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나주지역 산란계 농장 전체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 까 걱정스럽습니다.”

나주 A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6일 오후 4시께 나주시 공산면 양계시범단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단지 내에서 만난 농장주들은 ‘우려 반, 걱정 반’의 목소리를 내면서 단지를 찾은 취재진들에게 강한 경계감을 표시했다.

B농장주는 “살균은 하고 들어왔느냐. A농장만 사진을 찍고 다른 곳은 찍지 말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번 파문이 자신들에게까지 불똥이 튀지 않을 까 하는 우려가 섞인 항의였다.

현재 단지 안에는 산란계 농장인 ‘A농장’을 비롯한 8개의 친환경 무항생제 계란농장이 자리하고 있다. A농장은 식품의약안전처가 전국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식용란 살충제 검사에서 지역 최초로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된 곳이다. 이들 계란농장은 산란동 30개를 운영 중인데, 광주·전남 마트 등에 계란을 공급하고 있다.

단지 안 A농장 산란동(가로 20m·세로 80m)의 외벽은 검은 때가 묻어 있었다. 외벽엔 ‘방역상 출입금지’, ‘관계자외 출입금지’, ‘발판소독조’ 등의 팻말이 붙어 있었는데,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사무실도 닫힌 채 농장주는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가로·세로 1m 크기의 환풍구를 통해 들여다본 산란동 내에서는 3층짜리 철재 케이지(가로·세로 30㎝)속에서 닭 7만여 마리가 힘없이 모이를 쪼고 있었다.

단지 내 산란계 농장주들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또 A농장주가 살충제를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향후 계란공급에 대한 걱정도 쏟아냈다.

A농장 주변에서 일하는 C씨는 “오전에 A농장 대표를 만났는데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많이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아무리 케이지를 소독하고 비눗물로 세척한다고 해도 닭들에게 진드기나 이가 생긴다. 이번 일로 나주 산란계 농장 전체가 매도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A농장 저장고엔 이른바 ‘살충제 계란’이 일부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시는 17일 업주와 협의해 보관 중인 계란 전량을 회수·폐기처분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민 B씨는 “이번 사태가 자칫 장기화될 경우 살충제 성분이 나오지 않는 다른 농장들의 계란 판로까지 막히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당장 내일부터 점점 계란이 쌓여갈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

/나주=서충열기자 sc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