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읽고 싶은 걸 읽어!
2017년 09월 11일(월) 00:00 가가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
독서의 달 9월, 지난 한 주는 ‘금서 읽기 주간’(BBW, Banned Books Week)이었다. “괜찮아, 네가 읽고 싶은 걸 읽어. 누구나 어디서나 읽고 싶은 걸 읽을 권리가 있어”라는 포스터를 내걸고 전국의 공공 도서관과 학교 도서관에서 역사상 금서가 되었던 책을 읽고 토론을 했다. 표현의 자유, 독서와 도서관의 자유를 생각하면서.
동서고금 ‘읽지 말라’던 책들은 참으로 많았다. 고전으로 손꼽히는 ‘에밀’ ‘사회계약론‘ ‘베니스의 상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군주론’ ‘신곡’ ‘역사란 무엇인가’ ’율리시즈’ ‘죄와 벌’ ‘아큐정전’ ‘1984’ 등은 당시의 사회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금서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오신화’ ‘홍길동전’ ‘열하일기’가 그랬다. 백석 시인의 시집 ‘사슴’은 시인이 월북 작가로 분류되는 바람에 1988년까지 금서였는데, 백석은 월북 작가가 아니라 고향이 북쪽이라 그냥 거기 있었을 뿐이다.
어린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아기공룡 둘리’는 어른에게 말대꾸하고 아이들 버릇이 나빠진다는 이유로 불량 만화의 대명사로 취급받았다. 어린이 문학의 고전에 속하는 ‘몽실언니’는 100만 부 이상 팔렸는데도 용공 서적으로 지목되어 금서가 되었다. 현대 그림책의 고전으로 불리는 모리스 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귀여운 주인공과 자상한 엄마가 등장하는 동화의 전형을 깨트렸다는 이유로, 에릭 칼의 ‘갈색 곰아, 갈색 곰아, 무엇을 보고 있니?’는 글을 쓴 ‘빌 마틴 주니어’가 좌파 철학자라는 이유로 금서가 되었는데 알고 보니 동명이인이었다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는 2005년 출간 이후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주관하는 금서 목록에 가장 많이 올랐지만, 입양에 의한 새로운 가족을 구현한 따스한 그림책으로 찬사를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금서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군부독재 시절에는 출판되는 모든 책을 검열해 권력을 비판하면 금서로 지정했다.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된 1987년 이후에도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사상 관련 책들이 탄압을 받아 왔다. 2008년에는 국방부에서 불온서적 목록을 만들어 논란이 되기도 했고 학교 추천 도서가 좌편향 됐다는 일부 보수 단체의 주장에 근거해 정부와 교육청이 추천 도서 재검토 지시를 내린 일도 있다.
“대체 무엇이 ‘불온’하다는 것인가? 기성 가치의 타당성을 의심하거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불온’이었다. 각도를 달리해 보면 ‘불온서적’ 또는 금서란 존재는, 그것을 억압한 기득권층의 결함이나 그들의 역린(逆鱗)을 투사하는 부정의 자화상이었다.”(백승종) 어떤 사상이 옳으냐 하는 것을 검열관이 판정할 수는 없는 일. 그것은 자유로운 논쟁과 독자의 선택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닌가.
독자는 ‘책에 대한 자기 이해를 갖는 사람’이다. 책을 읽고 독자가 가질 생각까지 염려하고, 독자가 가진 은밀한 생각을 교육이라는 이유로 들여다보거나 한 가지 생각으로 몰아가는 것은 독자의 권리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다. 이런 ‘불편하고 불쾌하며 불행한 현실’에 맞서 독자들은 금서의 울타리를 허물고 지적 자유의 확대를 위해 외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러 변형된 형태의 검열은 사회적으로 자기 검열의 기제를 확대한다는 데 큰 위험을 안고 있다. 억압에 의해 드리워진 두려움의 그림자로 인해 검열이나 논란을 피하려는 사람들은 훨씬 더 광범위하게 자발적으로 표현을 제한하게 될 테니까. 순응에 대한 압력, 그 압력에 의해 조성되는 사회적 긴장은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다양성을 제한하여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광주비엔날레의 ‘세월오월’ 작품 전시 취소, 부산국제영화제의 ‘다이빙벨’ 다큐 영화 상영 후 예산 삭감,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 인한 사이버 망명 열풍, 서울연극제의 거리 폐막식이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도 같은 맥락이었으니 일일이 기록하기도 벅찰 정도다.
