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가 길어 ‘긴골, 장골’로 불렸던 장불재에서 바라보는 입석대와 서석대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12일 오전 11시께,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위해 장불재를 찾은 안드레아스 쉴러(독일)·사리나(중국) 현장실사 위원들은 문화해설사가 전해주는 다양한 ‘무등산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무더위 속에서도 이들 현장실사 위원들의 모습은 밝았다. 앞서 이들은 한 시간가량 누에봉에서 헬기를 타고 무등산권 주상절리 지질명소를 하늘에서 내려다봤다.

이번 현장실사는 무등산 주상절리 구간을 살펴보는 이날의 일정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안내하는 광주시 공무원과 문화해설사 등의 표정은 진지했다.

공무원 등은 무등산해설서에 디지털기기를 가져다 대면 한국어와 영어 등의 언어로 무등산을 설명해주는 음성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고, 무등산을 소재로 한 노래도 실사위원들에게 들려줬다. 무등산의 지질학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무등산을 보존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노력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기에 무등산의 옛이야기 등도 이들 실사위원들에게 소개했다.

시민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주변을 오르던 등산객들은 실사위원들을 둘러싼 채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함께 들으며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실사위원들의 눈은 매서웠다. 걸어서 입석대에 오른 뒤 휴대용 현미경으로 바위 표면을 살피고, 바위에 새겨진 한자에 대한 질문도 빼놓지 않고 쏟아냈다. 이번 현장 실사가 사실상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결정짓는 마지막 관문이기 때문에 실사위원들의 현장 점검은 더없이 꼼꼼했다.

이들은 오는 14일까지로 예정된 실사기간 동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질교육, 관광프로그램 운영 현황, 지역 주민과의 협력사업 여부, 지질공원해설사 운영시스템 등을 확인하고 평가한다. 이번 현장 실사는 일종의 평가이기 때문에 실사위원들은 질문 이외의 말은 아꼈지만 무등산의 절경을 바라볼 때는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빠듯한 일정 탓에 이들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무등산의 절경 중 한 곳인 규봉암을 찾아 느긋하게 무등산의 넉넉한 풍경을 즐기기도 했다. 이어 충효동 도요지 지질명소와 평촌도예공방 등지를 돌며 무등산이 만들어낸 다양한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현장실사를 통해 이들은 무등산 주상절리대, 화순 서유리 공룡화석지, 담양 죽녹원 등 무등산권 지질공원의 지질명소와 역사문화명소를 둘러봤다. 또 13일에는 고인돌 유적지, 적벽 등 화순군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14일에는 호남기후변화체험관, 대나무박물관 등 담양군 중심으로 실사를 진행한 뒤 추가 문답 평가를 끝으로 공식일정을 마치게 된다.

한편, 이번 현장실사가 끝나면 올 말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협의회에서 이번 현장실사 결과를 심사해 인증 권고여부를 결정하며, 최종 인증 여부는 내년 4월께 유네스코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