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렴(公廉)으로 벼슬했던 호남 사람들
2017년 04월 03일(월) 00:00 가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호남에는 예로부터 뛰어나며 어질고 준수한 선비들이 많았다.” 조선 중기의 거유 우암 송시열이 했던 말이다. 우암의 제자 지촌 이희조는 “옛날부터 호남에는 대체로 유학자들이 많았다”라고 말하여 호남에는 오래전부터 어진 선비나 유학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음을 알게 해 준다.
이러한 말들이 사실임을 확인해 주는 몇몇 선비나 유학자들을 거론하여 호남의 의리 정신을 세워 주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분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논해 보고자 한다. 15세기에서 16세기 동안 살아갔던 호남 출신 금남(錦南) 최부(崔溥:1454∼1504)와 지지당(知止當) 송흠(宋欽:1459∼1547) 사이에 얽힌 내용을 알아보자.
최부는 본디 나주 출신으로 본관은 탐진(耽津)인데, 처가인 해남에서 후학을 가르쳐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24세에 진사과에 합격하고 29세에는 문과에 급제하여 사헌부 감찰, 홍문과 수찬, 예문관 응교, 홍문과 교리, 사간원 사간 등의 요직을 역임했으며, 제주도에서 벼슬 살다가 귀향길에 태풍을 만나 표류하며 온갖 고생을 겪고 중국을 거쳐 조선으로 귀국하여 세계 3대 여행기 중의 하나인 ‘표해록’(漂海錄)이라는 명저를 남긴 학자 관인이었다.
‘미암일기’라는 국보급 저술로 유명한 학자 미암(眉巖) 유희춘(柳希春)은 바로 금남의 외손자로서 외조 최부의 일대기를 남겼으니 “금남 선생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여러 차례 위험한 상소를 올리며 대의(大義)를 힘써 붙들었었다”라는 평을 남겼다. 최부는 패악무도한 연산군 시대에 벼슬하면서 폐정을 통박하고 공경대부들의 비행까지를 거침없이 꾸짖었던 이유로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단천(端川)으로 귀양갔으며, 갑자사화가 일어나자 귀양지에서 51세라는 나이에 처형을 당한 비운의 선비이자 학자였다.
송흠은 신평 송 씨로 당시는 영광군, 지금은 장성군 삼계면에서 태어났다. 22세에 진사과에 합격하고 34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을 시작했으니 연산군의 학정을 맞아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낙향하여 후학들을 가르치며 세월을 보내다 중종반정으로 다시 벼슬길에 올라 전라감사 한성부좌윤, 이조판서, 병조판서 등 고관의 지위에 오른 훌륭한 인물이었다. 그는 특히 효성이 뛰어나 노모를 제대로 봉양하였는데, 어머니는 101세의 장수를 누렸고 자신도 89세의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 효헌(孝憲)이라는 시호를 하사받기도 하였다. 그러한 인품이어서 숙종 때의 대학자 명재 윤증은 “어머니를 효도로 섬겼고 벼슬살이는 청렴하게 하였다”(事母孝 居官淸)라는 찬사를 바치기도 했다.
나주 출신 최부와 영광 출신 송흠은 학자이자 관인(官人)으로 너무나 멋진 일화를 남기고 있어서 500년이 지난 오늘에도 많은 교훈을 얻기에 충분하다. 최부의 나이는 송흠보다 다섯 살 많았다. 하지만 최부는 29세, 송흠은 34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살이는 10년의 차이가 난다. 최부는 송흠에게 대선배가 된 것이다.
송흠은 벼슬살이를 시작한 지 오래지 않아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마침 그때 최부도 고향인 나주에 와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나주와 영광은 멀지 않은 거리여서 송흠은 고향의 선배인 최부를 찾아가 인사를 올리려고 말을 타고 찾아갔었다. 둘이 반갑게 환담을 나누고 헤어지던 무렵, 최부가 송흠에게 물었다. “서울에서 영광까지 어떻게 왔느냐”라고 물은 것이다.
이에 송흠은 나라에서 관인에게 제공해 주는 역마로 왔노라고 했다. 최부가 “그러면 영광에서 우리 집까지는 어떻게 왔느냐”라고 물었다. “같은 역마를 타고 왔다”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최부가 와락 화를 내면서 초급 벼슬아치가 왜 공(公)과 사(私)를 구별하지 않고 역마를 타고 다니느냐고 꾸짖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영광까지야 공무이니 당연히 역마를 이용할 수 있지만, 영광에서 최부의 집까지는 사사로운 일이니 역마를 타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최부는 서울에 올라가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송흠을 나라에 고발하겠다고 말하고는 끝내 서울에 와서 나라에 고발하여 송흠이 처벌받게 했다.
이런 일이 일어난 이후 송흠은 최부를 참으로 존경하게 되고, 그때의 교훈을 평생 가슴에 새겨 세상에 드문 명관이 되었고, 공과 사를 철저히 구별하여 조선의 대표적인 청백리가 되었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해 탄핵당하고 구속된 대통령이 나온 오늘, 공(公)과 염(廉)으로 벼슬했던 호남 출신 관인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말들이 사실임을 확인해 주는 몇몇 선비나 유학자들을 거론하여 호남의 의리 정신을 세워 주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분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논해 보고자 한다. 15세기에서 16세기 동안 살아갔던 호남 출신 금남(錦南) 최부(崔溥:1454∼1504)와 지지당(知止當) 송흠(宋欽:1459∼1547) 사이에 얽힌 내용을 알아보자.
나주 출신 최부와 영광 출신 송흠은 학자이자 관인(官人)으로 너무나 멋진 일화를 남기고 있어서 500년이 지난 오늘에도 많은 교훈을 얻기에 충분하다. 최부의 나이는 송흠보다 다섯 살 많았다. 하지만 최부는 29세, 송흠은 34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살이는 10년의 차이가 난다. 최부는 송흠에게 대선배가 된 것이다.
송흠은 벼슬살이를 시작한 지 오래지 않아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마침 그때 최부도 고향인 나주에 와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나주와 영광은 멀지 않은 거리여서 송흠은 고향의 선배인 최부를 찾아가 인사를 올리려고 말을 타고 찾아갔었다. 둘이 반갑게 환담을 나누고 헤어지던 무렵, 최부가 송흠에게 물었다. “서울에서 영광까지 어떻게 왔느냐”라고 물은 것이다.
이에 송흠은 나라에서 관인에게 제공해 주는 역마로 왔노라고 했다. 최부가 “그러면 영광에서 우리 집까지는 어떻게 왔느냐”라고 물었다. “같은 역마를 타고 왔다”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최부가 와락 화를 내면서 초급 벼슬아치가 왜 공(公)과 사(私)를 구별하지 않고 역마를 타고 다니느냐고 꾸짖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영광까지야 공무이니 당연히 역마를 이용할 수 있지만, 영광에서 최부의 집까지는 사사로운 일이니 역마를 타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최부는 서울에 올라가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송흠을 나라에 고발하겠다고 말하고는 끝내 서울에 와서 나라에 고발하여 송흠이 처벌받게 했다.
이런 일이 일어난 이후 송흠은 최부를 참으로 존경하게 되고, 그때의 교훈을 평생 가슴에 새겨 세상에 드문 명관이 되었고, 공과 사를 철저히 구별하여 조선의 대표적인 청백리가 되었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해 탄핵당하고 구속된 대통령이 나온 오늘, 공(公)과 염(廉)으로 벼슬했던 호남 출신 관인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