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무엇인가를 욕망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욕망은 생명을 가진 존재에게 자기 보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한다. 욕망하는 것은 지금 살아 있음에 대한 가장 자연스럽고 구체적인 증거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며, 어떤 일에도 의욕을 갖지 않는다면 더 나은 미래도, 당당한 어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욕망이 삶을 이끌어 가는 추동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욕망은 우리를 성장하면서 앞으로 나가게 하지만, 어떤 욕망은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에서 욕망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깊이 숨겨진 우리의 ‘민낯’을 조금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욕망은 욕망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가를 사실대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욕망이 왜, 어떻게 생기는가에 대한 물음은 사실 간단하게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럼에도 크게 설득력을 얻는 주장은 ‘욕망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본래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해서 모방적으로 생긴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비교되면서 욕망이 생긴다는 의미다. 즉 욕망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으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가 어떤 것을 욕망하는 이유가 그것 자체가 좋다거나 필요해서가 아니라는 것인데 대상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가치나 의미 때문에 욕망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욕망하거나 또는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덩달아서 욕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모방적 욕망의 핵심은 경쟁심과 힘에 대한 갈망이다. 그 바닥에는 다른 사람과 같은 것을 욕망하고 그것을 소유하면 자신 또한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많이 서로를 비교하고 상대방이 가진 것에 대한 욕망도 더 강하게 모방된다. 이런 설명이 낯설지 않다면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큰 사람이 모방된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쉽다. 자기 불신이 강하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자신을 부정하며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이런 모방 욕망의 예는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유명인과 같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그 유명인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물건을 쓰며 자랑스러워하는 경우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야기다. 자신의 모습을 더 확실하게 부정하는 사람은 심지어 욕망 대상과 같은 얼굴로 통째로 바꾸기도 하지 않는가. 본명을 철저하게 감추고 가명을 쓰는 것도 같은 경우다.

다른 사람의 위치나 소유물에 대해서 가지는 지나친 모방 욕망은 단순한 욕망 이상의 욕망이다. 경계를 넘어서면 모방 욕망은 선의의 경쟁이 아니고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상대방보다 더 우월해지고 싶은 욕망은 선망하던 대상을 향해서 “왜 나는 안 되고, 너는 되는가?”하는 맹목적인 적대 감정을 품는다. 게다가 모방된 욕망에서 비롯된 적대감은 “너나 나나 다른 것이 없다”라고 하는 상호 간의 차이에 대한 부정을 표현하는 위험한 감정이다. 그래서 쉽게 상대방만 사라지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강력한 힘도 가질 것이라는 착각으로 발전한다. 상대방 때문에 자신이 피해와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모방된 욕망에서 나타나는 두 번째 문제는 폭력 사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자신을 불의에 맞서서 싸우는 ‘정의를 위한 투사’로 내세우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은 평범한 경쟁이 아니라 악한 일을 막기 위해서 선한 의지의 싸움이라고 강변한다. 즉 폭력을 ‘나쁜 폭력’과 ‘좋은 폭력’으로 나누고 나쁜 폭력을 막기 위해서 자신은 ‘착하고 선한 폭력’을 쓴다는 주장이다. 바로 여기에서 모방된 욕망에 내재하고 있는 심각하고 파괴적인 폭력성이 드러난다. 자신이 휘두르는 폭력은 모두의 질서를 위해서 필요한 정당한 수단이라는 주장으로 다른 사람의 희생과 고통을 강요한다. 이를 가리켜서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말한다. 사실 역사상 수많은 권력자가 권력을 지키고 강화하기 위해서 이런 논리와 명분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물론 모방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폭력을 합리화하는 논리는 유감스럽게도 독재 권력과 부패 세력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공허한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개인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이 등장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욕망을 조금도 고민 없이 모방하고 이를 다시 언어폭력적으로 분출하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 하지만 왜곡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어떤 형태이건 폭력을 수단으로 하는 모든 행위는 궁극적으로 자해 행위에 불과하다. 상대방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폭력적 행위는 사람들이 그 속셈을 모르는 ‘인지불능’의 상태에서만 성공하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누가 그리 쉽게 속아 넘어가겠는가. 최고 권력마저 함부로 힘을 사용하다가는 맥없이 무너지는 세상이다.

타인을 무분별하게 모방하는 욕망은 자기 성장과 확장에 필요한 건강한 욕망을 억압한다. 우리의 욕망은 우리 자신의 자화상이자 정체성이다. 다른 사람을 지배하거나 또는 파괴하기 위한 욕망은 자신을 파괴할 뿐이다. 오늘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 것인가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