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영산강에 설치한 승촌보·죽산보에 퇴적물이 쌓이고 썩으면서 산소 고갈을 불러 일으켜 물고기가 살기 힘든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때문에 유속이 느려져 플랑크톤 사체와 진흙 등의 퇴적이 가속화한 것이다.

이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의뢰를 받아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현정호 교수 등이 작성한 ‘4대강 보 퇴적물 용출 조사 및 평가-14개 보를 중심으로’ 보고서의 골자다.

연구팀은 지난해 5월부터 올 3월까지 4대강 16개 보 중에서 낙동강 상주보와 창녕함안보를 제외한 14개 보의 퇴적물을 분석했다. 여름(7∼8월)과 가을철(9∼10월)로 나눠 강바닥 표면에서 2㎝ 깊이까지 퇴적물을 두차례 수거해 분석했다.

그 결과 퇴적물 입자의 평균 지름(9∼10월)은 영산강 승촌보(평균 0.035㎜)가 죽산보(1.572㎜) 보다 ‘가는 모래’로 분류됐다. 낙동강은 평균 0.22㎜, 금강 0.7㎜, 한강 2.01㎜ 순이다.

퇴적물 입자가 작을수록 진흙퇴적물에 가깝고 플랑크톤 사체 등 유기물이 많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또 퇴적물에 포함된 유기물이 썩는 과정에서 24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산소가 소모되는가를 측정했다. ‘퇴적물의 산소소모율’(SOD·Sediment Oxygen Demand)’이다. SOD가 높을수록 유기물 처리에 산소가 많이 소모돼 주변 산소가 고갈되기 쉽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산강(승촌보·죽산보)의 SOD 수치는 평균 0.94g로 나타났다. 낙동강(평균 1.01g), 금강(1.12g) 보단 낮지만 한강(0.82g)에 비해서는 높다.

구체적으로 살펴봤을 때 가장 SOD가 낮은 곳은 7∼8월 측정한 한강 여주보(0.47g)였고 가장 높은 곳은 금강 공주보(1.74g)였다. 영산강 죽산보는 중간값(1.1g)에 가까운 0.92g이었다.

통상적으로 강보다는 물이 흐르지 않는 호수에 퇴적물이 쌓이는 양이 많다. 국내 가창호나 팔당호의 SOD수치가 0.03∼0.45g인 것을 감안했을 때, 호수보다도 4대강에 퇴적물이 쌓이는 정도가 높은 것이다.

유기물이 많이 포함된 퇴적물에서는 산소가 수층을 통해 공급되는 속도보다 퇴적물 내 미생물이 소비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자칫 산소 고갈로 물고기 떼죽음 등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강바닥에 가까운 수층에서는 산소 고갈이 나타나는데, 이때 산소 소모의 37∼53%는 퇴적물에서, 나머지는 수층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힘에 따라 퇴적물이 산소 고갈을 촉진하는 것이다.

한편, 국립환경과학원은 앞으로 상주보와 창녕함안보를 추가해 용존산소가 감소하는 시기(봄과 여름 장마 전)에 조사를 계속하는 등 연구를 확대할 방침이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