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이승준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 탐방시설과장은 “그동안 반달가슴곰들은 지리산 한가운데에 자리한 심원마을에 터를 잡지못해 산 변두리에 자주 출몰했다”며 “심원마을이 자연으로 복귀하며 담비, 수달, 노루, 산양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7일에는 지리산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맞아 심원계곡 생태 복원 기념비 제막식이 진행될 계획이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