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교육을 나갈 때 쉽게 듣는 말 중 하나는 애가 누굴 닮아서 말썽인지 모르겠다는 부모님들의 푸념 섞인 하소연이다. 부모가 기대하는 것과 자식의 실제 행동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군들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문제는 부모들 역시 자식에게 하는 말이나 기대와 실제 본인의 행동은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사람간 관계도 어렵지만 부모-자녀간 관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과거 엄부자모처럼 큰 권력거리를 유지해야 할지, 아니면 친구처럼 대등한 인격적 관계를 유지해야 할지, 부딪칠 정도의 거리를 둘 것인지, 떨어져서 지켜만 보아야 할 것인지 잘 가늠이 되질 않는다. 매사 넉넉하게 잘 해주어야 할지, 부족하게 키워야 할지, 아니면 섬세하게 하나하나 보살펴 주어야 할지, 독립적으로 혼자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할지도 결정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자녀교육이 갈수록 더 어려운지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말이나 훈계가 아니라 부모의 행동이라는 점이다. 자식은 대체로 부모가 하는 행동을 보고 배우며 그대로 따라 한다. 이 점은 우리가 겪고 있는 초유의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라는 비극의 역사에서도 잘 보고 있지 않은가? 그는 독재자의 가정에서 자라며 독재정치를 배웠고, 그래서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교만으로 채워진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결국 국민 대다수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판단과 행동을 하게 되었다. 물론 독재를 의도적으로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다 해도 잘못 배운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다시 깨닫게 된다.

그런 점에서 자녀교육에 있어서 소위 잠재적 교육과정이 명시적 교육과정보다 더 중요하다. 부모가 무언중에 하는 말이나 의도하지 않은 행동일지라도 자녀는 그것을 보고 듣고 배우기 때문이다. 그럴진대 만약 부모가 자식에게 장난으로라도 거짓말을 하면 자식은 어디선가 그대로 따라 할 것이다. 부모의 귀감이 되는 행동은 학력을 포함한 교육수준이나 인격의 수양 정도, 그리고 자격증을 포함한 소위 인간자본 등 부모가 가지고 있는 어떤 자질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행동에 달려 있다.

자녀의 배움에 있어서 부모-자녀간 관계 혹은 유대망이 중요하기도 매한가지이다. 특히 부모의 기대와 바람이 자식에게 어떻게 전달될 것인가는 자식과 얼마나 긴밀한 유대망을 형성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부모-자식간 계속해서 미주알고주알 긴밀하게 고민을 같이 나누고 소통하는 자녀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기대가 그대로 자녀의 행동이나 성취동기로 환원된다. 그러나 대화나 소통이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녀에게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높은 기대를 갖는 것은 심한 간섭이 되어 오히려 부작용을 낳게 한다. 부모-자녀를 잇고 있는 통로가 얼마나 막힘없이 소통되고 있느냐가 부모의 기대가 동기가 되느냐 아니면 자녀를 불편하게 하느냐를 결정한다.

과하게 잘해 주는 것, 즉 잘 먹여주고 잘 입혀주고 용돈을 많이 주고 해달라는 것을 다 해주어야 자녀가 성공한 사람이 되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새벽같이 노동일을 나가는 가난한 아버지의 굽은 등을 보면서, 퉁명하게 갈라진 부모님의 손발을 보면서 자라는 자녀도 성공을 위한 성취동기를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 잔소리 대신 정화수를 떠 놓고 기도하는 어머니 밑에서 성장하는 자녀는 비뚤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문제는 부모 자신이 얼마나 올바르고 모범이 되는 생활을 하느냐, 즉 삶의 진정성과 이해의 역사성, 그리고 자녀를 향한 부모의 마음이 어떻게 자녀들에게 진심으로 전달되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점에서 ‘부모는 장난으로라도 자식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한비자의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라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와 자식은 서로 비추는 거울과 같다. 자식의 잘못된 행동은 곧 부모의 잘못된 행동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아무리 잘 가르치려고 해도 부모가 하는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르다면 자식들은 그것을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훈육보다 모범이 낫다’는 영국 속담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