무릇 책 읽기는 자유로워야 한다. 이것이 독서의 본질이다. 어떤 표현이나 저자의 특성이 비판적이거나 위험하다는 꼬리표를 붙이고 독자에게 강요하는 것은 공익이 아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읽는지는 매우 중요하고 사상은 위험할 수는 있지만 사상의 억압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치명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금서 읽기 주간을 통해 책 읽기의 자유와 독자의 권리에 대해 생각한다. “책을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며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다시 읽을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소리 내서 읽을 권리,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무엇을 어떻게 읽든 침해할 수 없는 독자의 권리와 도서관의 책임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가을이다.
어린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아기공룡 둘리’는 어른에게 말대꾸하고 아이들 버릇이 나빠진다는 이유로 불량 만화의 대명사로 취급받았다. 어린이 문학의 고전에 속하는 ‘몽실언니’는 100만 부 이상 팔렸는데도 용공 서적으로 지목되어 금서가 되었다. 현대 그림책의 고전으로 불리는 모리스 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귀여운 주인공과 자상한 엄마가 등장하는 동화의 전형을 깨트렸다는 이유로, 에릭 칼의 ‘갈색 곰아, 갈색 곰아, 무엇을 보고 있니?’는 글을 쓴 ‘빌 마틴 주니어’가 좌파 철학자라는 이유로 금서가 되었는데 알고 보니 동명이인이었다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는 2005년 출간 이후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주관하는 금서 목록에 가장 많이 올랐지만, 입양에 의한 새로운 가족을 구현한 따스한 그림책으로 찬사를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독자는 ‘책에 대한 자기 이해를 갖는 사람’이다. 책을 읽고 독자가 가질 생각까지 염려하고, 독자가 가진 은밀한 생각을 교육이라는 이유로 들여다보거나 한 가지 생각으로 몰아가는 것은 독자의 권리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다. 이런 ‘불편하고 불쾌하며 불행한 현실’에 맞서 독자들은 금서의 울타리를 허물고 지적 자유의 확대를 위해 외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러 변형된 형태의 검열은 사회적으로 자기 검열의 기제를 확대한다는 데 큰 위험을 안고 있다. 억압에 의해 드리워진 두려움의 그림자로 인해 검열이나 논란을 피하려는 사람들은 훨씬 더 광범위하게 자발적으로 표현을 제한하게 될 테니까. 순응에 대한 압력, 그 압력에 의해 조성되는 사회적 긴장은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다양성을 제한하여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광주비엔날레의 ‘세월오월’ 작품 전시 취소, 부산국제영화제의 ‘다이빙벨’ 다큐 영화 상영 후 예산 삭감,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 인한 사이버 망명 열풍, 서울연극제의 거리 폐막식이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도 같은 맥락이었으니 일일이 기록하기도 벅찰 정도다.
무릇 책 읽기는 자유로워야 한다. 이것이 독서의 본질이다. 어떤 표현이나 저자의 특성이 비판적이거나 위험하다는 꼬리표를 붙이고 독자에게 강요하는 것은 공익이 아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읽는지는 매우 중요하고 사상은 위험할 수는 있지만 사상의 억압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치명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금서 읽기 주간을 통해 책 읽기의 자유와 독자의 권리에 대해 생각한다. “책을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며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다시 읽을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소리 내서 읽을 권리,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무엇을 어떻게 읽든 침해할 수 없는 독자의 권리와 도서관의 책임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가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