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이름의 외로운 별들
2017년 06월 19일(월) 00:00 가가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
초등학교 엄마들은 젊고 의욕적이다. 아이 교육에 관심이 높아 학교 일이나 학부모 모임, 좋은 정보 찾기에 열정을 쏟는다. 대체로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하지만 딱 하나 해 주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를 있는 그대로 봐 주고 자기만의 시간 속에 내버려 두는 일이다.
“주말에 아이가 친구 생일 파티에 간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걱정이 돼요. 초대장도 없고 친한 애도 아니고 요새 집에서 생일 파티 하는 경우가 없거든요. 그 애 엄마한테 전화해서 진짜로 집에서 생일 파티를 하는지, 몇 명을 초대한 건지 물어 보고 판단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처음엔 이게 왜 걱정인지 못 알아들었다. 아이들끼리 초대하고 초대받은 것이고, 그래서 아이가 주말에 다녀오면 되는 것인데 왜 엄마가 걱정일까 싶었다.
알고 보니 엄마의 걱정 포인트는 아이 말만 듣고 파티에 보냈다가 실제로 파티에 초대받지 않았거나 파티가 열리지 않으면 상처받을까 두렵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얘기를 듣고 놀랐다.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라지만 그것은 애초에 자기 아이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고, 아이의 경험을 원천봉쇄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번호대로 돌아가면서 ‘하루 반장’을 하기로 했어요. 날짜로 보면 우리 애 차례가 한참 지났는데, 아이한테 물어보면 아직 반장을 안 했대요. 옆집 애 엄마는 벌써 두 번이나 했다고 은근히 자랑하는데 속상해 죽겠어요. 혹시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미워하는 건 아닐까요?” 이렇게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사정들이 얽혀 있었다. 맥락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팩트 체크가 먼저. 그래서 아이랑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눠 보고 그래도 궁금하면 선생님께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감정과 걱정과 속상함에 사로잡히면 객관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는 일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튿날 아이는 순서대로 하루 반장을 했다고 소식을 전해 주어 맥이 풀렸다. 두 번이나 반장을 한 아이는 선생님 말을 안 들어서 그런 것인데, 정작 그 애 엄마는 자기 아이가 잘해서 그런 줄로 안다는 ‘웃픈’ 이야기다. 반장을 똑똑하고 잘나서 감투 하나를 쓴 것으로 생각하는 바탕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젊은 엄마들의 분주한 걸음과 흔들리는 눈동자와 피로한 얼굴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참으로 애잔하다. 사랑이 방향을 잃으면 무서운 칼이 된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부모의 강박을 아이들에게 뒤집어씌워 아이를 조바심 나게 해 놓고 후회하는 날들이 부지기수다. 어쩌다 엄마들은 노심초사 불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을까? 진짜 중요한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지 말란 말이야. 안 된다니까’를 입에 달고 살면서 스스로 소진되어 현재를 살지 못했다. 교육을 너무 많은 돈으로 해결하려고 덤볐고 결국 끊임없이 그 보상을 요구해 왔다. 교육과 돈의 거래, 사 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아이들, 소비가 놀이가 되었을 때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무서운 현실이다.
아이들은 ‘대 놓고 화내는 것’을 ‘대화’라고 한다. 돈 많고 시간 많고 체력 좋은 엄마를 안 좋은 엄마라고 한다. 없는 돈과 시간을 들여 최고의 체험학습 코스를 짜고 “이번 방학 너무 의미 있었지?” 묻는 엄마에게 “난 의미가 싫어” 한 방 먹인다. 물리적으로는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부재하고, 공급하는 부모는 있지만 공유자 부모는 없다. ‘있는 부모’로 존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내가 먼저 잘 사는 것/ 내 삶을 똑바로 사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 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월권행위이기에/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 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저 내 아이를/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면서/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것이었다” (박노해 시, ‘부모로서 해 줄 단 세 가지’에서)
부모는 오늘 하루 우리 아이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바라봐 주고, 지금 행복해야 한다고 말해 주어야 한다. 남의 아이 행복이 내 아이의 행복이고 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라고 외쳐 주어야 한다. 세상을 재미있고 신나는 곳으로 가꿔 가며 삶을 축제로 만드는 것이 사는 이유라고 몸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연두부 같은 어린 존재가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하기까지 세상을 신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라는 이름의 외로운 별들이 잊지 말아야 할, 놀라운 비밀이 하나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바라는 부모는 ‘자기 삶을 열심히 살면서 반짝이는 눈동자를 지닌 부모’라는 사실이다.
“주말에 아이가 친구 생일 파티에 간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걱정이 돼요. 초대장도 없고 친한 애도 아니고 요새 집에서 생일 파티 하는 경우가 없거든요. 그 애 엄마한테 전화해서 진짜로 집에서 생일 파티를 하는지, 몇 명을 초대한 건지 물어 보고 판단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처음엔 이게 왜 걱정인지 못 알아들었다. 아이들끼리 초대하고 초대받은 것이고, 그래서 아이가 주말에 다녀오면 되는 것인데 왜 엄마가 걱정일까 싶었다.
‘하지 말란 말이야. 안 된다니까’를 입에 달고 살면서 스스로 소진되어 현재를 살지 못했다. 교육을 너무 많은 돈으로 해결하려고 덤볐고 결국 끊임없이 그 보상을 요구해 왔다. 교육과 돈의 거래, 사 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아이들, 소비가 놀이가 되었을 때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무서운 현실이다.
아이들은 ‘대 놓고 화내는 것’을 ‘대화’라고 한다. 돈 많고 시간 많고 체력 좋은 엄마를 안 좋은 엄마라고 한다. 없는 돈과 시간을 들여 최고의 체험학습 코스를 짜고 “이번 방학 너무 의미 있었지?” 묻는 엄마에게 “난 의미가 싫어” 한 방 먹인다. 물리적으로는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부재하고, 공급하는 부모는 있지만 공유자 부모는 없다. ‘있는 부모’로 존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내가 먼저 잘 사는 것/ 내 삶을 똑바로 사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 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월권행위이기에/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 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저 내 아이를/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면서/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것이었다” (박노해 시, ‘부모로서 해 줄 단 세 가지’에서)
부모는 오늘 하루 우리 아이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바라봐 주고, 지금 행복해야 한다고 말해 주어야 한다. 남의 아이 행복이 내 아이의 행복이고 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라고 외쳐 주어야 한다. 세상을 재미있고 신나는 곳으로 가꿔 가며 삶을 축제로 만드는 것이 사는 이유라고 몸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연두부 같은 어린 존재가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하기까지 세상을 신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라는 이름의 외로운 별들이 잊지 말아야 할, 놀라운 비밀이 하나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바라는 부모는 ‘자기 삶을 열심히 살면서 반짝이는 눈동자를 지닌 부모’라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