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도심의 허파이자 생명의 숲인 도시공원을 3년 뒤에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지 모른다.

공원일몰제 시행으로 광주시가 도시공원들을 2020년까지 매입하지 않으면 개발제한이 해제되기 때문이다.

광주시의 도시공원은 모두 25개. 시는 재정 여건상 이들 공원 중 15개만 매입하고, 나머지 10개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개발한다. 사업자가 공원 부지의 30%를 아파트나 상가로 개발하는 대신, 나머지 70%는 공원으로 조성해 시에 넘기는 방식이다.

광주시는 모든 공원을 매입할 여력이 없는 탓에 도시공원 해제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민간개발이라는 고육지책을 선택했다. 하지만 자칫 아파트 위주의 난개발과 환경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

일몰제에 대비한 도시공원 문제의 해법을 3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기업 제안방식 보다 ‘공공성’ 기준 마련 시급=광주시의 민간개발 방식은 환경 보존이라는 공익적 기준을 우선으로 한 공모방식이 아닌 사업자 제안 방식이다. 사업자에게 숲과 환경성을 기준으로 개발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기업의 속성상 개발은 아파트나 상가의 분양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도시 가운데 여름 기온과 아파트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 타 도시에 비해 녹지가 부족한 광주시의 숲이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사업자 제안방식의 개발 계획이 진행되면서 지역민의 반발을 사거나 급기야 불공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소송으로까지 비화돼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진 곳들이 있다.

천안 노태산 공원 민간개발은 사업성과 공공성의 대립이 극명하게 드러난 예이다. 이 공원 인근은 대부분 아파트이고, 도로 옆에는 대형마트가 있고 도로 건너편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건설중이다. 문제의 불씨는 공원부지의 북서쪽이었다. 사업자들은 대부분 분양(사업성)을 고려해 인구가 몰리는 북서쪽을 아파트나 호텔로 개발하는 제안서를 접수했다. 천안시는 인구와 교통량이 집중될 곳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업체를 1위로, 호텔 건립을 내세운 업체를 2위로 선정했다. 반면 시민이 몰리는 북서쪽에 공원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커뮤니티 공간과 공원 진출입구를 고려한 광장계획 등 공공성을 제고한 업체는 3위로 평가됐다고 한다. 이에 대한 지역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업체 선정 순위가 뒤바뀌는 잡음 끝에 개발사업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이 같이 사업자 제안방식은 공익을 우선으로 하기 어려운 만큼 광주시는 제안서 마감(9월8일) 전에 개발 범위와 방향, 공공성 확보, 경관지침 등을 담은 제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보존’ 노력이 우선=광주시가 1, 2차로 나눠 추진하는 민간개발 공원 10곳의 총 면적은 약 950만㎡로 수완지구 면적(463만㎡)의 2배를 넘는다. 이중 아파트나 상가로 개발하는 30%도 수완지구의 60%가 넘는 엄청난 면적이다. 여기에 아파트를 짓는다면 대략 5만 세대 이상을 지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현대 사회에서 숲은 어떤 사회간접자본보다 중요한 녹색인프라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시는 공원 부지 매입을 위한 지방채발행 등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 도시공원을 유지해야 한다. 시민들도 도시공원 트러스트 운동에 참여하는 한편 민간개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보존가치가 높고 면적이 가장 넓은 광주의 중심공원인 중앙·중외공원의 개발 방향에 대해서는 전 시민적인 합의가 필수적이다.

우선 개발 대상 10개의 공원 가운데 최소 1곳은 국가지정도시공원이 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지역민, 지역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또한 영산강공원과 같이 근린공원의 성격보다는 자연환경으로서의 가치가 큰 시민공원은 개발 대신 지구단위계획이나 녹지지역 지정 등을 통해 정비 위주의 개발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채희종기자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